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티투마루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할 만큼 원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에 더해 상용화 노하우까지 확보해 다양한 기업고객 니즈에 맞는 AI 시스템을 공급 중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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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는 개발자 출신 CEO라는 점에서 기술이나 시장 변화를 더 빨리 예측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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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올인한 사람이 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를 이끄는 김동환 대표다. 포털사이트 엠파스에서 검색엔진을 만든 개발자 출신인 김 대표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검색사업본부 본부장을 지낸 후 2015년 창업에 나섰다.“1990년대 말에 처음 엠파스에서 일을 할 땐 너무 재미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샘 작업을 했어요. 인터넷 시대 초기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아이디어 하나 내서 만들면 그걸 전 국민이 쓰게 되니까 뿌듯했죠.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는 밤에 아기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물어보곤 했잖아요. 그런데 인터넷이 생기면서 증상만 검색하면 어디가 왜 아픈지 알게 되고, 휴일에 문 여는 병원이나 약국도 바로 알 수 있죠. 이처럼 저희가 하고 있는 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김 대표는 지금의 AI 기술도 과거 인터넷처럼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에 사람이 쓰러지면 CCTV가 바로 캐치해 119에 자동으로 연락이 가고, 어르신들이 횡단보도에서 느리게 걸으면 AI가 시간을 예측해서 신호를 길게 잡아주기도 한다”며 예를 들었다. 그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원천기술에 상용화 능력까지 갖춰포티투마루는 국내 기업 중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술력 있는 AI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주요 솔루션으로는 AI 기반 질의응답 솔루션 QA42, 대화형 챗봇 챗42, 검색 솔루션 서치42 등이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초거대 언어모델 LLM42는 챗GPT 등 초거대 언어모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환각(엉뚱한 답변을 내뱉는 현상) 현상을 통합 인공지능독해(MRC)와 검색증강생성 기술인 ‘RAG42’의 엔지니어링으로 완벽하게 제거한다.김 대표는 “쉽게 얘기하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족집게 과외’와 ‘오픈북 테스트’를 같이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LLM의 경우, 답도 다 해주고 그림도 그려주지만 환각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커버리지는 넓은데 정확도는 80%대 초반이라는 설명이다.“환각을 보완하는 인공지능독해는 정확도가 98~99%라서 높은 편이지만, 커버리지가 좁다. 예를 들어 반도체 쪽이면, 반도체라는 주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모른다. RAG42는 모르는 것을 최신 정보를 검색해 찾아보는 기술이다.”이미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포티투마루는 지난 2018년 글로벌 AI 독해 경진대회 SQuAD2.0에서 구글 AI팀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주어진 문서를 읽고 이해한 후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는 MRC 테스트다. 2020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주관 글로벌 언어생성 경진대회인 GLGE 리더보드에서도 1위(생성형 AI 요약 분야)에 올랐다.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꾸준히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시리즈A에서는 하나금융투자 등을 비롯한 금융권 투자를, 지난해 시리즈B 투자에서 LG유플러스, 하나증권, 한글과컴퓨터, 네이버클라우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이미 2018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술을 인정받았다”며 “당시 10위권에 든 스타트업은 우리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우리 외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니면 대학 연구소들뿐이었다”는 말에서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김 대표는 이어 “AI 기술력도 있지만 상용화를 가능하게 하는 엔지니어링 기술 요소도 갖추었다”며 “이 점을 인정받아서 우리와 비즈니스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로부터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AI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상용화해서 제대로 활용하느냐는 포티투마루의 핵심 사업 방향이다.“우리가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하고, 원천기술에 대한 톱티어라고 자부하지만, 더 잘하는 게 상용화입니다. 금융도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다 다르잖아요. 우리는 그동안 고객에 맞춘 특화에 주력했고 엔지니어링도 자동차부터 조선해양, 로보틱스, 제철, 건설까지 해왔어요. 최근에는 법률, 헬스케어, 교육, 국방이나 공공행정 등을 특화하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어요. 스타트업으로서 사실 업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AI를 상용화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포티투마루는 상용화 기술뿐만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까지 갖췄다고 자부해요.”포티투마루의 주요 솔루션인 LLM42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신뢰성 인증(CAT)을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초거대 언어모델(LLM) 최초이자, 생성형 AI 기업으로서도 첫 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기까지 6개월가량 걸렸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기술만 보는 게 아니라 개발환경 인프라와 프로세스 등을 다 점검하고,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같은 성과를 거둔 데는 김 대표가 개발자 출신 CEO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는 “AI 시장이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기술 변화도 빠른데, 개발 베이스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분들보다 빨리 알고 시간도 덜 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IT 초창기에 ‘인터넷 1년이 굴뚝산업 10년’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10년이 AI 1년’이다. 