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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 오바마 방한 앞두고 북한이 핵카드 만지작거린 이유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은 동북아 지역 내의 군비경쟁과 핵 도미노 현상을 자극…미국·중국은 이 지역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원치 않는다

1 북한이 2012년 평북 동창리에서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북한은 대륙 간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2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해 2월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시민들이 북한 핵실험 관련 긴급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언제 어떻게 감행할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4일 ‘미국은 현실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종화된 북한 핵타격 수단의 주된 과녁이 미국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며 “반세기 이상에 걸친 미국의 끈질긴 핵위협 공갈에 종지부를 찍고 침략의 본거지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하는 것이 북한 핵보유의 유일무이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당초에는 북한이 4월 25∼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에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전후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우리 국방부는 4월 22일 북한은 언제든 기술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있고 사실상 모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4월 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비한 통합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특이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과거 행태로 볼 때도 핵실험을 실시하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2006년, 2009년, 2013년 등 3차례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일정한 규칙을 보여왔다. 북한 외무성이 핵실험을 감행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한 달 내에 이를 이행한 것을 말한다. 실제로 북한의 1∼3차 핵실험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 조치→핵실험 예고→핵실험 감행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막판 핵실험까지 가는 방식이다.

올해도 북한은 3월 26일 노동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에 대응해 유엔안보리가 같은 달 28일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이틀 뒤인 30일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에는 이 규칙을 따르지 않고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았다. ‘38노스’도 5월 14일 최근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차량의 움직임이나 각종 상자의 이동 상황을 보면 일상적인 작업으로 판단되며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남쪽 정문구역 두 개의 갱도 입구에서 활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앞서 촬영한 사진보다는 움직임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었다.

미 대통령에게 상처 주는 전략

북한의 의도는 앞으로 핵실험 실시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국제사회를 계속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을 직접 겨냥한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오는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통해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라는 상처를 안긴 데 이어 대북정책의 전환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미국 정치권에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그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섰고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를 거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번에도 중간선거가 즈음한 시기에 핵실험을 실시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공약으로 내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혀 정책전환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진일보된 기술과 능력을 보여준다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북한이 오는 8월 실시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 훈련에 맞춰 군사적인 시위 차원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유엔에서 대응조치가 나오면 10월께 핵실험을 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설득과 압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는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하지 말 것을 주문해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한·미·일 안보협력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우려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하는 등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전략의 명분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상회담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식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에 압박도 가했다. 실제로 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중국군 주력 부대인 인민해방군 선양군구 산하 39집단군(군단)이 4월 26일 ‘긴급출동’ 강화 훈련을 펼쳤다. 중국의 7대 군구 중 하나인 선양군구는 장성택 처형이 이뤄진 지난해 12월에도 3천여 명을 동원해 백두산 일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5월 12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은 고강도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감행할 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실시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목표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분명히 제4차 핵실험은 물론 앞으로 5, 6차 핵실험까지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은 이미 결정된 정책으로 앞으로 계속 강행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정치적 측면으로 볼 때 한반도의 군사적 불균형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체제 안전보장의 근본적인 수단이자 한·미가 북한을 침략하지 못하게 하는 핵억제력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을 맡으며 6자회담에 수차례 참여했으며, 2005년 9·19 공동 성명이 발표됐을 때 초안 작성에 관여했다. 양 연구원의 지적처럼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한·미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항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해 최전방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한 김정은 북한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쌍안경을 이용해 서해 쪽을 살펴보고 있다.



北, 복수의 핵폭탄 동시 실험 가능성도

북한은 2012년 5월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화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 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발표했다. 북한이 병진노선을 고집하는 한 핵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안보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현재 20여 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이면 48개를 보유할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정권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핵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 실시해 핵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볼 때도 핵실험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과거 핵보유국들의 사례를 보면 핵보유국이 되려면 충분한 실험은 필수다. 파키스탄의 경우 1998년 5월 28, 29일 이틀 동안 8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파키스탄은 우라늄 핵폭탄뿐만 아니라 플루토늄 핵폭탄도 동시에 실험했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핵보유국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핵폭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데, 파키스탄도 기존의 핵보유국과 똑같이 두 가지 방식의 핵폭탄을 갖게 됐다.

미국 CIA는 파키스탄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늘어나면서 현재 11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도 파키스탄의 사례를 따를 게 분명하다. ‘38노스’의 닉 한센 연구원은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 두 개의 터널을 뚫어 놓았다”면서 “두 개의 핵 물질을 한꺼번에 터뜨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북한으로선 어차피 유엔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면 한 번에 여러 차례 실험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핵폭탄의 소형화를 위해 핵실험을 실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실전 배치할 능력을 보유하지는 않은 것으로 대부분의 국제 핵전문가는 판단하고 있다. 핵무기를 소형화하려면 일반적으로 미사일(스커드-B)에 탑재하는 탄두 중량을 1천㎏, 직경 90㎝ 규모로 제조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4월 16일과 19일 미국 민간위성사진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두 날짜 중 19일의 촬영 사진(오른쪽)에 보급 기지의 활동이 증가한 모습이 나타난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증거는 없다. 인도의 핵무기 소형화 수준은 탄두중량 500㎏에 위력은 12kt인데, 북한의 소형화 능력은 이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제재에 나아가 체제붕괴 꾀한다?

