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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경기] 경기도 새로운 돌봄 패키지 ‘360도 돌봄’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곳에서 누구에게나… 빈틈없는 돌봄 끝판왕!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연령·소득 무관하게 위기상황에 놓인 도민 ‘누구나’
아이 돌봄 필요한 가정이라면 원하는 시간 ‘언제나’
야간·주말 언제든 가능한 장애인 맞춤 돌봄 ‘어디나’


▎경기도가 기존 돌봄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돌봄 패키지 ‘360도 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360도 돌봄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누구나 일상에서 돌봄이 필요한 거의 모든 상황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사진:경기도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사는 이지은(가명·37) 씨는 지난해 말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아이에게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 선택한 결정이지만,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특히 갑자기 업무와 관련한 미팅이 잡히거나 밖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생길 때 난처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급하게 아이를 돌볼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갑작스레 돌봄이 필요한 사정은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연로하신 부모를 모실 때, 또 갑자기 닥친 사고나 병환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등 돌봄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맞벌이가 보편화된 요즘은 필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쉽지 않다. 전문 도우미의 손길을 빌리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경기도민이라면 이런 예측하기 어려운 돌봄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경기도가 누구나, 언제나, 어디나 돌봄을 지원하는 공공서비스를 내놨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토털 돌봄 정책인 ‘360도 돌봄’ 서비스는 연령과 소득 제한을 두지 않고 위기상황에 놓인 도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돌봄은 시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투자”라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철학이 반영됐다. 360도 돌봄 정책 중 누구나 돌봄은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우선 15개 시·군에서 시행하고 향후 31개 시·군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사회공동체가 같이 돌봄을 하며 함께 가야 사회가 지속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돌봄을 통해 빈 곳을 360도 전부 채우고 싶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이와 같은 돌봄정책 패키지를 내게 됐다”는 게 360도 돌봄의 탄생배경이다.

누구나 돌봄은 기본형 5개 분야(일시보호·생활돌봄·동행돌봄·주거안전·식사지원·일시보호)와 확대 2개 분야(재활돌봄·심리상담) 등 최대 7개 분야의 서비스로 이뤄져 있다. 지자체에 따라 서비스 제공 항목이 다르다. 기본형 5개 분야는 용인·평택·화성·부천·광명·양평·과천·가평·연천 등 9개 시·군이 참여했다. 기본형에 2개 분야를 더한 확대형은 시흥·이천·안성·파주·포천·남양주 등 6개 시가 참여하고 있다.

외출 동행부터 가정 돌봄, 심리상담까지 촘촘히


▎ 사진:경기도
경기도 누구나 돌봄 서비스는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돌봄 수요를 망라한다.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신체활동이나 식사 준비 등 가사활동을 돕는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병 등 병원 진료 때문에 외출이 필요한 경우에도 동행 돌봄을 받을 수 있다. 혼자 사는 노인 등의 가정에 형광등을 교체하거나 방충망 수리 등 간단한 보수를 하는 것도 주거안전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거동할 수 없어서 기본적인 식생활 유지가 곤란한 경우에는 도시락을 배달해준다. 가정에서 돌봄이 어려운 경우에는 일정 기간 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수술하고 퇴원 후, 신체기능 저하 등 일상 생활 수행능력 향상이 필요한 경우, 맞춤형 운동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울, 불안, 강박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전문 상담사가 방문해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든 서비스는 1인당 연간 최대 15일(심리상담, 주거안전은 최대 10회) 이내, 한 번에 4시간 이내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연간 150만원 이내에서 비용을 지원하는데, 소득 수준에 따라 자부담이 있다. 중위소득 120% 이하는 전액 지원하고, 120% 초과~150% 이하는 절반을, 150% 초과는 자부담으로 차이를 뒀다. 경기도 인구 1400만 명 중 중위소득 150% 이하가 1087만 명(77%)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4명 중 3명은 절반 이상 지원금을 받는 셈이다.

360도 돌봄이 특별한 건 기존 정책과 다른 여러 특징 때문이다. 우선 ‘누구나’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연령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위기상황에 놓인 모든 도민을 지원한다. 기존의 돌봄 정책들은 대개 소득 수준이나 가족 형태 등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또 정책마다 담당하는 기관이 달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마치 미로 찾기처럼 복잡하고 어려웠다.

