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심층취재 - 돈을 갖고 튀어라? 외국계 기업들의 ‘마이웨이’ 경영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배당금으로 매년 수백억∼수천억 원 챙기면서 사회적 책임에는 ‘나몰라라’…국내 영업활동서 거둔 이익 나누는 ‘분배 경영’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된다. 새 정부 들어 국내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2011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주최한 ‘글로벌 CRS 회의’.



새 정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다시 주목 받는다. 상생과 나눔이 핵심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경쟁하듯이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무풍지대도 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기업은 사회적 책임 강화보다 이익 창출에만 관심을 쏟는 듯하다. 일부 기업은 외부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먹튀’ 행태를 보여 비난을 받는다. <월간중앙>이 그 실태를 들여다보았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이익을 거두고 도망가는 ‘먹튀’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일부 업종의 기업은 그렇다. 이제는 그런 부정적 모습을 불식시킬 수 있는 자세나 태도의 변화, 즉 사회적 책임 활동이 필요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김한기(45) 경제정책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은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대기업의 그늘에 숨어 사회적 책임에서 면죄부를 받아왔다”며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스스로 사회적 책임 활동에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철학에, 올해 초 주요 그룹 총수들도 일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새해의 경영 화두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국민적 기대감도 높다는 의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되는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SR을 국내 대기업에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한국은 외국자본 유치에만 치중한 나머지 외국계 기업에는 CSR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 유치에 감사(?)하며 세제 감면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데에만 골몰했을 정도다. 참담한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먹튀’ 론스타 사건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천 영종도에 외국계 카지노 기업의 진출을 둘러싸고 ‘먹튀’ 논란이 재현되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투자는 바람직하지만, 혜택을 주는 만큼 이제는 그들에게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CSR에 충실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CSR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세계적 추세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 중국·브라질 등은 자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에 CSR을 거세게 요구한다. 중국에서는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이후 기부가 적은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코카콜라·KFC·노키아 등이 ‘불매 대상 기업’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중국 정부도 외국계 기업들에 대해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2011년 말 중국 국무성 산하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은 CSR 활동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지수가 낮게 나온 기업들은 CSR 강화를 앞다퉈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외국계 기업에 대해 CSR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일선(40) 한국CXO연구소장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 CSR 요구가 치중된 덕분에 외국계 기업은 CSR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무임승차한 승차료를 받아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기위해서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전형적 ‘먹튀’인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CSR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 소장의 말처럼 외국계 금융회사가 배당으로 가져가는 돈은 매년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른다. 이들의 *배당성향(배당률)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보다 수십∼수백 배 높다. 이는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측면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국내 투자나 고용 확대 등 부가적 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박대동 의원실(새누리당)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최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은 2011년 사회공헌 활동에 169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당기순이익(1조4552억원)에서 불과 1.2%의 금액이다. 이는 조사대상 17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미국계 한국씨티은행은 당기순이익(2753억원)의 2.3%(64억원)를 사회공헌금액으로 사용해 최하위를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국내 전체 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평균 비율은 5.65%에 이른다.

자국에선 CSR ‘최선’ 국내선 ‘나몰라라’

시중은행 가운데 100%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농협은 사회공헌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농협은 2011년 1236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쏟아부었다. 당기순이익(5971억원)의 20.70%에 해당한다.

얼추 봐도 한국씨티은행의 9배, 외환은행의 20배나 많다. 국내 지방은행들도 외국계 은행보다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하지 않았다. 일부 지방은행은 전년도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났지만 사회공헌기금을 오히려 늘렸다.

경남은행은 2011년 당기순이익이 798억원으로 전년도(1443억원)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하지만 사회공헌기금은 2010년 67억원(4.64%)에서 122억원(15.3%)으로 두배가량 늘렸다. 전북은행 역시 2011년 당기순이익(523억원)이 전년도(613억원)에 비해 90억원 줄었지만 사회공헌기금은 2010년 88억원에서 2011년 92억원으로 4억원 증가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2011년 각각 333억원, 215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는 등 당기순이익의 8%가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문제는 이들 외국계 은행이 자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적이었다는 데 있다. 사회공헌사업 여력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씨티은행은 총 2억 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적으로 비영리기관, 시민단체, 학교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금융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씨티은행은 2007년 사회공헌 공로를 인정받아 <포춘>이 선정한 ‘존경 받는 기업’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본사가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 기업 구조상 한국지사장의 권한으로 기부금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외국계 은행은 국내에서 거둔 수익 중 얼마를 배당금으로 챙길까. 국내 양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은 매년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겨왔다.

고배당 ‘킹’은 단연 SC은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4300억원 중 2000억원(중간배당 1000억원 포함)을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46.5%에 달했다. SC은행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영국계 금융회사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당초 2000억원을 결산 배당하려다가 금융당국의 제동에 배당 규모를 1000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9월에도 2000억원을 중간배당하려다 배당규모를 1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원래 계획대로 배당했다면 SC은행은 중간과 결산 배당을 통해 2012회계연도에 총 4000억원을 배당하게 된다.

