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新목민관 열전] ‘자연치유도시’ 조성에 매진하는 이근규 제천시장 

“올가을엔 불로초의 고향으로 오세요”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오상민 기자
9월 ‘진시황 한반도 유람 테마’로 한 2015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개최 … 구한말 일제의 섬멸전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세계 한방산업의 중심으로 이끈다

▎풍부한 일조량, 낮과 밤의 일교차, 우수한 토양이 제천산 약초의 뛰어난 효험을 보장한다고 말하는 이근규 제천 시장.
제천시는 충청북도 북부권에 자리한 도·농 복합 형태의 내륙도시로 경상도·강원도와 인접해 있다. 1980~90년대의 제천시는 철도·시멘트·석탄으로 대표되는 1차산업이 지역경제의 기반이었고, 지리·환경적으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겨울이 춥고 길며 사람들의 기질 또한 억센 곳으로 알려졌다.

철도산업과 시멘트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의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와서는 중앙선, 태백선,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동서고속도로가 뚫려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로 자리매김했고, 한때는 개발의 장애물로 여겨졌던 자연 조건도 제천만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제천시는 한방과 영상, 문화와 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산업단지 개발과 지역인프라 확충에 힘써 ‘시민이 행복한 자연치유도시’의 이미지를 다져왔다.

1995년 제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이래 줄곧 집권여당이 차지해오던 시장직을 2014년 처음으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배출해 첫 번째 여야 교체가 이뤄진 곳도 제천시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우리 시는 그동안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으며,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 발견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제천 하면 삼한시대의 인공 저수지인 의림지가 떠오른다. 선조들의 오랜 체취가 묻어나는 고장인 듯하다.

“제천은 유구한 역사와 의병정신을 자랑하는 도시다. 제천엔 점말동굴과 고인돌 등 석기시대 유적과 유물이 다수 산재해 있고, 삼한시대 축조한 국내 최고(最古)의 인공 저수지인 의림지가 있는 역사의 도시다. 구한말 을미 의병 창의(倡義)의 중심지이자 항일 격전지로서, 일제에 의해 풀 한 포기 남지 않고 폐허가 된 지역에서 100년 만에 건강하게 다시 일어선 장엄하고 강인한 의병정신이 살아 숨쉬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제천의 의병정신은 우리 민족혼의 중심”


▎2010년에 열린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찾은 방문객들. 1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제천이 외세에 맞선 민족 얼의 거점이었다는 말인가?

“언젠가 구한말 지어졌다는 옥천의 아흔아홉 칸짜리 한옥 식당을 찾은 적이 있다. 고색창연한 기와집이라 한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식 요리가 제격이었다. 순간 제천에는 이런 한옥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마한시대부터 번창해온 제천은 구한말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 1907년 8월 제천 천남전투에서 의병들이 일본군을 섬멸한 것에 앙심을 품은 일본군이 제천 전체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에 와 있던 영국 <데일리 메일>의 매캔지 기자는 “오늘 세계 지도에서 제천은 사라졌다”고 비극의 역사를 기록했다. 당시 유인석 의병장을 비롯한 의병들은 일제에 밀려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만주로 망명을 떠나는 와중에 일본 군대와 치열한 전투를 치렀는데 곳곳에서 전적지가 발견됐다. 올해는 유인석 의병장 순국 100주년이 되는 동시에 을미의병 1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제천의병제를 보다 내실 있게 준비해나갈 작정이다. 의병정신을 민족혼의 중심이자 자랑스러운 제천시민 정신으로 승화시키고, 나아가 국민 정신운동으로 발전시켜 의병도시로서의 위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나가겠다.”

민족의 비원과 애환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듯하다.

“과거 없는 현재, 현재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우리 제천에 이토록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 한 우리 시의 미래 역시 자부심 넘치는 역사로 기록되리라 굳게 믿는다. 게다가 지금의 제천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열정이 넘치는 도시다.”

제천은 빼어난 풍광으로도 유명하지 않나?