시간·공간 늘리고 돌봄공동체로 기회소득도


▎지난해 12월 7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 360° 돌봄 정책토론회’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360도 돌봄정책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노인의 안전지원, 사회참여, 생활교육, 일상생활 지원 등을 돕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의 경우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수급자만 이용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중위소득 150%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경기도의 360도 돌봄은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도민을 돌봄 체계로 편입시켰다. 단순한 차이 같지만, 돌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기존 돌봄 정책이 소득·재산 중심이었다면, 경기도의 360도 돌봄은 위기상황을 중심으로 돌봄의 기준을 바꿨다.

시간도 크게 늘렸다. 기존 돌봄 정책은 주로 일과시간이나 부모의 취업 시기에 맞춰 운영했다. 이 때문에 야간 등의 일과 이후에 발생하는 긴급한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360도 돌봄은 취업 여부나 시간대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확대하고, 긴급 돌봄 서비스를 강화했다.

기존 돌봄이 주로 집이나 학교에서 이뤄졌다면, 360도 돌봄은 다양한 공간으로 저변이 넓어졌다. 현재 300곳인 다함께돌봄센터는 2026년까지 5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시간과 관계없이 아동 돌봄이 가능하도록 주말·평일·야간 돌봄과 연계된 돌봄 핫라인 콜센터도 운영한다.

가령 방학 기간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 프로그램의 경우 인원이 한정적이어서 1순위인 맞벌이 가구가 아니면 이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갑자기 생긴 사정 때문에 발생하는 일회성 돌봄 수요를 받아주는 곳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초등학생과 만 2세 아이를 키우는 회사원 A씨는 “남편과 동시에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갑자기 아이를 마음놓고 맡길 방법이 없다.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칼퇴근’하는 걸 원칙으로 정했지만, 감수해야 할 불이익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초등학교 돌봄교실 부족으로 아이를 맡기기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1학교 안심돌봄’을 마련했다.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운영 중인 돌봄교실이나 다함께돌봄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천시는 경기도에서 최초로 24시간 아이돌봄센터를 3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이천시청 앞 부악관 1층에 들어서는 돌봄센터는 0세부터 12세까지 최대 35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센터장과 돌봄교사 6명이 상주하며,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이천에는 24시간 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다.

기관마다 제각각이어서 나에게 꼭 맞는 돌봄 서비스를 찾기가 번거로운 점을 통합 지원으로 극복했다. 12세 이하 아동의 긴급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는 상담에서 시설·가정 돌봄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역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360도 돌봄의 특징이다. 과거 할아버지, 할머니나 마을공동체가 아이들을 함께 돌봤던 것에서 착안해 주민들이 함께 모여 아동을 돌보면 기회소득을 제공한다. 생후 24~48개월 미만 아동을 친척이나 가족 등에게 맡기는 가정에도 가족 돌봄수당을 지급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돌봄에 비해 생활 밀착적이고 공동체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동연 지사 “경기도 복지는 시혜 아닌 투자”

24시간 돌봄 체계는 아이를 양육하는 맞벌이 가구뿐만 아니라 일생생활에서 돌봄 수요가 높은 장애 가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최근 ‘최중증발달장애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돌봄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6%가 공적 돌봄 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돌봄이 가장 필요한 시간대는 평일 오후(낮 12시~오후 6시)가 66.3%로 가장 높았고, 평일 저녁(오후 6~10시)과 오전(오전 6시~낮 12시)도 각각 44.2%, 43.5%로 높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기도는 장애인 돌봄 서비스 제공 시간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기존 중증장애 중심으로 이뤄졌던 장애 돌봄 서비스를 경증까지 확대한다. 또 서비스 제공 시간도 평일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뿐만 아니라 야간(오후 6시~밤 12시)과 휴일(오전 9시~오후 6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정기적인 돌봄 수요에 집중했으나, 앞으로는 긴급 단시간 돌봄과 문화·여가활동, 사회관계 증진을 돕는 방향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3월 초부터 1차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기도가 추구하는 복지의 방향은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투자”라며 “1400만 도민 누구나 복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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