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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경기] ‘기후도지사’ 김동연, ‘RE100’ 비전에 진심을 더하다 

기후위기, 도전을 넘어 변화로 “반드시 해낸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일회용품 저감·태양광 확대·기후테크 육성 등 RE100 본격 추진
기후주간 맞아 다양한 행사로 도민 참여 넓히고 제도 개선 촉구


▎지난 1월 2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1회용품 줄이기 실천 선언식’ 참석자들이 텀블러를 들어 다회용기 사용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좋아하는 직함이 있다. 바로 ‘기후도지사’라는 별칭이다. 정식 직함은 아니지만, 김 지사의 최고 관심사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단어다. 실제로 경기도가 펼치는 기후·환경 정책의 면면을 보면 ‘기후에 진심’인 김 지사의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지난해 4월, 오늘의 ‘기후위기를 내일의 성장기회로’라는 슬로건으로 경기 RE100 비전을 선포한 이후 경기도의 기후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발전 비중 30% 달성,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된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분야는 에너지 부문이다. 경기 RE100은 공공·기업·도민·산업 4개 분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자립 실현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공공 RE100은 김 지사의 임기 안에 경기도 산하 28개 공공기관 본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100% 달성을 추가하고 있다. 공공기관 청사 옥상과 주차장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경기도 북부청사에 도민 참여형 발전소가 설치돼 첫 결실을 맺었다.

산업단지, 에너지 소외 지역 중심 태양광 보급 확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청 내 다회용 컵 수거함에 사용한 컵을 반납하고 있다. 경기도청사 내 커피숍과 배달음식 업체의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한 뒤 청사 일회용 컵 구매액이 68% 감소했다. / 사진:경기도
기업 RE100 관련 사업들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에넬엑스코리아와 한국중부발전 컨소시엄이 태양광 설비에 700억원을 투자해 향후 20년간 삼성전자에 45MW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최초로 민간 주도 재생에너지 의무화 산단인 ‘화성 H-테크노밸리’를 조성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민간투자 4조원을 유치해 2026년까지 193개 산단에 태양광 2.8GW를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기로 민간과 뜻을 모았다.

도민 RE100은 참여하는 도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1가구 1발전소’ 사업을 통해 아파트와 주택 태양광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국비가 54% 삭감되자 오히려 도비를 200% 증액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태양광을 보급해 73개 마을이 전력 자립을 이뤘다. 마을 단위로 상업용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여기서 얻은 전기 판매수익을 주민에게 제공하는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 조성사업에는 5개 마을, 142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마을 주민 출자 수익률 25%가 기회소득으로 배당된다. 올해는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인 ‘경기 햇빛농장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농가 소득을 높여 농촌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또 7월에는 ‘기후행동기회소득 플랫폼’을 선보인다. 교통·에너지·자원순환·인식제고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콘텐츠로 도민 참여를 유도한다.

RE100을 산업적으로 활용해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들도 가동된다. 우선 탄소중립펀드 1030억원을 활용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기후테크 100’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26년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개사를 발굴하는 게 목표다. 기후·에너지 종합 데이터 플랫폼인 ‘경기 RE100 플랫폼’도 구축된다. 경기 RE100 플랫폼에는 태양광 RE100 국제 인증체계와 시스템을 갖춰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량을 인증하고 이를 거래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거래 플랫폼도 탑재된다.

다만 문제는 기후 정책에 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다. 경기도가 경각심을 갖고 RE100을 비롯한 기후·환경 정책을 전개하는 것과 달리 정부 기조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일회용품 저감정책을 철회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소비자 편의 증진을 이유로 들어 종이컵을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하고,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비닐봉지 단속 및 과태료 부과도 중단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도 동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는 도청사 내 카페와 배달음식의 일회용품 사용과 반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청사 일회용 컵 구매액이 68%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지만,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상태다. 민간 부문에서도 9개 시·군, 음식배달, 장례식장 등 550곳이 다회용기 대여·수거·세척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국비 부족으로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 폐지·예산 삮감… 후퇴하는 정부 기후정책


▎경기도 공공 RE100 일환으로 지난 1월 의정부의 경기도 북부청사에 도민 참여형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됐다. 공공 RE100은 김동연 지사 임기 안에 경기도 산하 28개 공공기관 본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10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지사가 북부청사 옥상의 태양광 발전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 RE100도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뜻하는 RE100이 아닌 CFE100(원자력 등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이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에서 21.6%로 축소하고 올해 재생에너지 예산은 1조490억원에서 605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인센티브도 줄이거나 폐지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PF 금융 승인액은 2021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97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 계약제를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경매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경기도 내 상업용 태양광 설비 용량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반면, 중앙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로 전국적인 설비 용량은 8% 감소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가 지속적인 투자와 확장을 이어갔음을 보여준다.

경기도는 기후 위기를 성장 기회로 만들기 위해 RE100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인 데다 녹색경제 선점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2030년부터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전면 도입할 경우 국내 총부담액은 약 8조원으로 추정된다. 기후 대재앙을 향하는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은 5년이다. 평균 기온 1.5℃는 기후 대재앙이 시작되는 임계점이다. 앞서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의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을 억제하자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경기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기 RE10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른바 ‘RE100 3법’이라고 불리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영농형 탱양광 지원법제정·산업입지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경기도가 바라는 제도 개선 입법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당선인 7명이 RE100 및 탄소중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도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총선 기후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약사업에는 공공기관 건물과 철도, 도로 등에 RE100 적용, 경기 남동부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RE100 산단 조성 등이 포함돼 경기 RE100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제54회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기후변화 주간’으로 정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인 경기도 기후변화 주간은 특히 시화호 조성 30주년을 맞아 시흥시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한때 ‘죽음의 호수’라 불렸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생태호수로 되살아난 시화호는 인위적인 환경 조작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부르는지 여실히 보여준 생생한 환경교육 현장이다.

경기도 기후변화 주간 계기 기후행동 인식 확산

시흥시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온·오프라인에서 19개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20일에는 시화호 거북섬에서 지구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시화호 30주년을 돌아보고 기후위기 시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지자체와 시민의 역할을 모색하는 좌담회에는 경기도 기후대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생태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눈다. 저녁에는 유명 가수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지구의 날 기후 환경 콘서트가 거북섬에서 열린다.

이 밖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각적인 경기도 정책을 엿볼 수 있는 행사도 지구주간 내내 이어진다. 20일에는 ‘경기도 기후테크 100 비전 선포식’과 함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경기도의 독자적인 프로젝트 ‘경기도 기후테크 100’ 추진 전략을 발표한다.

이 밖에 행사장 일대에는 경기 RE100과 시화호 30주년, 다회용기 보급 홍보관과 다회용기를 활용한 테이크아웃 푸드 존, 업사이클 팝업 스토어 등이 있는 체험 존과 플리마켓 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또 태양광 모형 자동차 대회, 지구 환경 지키기 그림대회, 경기 생물 다양성 탐사(생태계 보물찾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된다. 온라인에선 기후 및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 정책 전환과 RE100 관련 3법(신재생에너지법·영농형 태양광지원법·산업입지법) 입법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해 RE100에 대한 경기도민의 뜻을 한데 모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할 예정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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