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AI 패권 전쟁의 막이 올랐다. 딥시크가 만든 거대언어모델(LLM)이 저비용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찬 기대와 함께 자칫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AI 3대 강국(G3)’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투자와 전문 인력 충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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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GETTYIMAGESBA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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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선진국일까, 아닐까. 다행히 기술 수준은 높은 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지만 현재의 저조한 투자 상황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선두권과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지난해 연말 ‘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최근에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조성 계획을 대폭 앞당겨 연내에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분발하는 모양새다.지난해 11월 스탠퍼드대학교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발표한 ‘글로벌 AI 활력 도구’에서 한국은 7위를 기록했다. 1위 미국에 이어 중국, 영국, 인도,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한국 순이었다. 이 지표는 AI 민간투자, 통과된 AI 법안, AI 저널 게재 등을 바탕으로 국가별 AI 생태계 수준을 가늠한다. 우리나라는 정책·거버넌스(7.05), 인프라(4.57)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연구개발(1.81)과 다양성(1.08), 책임 있는 AI(0.14) 분야에선 낮은 점수를 얻었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서도 한국은 6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다섯 손가락 안에는 못 드는 셈이다.더 밀려날 가능성도 크다. 선진국에 비해 정부투자와 민간투자가 터무니없이 적고, 전문 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 걸림돌로 꼽힌다.안철수 국민의힘 ‘AI 3대 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월 열린 ‘AI 혁명 위한 전력망 확충 현장 방문 및 간담회’에서 “중국은 2030년까지 1800조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미국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작동해서 5000억 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720조원 이상에 해당되는 액수를 투자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대한민국은 작년에 통과된 AI 관련 예산이 1조8000억원이다. 100분의 1이 안 되는 것 같다”고 강하게 지적했다.안 위원장은 또 “AI 연구 인력이 중국은 41만 명이고, 미국은 20만 명 정도 된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다 합해서 2만 명이 안 된다. 10분의 1이 안 된다. 정말 속된 표현으로 사람을 갈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토로했다.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글로벌 인공지능 파트너십(GPAI)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3년 AI 기술 보유자 순유출 국가로 조사됐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순유입국이었으나 2023년부터 돌아선 셈이다. 개발자들의 연봉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이유가 첫손에 꼽힌다.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도 국내 AI 인재 확보에 문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OECD에서 최근에 나온 자료를 보면 국내 AI 인력이 다시 순유출됐다”며 “일본은 반대로 원래 순유출이었는데 정부의 노력으로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많다”며 “특히 원천기술을 응용해 서비스를 잘 만드는 산업 융합형 인재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시장을 확대하려면 활용도 늘려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기업 AI 기술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AI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은 30.6%에 그쳤다. 또 AI 기술의 활용 증가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는 ‘AI 분야 투자 및 R&D 지원’(51.4%), ‘AI 인프라 구축’(25%), ‘AI 인재 양성’(10.2%),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 개선’(7.8%) 등을 꼽았다.
양질의 데이터냐, 저작권 보호냐 ‘줄다리기’저작권도 AI 기술 발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로 거론된다. AI가 책이나 뉴스 콘텐트 등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해야 하는데 저작권 문제가 걸리곤 한다. 현재 AI 학습용 데이터의 저작권에 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신문협회는 국내·해외 기술 기업들이 언론사 뉴스를 생성형 AI 학습에 무단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국가 차원의 인터넷 공개데이터 학습 저작권 면책이나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AI 기본법, AI이용자보호법,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4중으로 중복됐다는 지적도 나온다.해외에서도 오픈AI 등 기술 기업들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피소되는 가운데 데이터 사용료를 내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국 하퍼콜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3년 계약을 체결해 논픽션 소설 한 권당 5000달러의 학습 데이터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김영섬 코난테크놀로지 대표는 “글로벌 AI 산업에서 데이터 윤리와 저작권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AI 기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법적·윤리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AI의 투명성과 공정한 데이터 사용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한 동맹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는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과 손을 잡았다. 이들은 기술협력,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KT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AI 사업 협력을 맺었고, 엔씨소프트와 구글 클라우드는 AI 분야와 클라우드 부문에서 글로벌 협업을 해나가기로 했다.김동환 대표도 “초기 시장이다 보니 경쟁보다는 시장을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협력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서로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할 경우 겹치는 것을 우려하는데 사실 그 안에서도 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협력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