Column

의도를 아십니까? 

 

진정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그 이야기가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될 때, 비로소 브랜드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고객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브랜드의 가치를 빛나게 한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는 심사평을 하기 전 참가자에게 요리의 의도를 물어봤다. 같은 맛이라도 그 맛을 어떤 의도로 풀어냈는지에 따라 그의 심사평은 달랐다. 그는 말한다. 모든 재료와 요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꽃잎 하나를 올리는 것도, 간을 세게 하는 것도 모두 요리사의 의도가 담겨야 하고, 그 의도를 먹는 사람이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이러한 철학을 실천한다. 요리의 의도를 고객의 성향에 맞게 설명한다. 긴 설명을 원치 않는 고객에게는 간결하게, 깊이 이해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리사의 의도뿐 아니라 고객의 의도까지 파악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의도를 풀어내는 힘’은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한 가치다. 얼마 전 한 니치 향수 브랜드의 1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그 브랜드는 남미의 숲과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들고, 원주민 커뮤니티와 협력해 아로마 식물을 보존한다는 철학을 따른다. 행사에서 그들의 메시지는 일관되게 전달됐고, 향수에 문외한인 나도 그 의도와 철학을 이해한 뒤 시향을 하자 향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럭셔리란 결국 이런 것이다. 단순히 비싸서 럭셔리가 아니라, 제품의 의도와 철학을 얼마나 깊이 있고 진정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차이를 만들어낸다.

유럽의 하이엔드 하우스도 이를 잘 보여준다. 에르메스는 자사 제품을 단순한 가방이나 스카프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은 ‘장인정신’과 ‘시간의 가치’를 브랜드 핵심으로 삼는다. 한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장인이 수십 시간을 들여 정성을 다하는 과정과, 이로써 만들어진 단 하나의 고유한 물건. 에르메스는 그 ‘시간과 노력의 결’ 자체를 이야기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도 ‘인간의 존엄성’이란 가치를 철학으로 삼았으며, 로로피아나는 원료와 품질의 한계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들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담긴 ‘의도’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고객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아파트멘터리는 ‘집 고치기’라는 드물고 복잡한 경험을 스트레스 없는 특별하고 귀한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 ‘Space Betters Life’라는 모토 아래 마련된 서비스는 최소 한 달여에 걸친 리모델링 기간 동안 디테일한 고객 경험을 IT 프로세스로 구현해냈다. 시간이 흐르며 아파트멘터리의 결과물만을 벤치마킹한 브랜드들이 탄생했지만, ‘맛’은 따라 할 수 있어도 ‘의도’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 9년간 아파트멘터리가 지켜온 자신감이다.


이제는 이 같은 ‘의도’를 더 많은 구성원이 깊이 이해하고 공유하도록 이끄는 일이, 창업자로서 나의 중요한 역할이란 점을 되새겨본다. 의도는 브랜드의 방향이자 존재 이유다. 의도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질 것이다. 고객에게 아파트멘터리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는 그 날까지, 이 질문을 멈추지 않겠다.

-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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