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모르는 사람이 아름다워요 

 

김이듬
돌연, 바로 지금 우리가 만나, 야, 그동안 잘 지냈어? 이건 뭐 완전히,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왜 딱 부러지게, 오지 말라 말 못했나? 지금 오고 있다는데, 막 도착한다는데, 미리미리 부드럽게 피부를 만져둘 걸, 여태 긴 머리에 기타를 끼고 살진 않겠지? 부러뜨렸을지 몰라, 기억할까? 계곡에 엠티 갔던 날, 둘이서 발 담그고 바라봤던 반짝거리던 돌멩이, 물 위로 떠가던 흰 꽃잎들도, 모두가 잠든 사이 우린 빠져나갔지, 입맞춤을 했었나? 걔 손을 끌어당겨 티셔츠 안에 넣었었나? 그 어슴어슴하고 푸르스레한 빛의 숲이 있긴 있었나?



창가에 서서 머리를 빗었지, 빗속을 천천히 배회하던 고양이, 화들짝 경적소리에 튕겨 담장 위로 날았다 도로로 뛰어갔네, 그대로 사라졌어. 그런 때가 있었나, 네 말에 흠칫 놀라 난 어디로 달려갔나? 그 물에 흰 꽃잎들마냥 그냥 저냥 떠내려 왔나? 어떻게 찾아왔니? 몇 광년을 거슬러 가을 저녁, 느닷없이 문 두드리는 널 몰라볼 수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돼 만났다면 기쁠 텐데, 뭐 하러 미리미리 가쁜 숨을 몰아 쉬나? 왜 이다지 희뿌옇게 공기는 빛나는가? 얼굴을 만지긴 만지는데 왜 이런가? 어째서 실감은 천천히 오나? 네가 아니라고, 왜 난 딱 부러지게 말을 못하나?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호 (2009.10.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