이는 순이익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규모다. 배당성향은 무려 93%다. 국내 시중은행의 평균배당 성향이 20%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배당이다. ‘마이웨이 경영’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SC은행은 2010년에도 배당금으로 2000억원, 2009년에는 2500억원을 챙겼다.

한국씨티은행도 배당률에 관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000억원가량 중 800억원을 중간배당했다. 결산배당은 하지 않았다. 전년도에 비해 순이익이 4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다. 2010년엔 순이익 4600억원 중 30%에 가까운 1300억원을 중간배당액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이 때문일까? 고배당을 향한 이들의 ‘마이웨이 경영’은 또 다른 의혹을 낳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 “금융권이 고배당을 결정하면 금융당국의 제동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SC은행도 그랬다. 그래서 SC은행은 금감원의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배당 규모를 부풀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지난해 중간 배당때 이미 금감원의 강력한 제동에 걸렸는데, 올해 다시 순익의 거의 100%를 배당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행태아닌가.”

SC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최상위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고, 잉여이익의 일정부분을 쌓아두고 나머지 재원으로 배당할 뿐이다”고 답했다. 임효창(48) 서울여대(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경영활동은 존중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권력을 가진 기업이 지나치게 수익의 배분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 경향이 크다”며 “이익의 사회적 배분이라는 측면과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기업에 한국은 ‘봉’?

국내 시중은행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과징 배당률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지주)는 지난해 주당 700원, 총 3939억원을 배당키로 결정했다. 전년에 비해 무려 37%나 줄어든 금액이다.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와 지방금융지주인 BS금융지주(이하 BS)와 DGB금융지주(이하 DGB)도 마찬가지다. KB금융은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전년(720원)보다 120원 낮아진 60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총액도 464억원 줄었다. BS와 DGB도 전년보다 주당 20원 줄어든 33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각각 39억원, 27억원 감소했다. 다만 순이익 감소로 배당 성향은 소폭 증가했다. KB금융은 11.7%에서 13.1%로, BS는 16.9%에서 17.7%로, DGB는 15.3%에서 16.2%로 각각 늘었다.

반면 SC은행의 배당성향은 2010년 62.04%에서 2011년 78.14%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 동안 순이익은 3222억원(2010년)에서 2560억원(2011년)으로 700억원가량 줄었다. 2012년에도 SC은행은 50%에 가까운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의 높은 배당성향은 국부 유출은 물론,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게다가 순익이 감소하는데도 고배당을 유지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배당성향을 줄이고 있는 것은 순익이 전년 대비 20%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며 “외국계 은행도 같은 처지인데 높은 배당을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외국계 기업, CSR은 ‘동네슈퍼’

그러면 국내에 진출한 일반 외국계 기업들의 CSR 참여는 어떨까?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주요 외국계 기업(연매출 250억원 이상 50곳·2011년 기준)의 평균 기부금은 4억6000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이들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74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06%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200개 대기업의 평균치 0.2%(전국경제인연합회조사·2011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영업이익과 비교해보면 1.1%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0.1%포인트 줄어든 금액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약업이 3.6%로 가장 높았다. 그 밖에 금융(0.8%), 유통(0.6%), 명품(0.5%), 전자(0.4%), 자동차(0.3%)는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 제약업이 기부금을 많이 내는 것은 경쟁력과 제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제약업종의 경우 외국계 기업의 경쟁력이 국내 제약업체를 압도한다. 당연히 매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내 진출한 제약업체는 영업 위주 아닌가. 생산시설이나 연구소 등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기부금을 많이 내놓는 것이다.”

오일선 소장은 강화된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약업체로부터 기부금을 전달받은 곳이 대부분 병원이나 병원이 운영하는 재단이었다. ‘리베이트 쌍벌제’ 규정으로 병원 측에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못하니 기부금 형태로 홍보하는 것으로 본다.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금이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계 기업들이 이렇게 기부에 인색한 것은 왜일까? 오 소장의 설명이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제품가격을 올리며 매출을 올리는 데만 관심을 쏟는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기부금 등 사회공헌활동에 무관심하니 기부금이 많게 나올 리 없다.

명품이나 자동차 등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외국계 기업이 기부금을 적게 내는 것이 그 근거다. 일부 외국계 기업은 고용창출과 성실한 세금 납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기부금을 포함한 사회공헌활동도 펼쳐야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된다.”

오 소장은 한국 시장의 한계성도 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볼 때 중국이나 인도, 아프리카 등은 성장 잠재력이 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CSR에 다소 소홀히 여기는 측면이 있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 가운데 CSR 활동에 적극적인 대표적 기업이 S-Oil이다.

S-Oil은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통해 거둔 이익을 사회공헌활동뿐만 아니라 시설 확충과 고용창출 등에 재투자하는 등 CSR의 모범적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S-Oil은 대규모 고도화시설(벙커C 크래킹센터, 이하 BCC) 완공, 아로마틱 콤플렉스 건설 등 국내 타 정유업체보다 한발 빠른 시설투자로 국내 석유화학산업 중흥의 밑거름을 닦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Oil의 최대 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 이하 아람코)다. 아람코는 1991년 S-Oil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34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5%를 매입했다. 1999년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사우디아람코가 진출한 후 S-Oil의 변신은 시작된다.