만약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할까?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핵 능력의 다종화·경량화·실전화를 의미한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실제로 목표물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한다면 한국은 물론 미국 등 한반도 주변 4강에도 큰 위협이 된다.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전체의 국제질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처럼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건)가 될 것이다.

역내 군비경쟁과 핵도미노 현상을 자극하여 동북아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6자회담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드레스덴 선언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동력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가능한 모든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란 점을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월 25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실험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일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행동이 있다면, 그것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든지 핵실험, 또는 그 두 개 모두라도 우리는 추가적인 압력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도 “북한의 새로운 형태 도발은 새로운 강도의 국제적 압박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4월 26일,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이 한미연합사를 함께 방문한 것은 1978년 연합사 창설 이래 처음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주한 미군 장병들과 가진 별도 모임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는 단지 더욱 깊은 고립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면서 “우리는 동맹들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수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38선은 이제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자라나는 민주주의 체제와 국민을 굶기는 왕따 국가(pariah state) 사이의 대조가 존재하는 곳”이라며 “이는 전쟁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도발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의 추구 같은 것들을 선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전례 없는 강경한 대응조치에 나설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3월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2094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의 2094호에는 북한의 추가 도발시 곧바로 안보리 회부 등의 중대조치를 취한다는 트리거(trigger) 조항이 들어 있다. 트리거는 총의 방아쇠를 뜻하는 사격 용어로, 어떤 사건을 유발한 계기나 도화선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안보리 결의에서 트리거 조항은 제재의 대상이 특정한 행동을 했을 경우 자동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추가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유엔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안보리는 또 북한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우려해 유엔 헌장 7장 42조(무력제재)를 원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대응방안으로 군사력보다는 제재 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다.

제재조치의 경우 북한의 통치자금이 예치된 은행을 찾아 이를 동결하는 이른바 ‘방코 델타 아시아(BDA)식 돈줄 죄기’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북한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도 제재해 북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방식의 제재조치를 추진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정상은 6자회담 재개에는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북핵 불용’ 원칙엔 공감했다.



주변국 핵개발 부르는 ‘악수’될 수도

미국은 이미 이란에 대해 이런 방식의 제재 조치를 가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란식 제재가 북한에 적용되면 금융 분야의 경우 제재 대상이 된 북한의 단체·기업·개인은 물론 이들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도 제재를 받게 된다. 미국이 금융 중심지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 세계 금융기관과 북한의 거래가 전면 중지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뿐만이 아니다.

북한에 입항한 선박은 일정기간 동안 미국에 입항할 수 없고, 선박보험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란식 제재조치를 담은 ‘북한 제재 이행 법안’은 지난해 2월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의 발의에 따라 하원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의 목표는 북한정권의 붕괴다.

이란 핵문제도 지난 10여 년간 북한 핵문제와 마찬가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지만 국제사회가 유례없는 고강도 제재에 나서자 이란이 결국 협상테이블로 나왔다. 이후 미국은 공식협상 외에도 이란과 양자접촉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이란처럼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발동되면 정권 자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미국의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속내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집단자위권 행사 등 재무장과 군사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심지어 일각에선 일본이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 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과거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기준으로 5천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44.3t 분량의 플루토늄을 국외에서 재처리해 보유하고 있다. 핵탄두를 적국에 투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도 이미 마쳤다.

리처드 새뮤얼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국제연구센터 소장은 “일본이 북한의 핵개발을 이유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무얼스 소장은 “일본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한국 등 주변국도 경쟁적으로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역내 핵무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은 매우 미묘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강력하게 제재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북한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와 동북아 핵무기 독점 보유는 중국의 자존심을 유지해주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였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당장 대만이 핵 보유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일본의 핵무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그렇다고 미국의 제재에 적극 동참해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 북한체제가 붕괴될 경우 수십만~수백만 명의 탈북자가 자국 국경을 넘어와 자칫하면 동북 3성의 치안 혼란 및 경제위기를 부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의 열쇠 쥔 중국의 고민

핵을 보유한 북한은 중국에도 ‘뜨거운 감자’다. 평양과 베이징은 1300여㎞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중국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과 적은 없기 때문이다. 우호관계였던 중국과 베트남은 1979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중국으로서는 6자회담 재개 등 외교적 해법을 말하고 있지만 내심 북한 내부에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할는지도 모른다. 중국은 자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북한의 엘리트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북한이 한반도에서 미국과 일본의 세력 확대를 막아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군사제재가 아닌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양시위 연구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핵무기를 보유한 한반도는 진정한 영구적인 평화 안정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중국의 대북정책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며 “북한이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중국 역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 교수는 “지난해 장성택 처형에서 보여준 북한정권의 잔인함과 불안정성으로 인해 북·중관계는 큰 손상을 입었다”면서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 전체 교역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석유 수입량 중 80%가 중국산이다. 또 매년 북한에 무상으로 50만t의 원유를 지원한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할 경우 북한정권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이구동성으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수교라는 역사를 만들어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을 제의하며 중국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강대국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략적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양국은 북한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201406호 (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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