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고려 개국공신 왕규 

개혁 주창한 濟世의 경륜가인가,왕위 찬탈 노린 권력욕의 화신인가 

전기웅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vspace="5" hspace="5" align="left">

945년 한여름밤. 개경의 왕궁.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짙은 어둠을 타고 한 무리의 사내들이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멈춘 곳은 국왕의 침전인 신덕전(神德殿)이었다. 신덕전 안에는 혜종이 잠들어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위풍있어 보이는 사내가 잠시 묵묵히 바라보다 이윽고 왕의 침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은 재빨리 담벽에 달라붙어 허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벽에는 한사람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열리고 사내들은 칼을 빼들고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그러나 국왕이 누워 있어야 할 침전은 텅빈 채 황촉불만이 인기척에 놀란 듯 펄럭이며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는 잠시 망연한 채 빈 침전을 쏘아보았다. 또 실패로구나.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405호 (2024.04.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