정말 빨리 돌아가는데 다른 분들보다 시간을 덜 들이고 기술이나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딥시크 위기감… 국내 호들갑 vs 해외 객관적김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개발자 워크숍 ‘빌더 랩’에 참석해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을 만났다. 또 다양한 AI 관련 회의에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과 업계 관계자를 만나는 등 보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에게 딥시크와 관련한 업계 위기감에 대해 묻자 “국내와 해외를 나눠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해외에선 딥시크가 엄청난 충격까진 아닙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빨리 내놓긴 했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죠.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닐까 싶어요. 중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보안 문제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하고 있고요. 한편으로는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개발했다고 하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입니다.”김 대표는 딥시크가 기술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생성형 AI가 이제 추론형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거대 인공지능을 오픈AI가 먼저 터뜨렸다면, 추론형은 사실상 딥시크가 터뜨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좀 과장돼 있긴 하지만 저비용만큼은 확실하다는 진단이다.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추론형 시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AI 시장 수준이 넓은 범위에서 3위권 정도라고 진단했다.“(우리 수준이) 나쁘진 않아요. 미국이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고, 중국이 70~80% 수준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숨겨진 게 많아서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넓은 범위에서 보면 3위권 정도인 것 같습니다. 미국 빅테크와 비교하면 인프라도 부족하고, 데이터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지만 원천기술이나 가능성 부분에서는 글로벌 톱 수준에 뒤지진 않는다고 봅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여러 산업 분야에 활용하는 것, 즉 상용화가 중요합니다. 챗GPT가 나온 지 2년 3개월째이고,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이 나온 지도 12년이 됐어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라고 봅니다. 연구개발 관점에서도 투자를 많이 해서 기술도 세계 톱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산업 분야에서 AI를 잘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잠재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할 시점입니다.”우리나라 AI 시장이 더욱 발전하려면 기업가들의 ‘퍼스트 펭귄’ 정신이 필요하다는 건 김 대표의 또 다른 일침이다. 현재까지의 성과만 보더라도 이미 AI를 도입한 곳에선 50명이 1년 내내 하던 일을 AI 혼자서 2주 만에 끝내는 고효율에 도달한 수준이다. 시간도 단축하지만 사람이 작업했을 때의 오류도 없다. 김 대표는 “하지만 아직도 망설이는 곳이 많다”며 “퍼스트 펭귄처럼 먼저 뛰어들기보다는 ‘다른 데서 하고 나면 우리도 하자’는 식이 많은데 리더들이 조금 더 진취적으로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투자도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소프트웨어보다는 AI반도체에 투자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AI에 대한 투자를 얘기할 때 AI반도체까지 포함해서 얘기해요. 반도체는 반도체고 AI는 AI인데 그 안을 뜯어서 보면 AI반도체가 거의 80~90%입니다. 그러니 착시가 나타납니다. 딥시크가 나오면서 국가 AI컴퓨팅 센터 일정을 앞당기고 예산도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계획은 제대로 나온 게 없어요. AI 관련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김 대표는 현재 상황을 AI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판단하고,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확산 초기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분석이다. 포티투마루도 당장의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2~3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정말 2~3년 뒤에 큰 장이 들어섰을 때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를 고민하며 대비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느리게 가더라도 크게 가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상장도 주관사 선정 등 실무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당장 구체적인 기업공개(IPO) 계획은 없다. 특례 상장의 경우라도, 일반 상장에 버금갈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해외 진출의 경우 과거엔 유럽을 눈여겨봤다면 최근에는 중동을 1순위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유럽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 런던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했었는데 팬데믹으로 접어둔 상황”이라며 “지금은 중동을 1순위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동 지역은 국가 차원에서 앞다퉈 AI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추세다.“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네옴시티 콘셉트가 스마트시티인 만큼 AI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아랍에미리트에서도 디지털청과 손잡고 AI 플랫폼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중동이 우리의 주력 시장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