아람코는 1991년 BCC 건설에 착공, 7년 만인 1997년 4월 1차 고도화시설을 완공했다. 이어 자일렌센터, 제2 벙커C탈황시설 등을 완공하면서 BCC 건설을 마무리했다. BCC건설에 투입된 총 사업비만도 1조5000억원으로,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였다. BCC 완공으로 S-Oil은 쌍용정유 당시 9만 배럴의 생산량을 58만 배럴까지 늘였다.




외국계 기업 CSR 롤모델, S-Oil

제2차 대규모 투자는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아로마틱 콤플렉스’로 불리는 파라자일렌 생산시설 건립이 그것이다. 울산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의 일환인 아로마틱 콤플렉스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개질해 화학섬유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과 벤젠을 생산하는 설비다. 이 사업에는 총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투자를 통해 고용창출과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등 기업 CSR활동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S-Oil 관계자는 “BCC는 단순 제조업으로만 인식되던 국내정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탈바꿈시킨 정유산업 역사를 바꿔 놓은 시설로 평가된다”며 “아로마틱 콤플렉스 역시 석유화학부문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 투자가 기업과 사회가 윈윈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창출의 신사업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il은 투자를 통한 CSR활동과 함께 ‘이익의 사회 분배’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대표적인 것이 ‘햇살나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영웅·환경·이웃사회라는 ‘사회공헌활동 3대 지킴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2006년부터 시작한 소방영웅 지킴이 캠페인은 순직 소방관 가족 대상 위로금과 자녀학자금 지원, 모범소방관 표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웃을 구한 의로운 시민을 선정해 매년 ‘올해의 시민영웅’ 시상식도 가진다.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멸종 위기에 놓인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천연기념물 지킴이’ 캠페인과 ‘지역사회 지킴이’ 사업도 펼친다. S-Oil은 2007년 지역기업 최초로 S-Oil 울산복지재단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울산의 역사·문화 상징물인 태화루 복원을 위해 1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S-Oil의 사회공헌은 ‘참여’라는 원칙에 충실하다. 회사 관계자는 “전국 6개 지역봉사단에 가입된 2300여 명의 임직원이 지역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친다”며 “특히 1개 부서와 1개 기관이 결연을 맺어 지역 소외계층을 돌보는 지역 밀착형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의 참뜻을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사적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지속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소외계층을 돌보는 등 지역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과 투자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 등 두 가지가 있다”며 “S-Oil은 이 두가지의 책임에 동참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자국으로 생각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CEO의 마인드도 S-Oil이 CSR 활동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정유 3사의 사회공헌활동현황을 조사했는데 1위가 아이러니하게도 외국계 기업인 S-Oil이었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투자는 물론,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 CSR이다. S-Oil이 그 롤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회사인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는 CSR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추진해 왔다. ‘경상이익의 2% 이상을 기부한다’는 원칙이 그것이다.

1997년 9월 설립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마트와 미국법인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 Inc.)이 각각 50%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스타벅스는 ‘사회적 책임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기업철학으로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쳐왔다.


매년 현금기부와 현물기부, 자원봉사 활동 등에 수억 원의 사회공헌 기여금을 지출한다. 지난해에는 경상이익의 2.5%에 이르는 6억7000여 만원의 사회공헌 기여금을 지출했다. 기여금 중 현금기부가 58.9%로 가장 많았으며, 현물 기부(24.6%), 자원봉사 활동(16.5%)이 뒤를 따랐다.

‘환경보호와 동반성장’ 스타벅스식 CSR

현금·현물기부 외에 펼치는 자원봉사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본사 차원의 행사와 국내 실정에 맞게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진행하는 행사로 구분된다. 본사 차원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은 ‘지구촌 봉사의 달’이다.

2011년 이후 두 번째 행사가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다. 전국 45개 도시 400여 매장에서 80여개 지역사회단체와 연계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40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또한 2007년부터 동방사회복지회와 영아 돌보기, 싱글맘 카페를 위한 바리스타들의 재능기부, 경기도 고양시 일산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하는 하천 정화운동 등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회사 홍보사회공헌팀 송혜경 과장은 “스타벅스의 사회공헌 특징은 윤리구매, 환경보호, 지역사회 참여 등 3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며 “서로에게 그리고 지구 환경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게 스타벅스의 철학이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사회공헌 활동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위해 매년 스타벅스 CSR 연례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이 CSR 활동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 소장은 “CSR을 잘하는 기업이 한국에서 성공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외국계 기업도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는다”며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사회공헌 현황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명이다. 이익의 분배 대상이 특정 집단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라든지, 단기간 이익금 대신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든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갖는 등의 사명을 가져야 사회적 책임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외국계 기업은 지금껏 보여준 행태에서 그런 사명의식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들 기업의 의식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묘안이 필요하다.

201304호 (2013.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