“제천의 수려한 자연과 그 속에 녹아든 문화는 빠뜨릴 수 없는 자랑이다. 제천은 의림지·청풍호·월악산·금수산 등의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고 있는 곳이다. 4계절 내내 제천에 오면 어디에 눈을 돌리든 최고의 풍광을 만나게 된다. 또한 태고의 자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한방·영상·레포츠 등 다양한 체험과 문화의 향기도 최고의 힐링과 휴식의 순간을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요즘 한방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들었다. 약재나 한방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제천시는 치악산, 월악산, 소백산 국립공원이 감싸는 내륙 산간분지다. 전국에서 둘째로 많은 일조량, 낮과 밤의 현격한 기온 차,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은 품질이 좋은 약재를 길러내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자연이 준 천혜의 환경과 함께 조선 후기부터 발달한 교통망을 이용해 조선시대 3대 약령시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 제천이다. 약재 유통에 있어서도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도 일원에서 생산되는 많은 약재가 우리 제천에 집산되고 있다. 2005년 중소기업청이 제천을 약초웰빙특구로 지정한 이래 약초 재배와 유통의 중심지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은 전통 한의학과 바이오산업을 융·복합한 한방바이오산업 육성·발전에 시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약재의 재배에서부터 천연물 신약 개발, 한방 관련 식음료, 한의 치료 휴양관광 등 1차산업부터 3차산업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의 완성이 제천형 한방 웰빙산업이라고 하겠다.”

풍수지리로도 좋다고 소문났는데 어떤 평가를 받는가?

“정감록에 따르면 한반도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태백산맥이 남으로 내려오다 소백산맥을 만나는 지점을 양백지경(兩白之境)이라 해서 왕의 기운이 서려 있다고 할 정도로 길한 땅으로 불렀다. 제천과 단양 일대가 바로 이 양백지경에 해당한다. 한약재 성분은 땅의 기운이 좌우하므로 좋은 약초가 이곳에서 많이 생산된다.”

“2017년 30개국 250개 기업이 몰려온다”

매년 한방바이오박람회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가?

“한방산업은 우리 고장에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특별한 가치를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야 한국형 바이오산업 특화분야로 육성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개최가 분수령이 됐는데, 31일 동안 132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당시 15개국의 60개 기업이 참여해 1천억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로 매년 한방바이오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2017년에는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를 열게 된다.”

올해 한방바이오박람회는 어떤 주제로 열리게 되나?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는 ‘진시황의 제천 유람, 불로초를 찾다’라는 테마로 오는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 동안 제천시 왕암동 한방엑스포공원에서 열린다. 불로초를 찾아 제천에 온 진시황이 박람회를 돌아보면서 무병장수와 불로장생의 비법을 얻어간다는 스토리텔링으로 행사를 구성했는데 관람객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방 관련 기업에는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 주리라 예상하나?

“제천산업관에 B2B(Business-to-Business)관과 B2C(Business-to-Consumer)관을 설치해 기업·소비자·생산자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대형 유통기업 및 해외 바이어들 간 비즈니스 미팅을 주선해 박람회가 실질적인 경제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할 생각이다. 특히, 올해 주목할 프로그램으로 제천한방텔레비전이 있다. 제천한방텔레비전은 인터넷 방송을 이용해 박람회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국에 방송한다. 제천 한방제품 인터넷쇼핑몰 ‘제천몰’을 통해 온라인 고객들도 한방바이오박람회를 즐기면서 제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박람회’도 열 예정이다”

2년 뒤에 열리게 될 2017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의 규모는?

“2010년 엑스포 이후 제천시는 국내 최대 한방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한 데 이어 앞으로는 한방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터닝포인트로 2017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를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한방의 재창조-한방바이오산업으로 진화하다’라는 주제로 개최될 엑스포는 2017년 9월 22일부터 10월 10까지 총 19일에 걸쳐 열리는데, 세계 30개국 250개 기업, 3500여 명의 바이어가 초청된다. 국내외에서 80만 명의 관람객 유치가 목표다.”

두 번째로 열리는 국제행사인데 준비되는 프로그램들은?

“2017년 엑스포는 2010년도의 성과를 보완·발전시켜 국내 한방바이오 분야의 산업적 가치와 우수성,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기존의 전시, 비즈니스 미팅, 학술대회,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산업시찰, 지역 관광명소 연계 관광과 새로운 ICT 기반의 판매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또한 바이오 첨단과학, 화장품·뷰티·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의 영역확장을 통해 한방산업의 시장 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엑스포 개최를 통해 국내 한방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 바이오산업 G7 진입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국제 행사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을 텐데, 어떤 상황인가?

“시민의 72%, 관련 기업의 97%가 2017년 엑스포 개최에 찬성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국제 행사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한방산업과 관련해서 제천에서는 어떤 약재가 주로 생산되나?

“2014년 기준으로 제천의 약초 재배농가는 945곳으로, 재배면적은 732㏊, 생산량은 2764t 정도이다. 수익은 21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천에서 생산되는 황기·당귀·천궁 등 10대 품목은 품질과 생산량에서 단연 최고 제품으로 소문나 있다. 특히 약초의 집산지로서 명성이 높은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황기의 70%가량이 제천에서 판매·유통될 정도다. 지난해부터는 국내에서 대량 재배가 불가능한 걸로 여겨지던 감초를 제천에서 생산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에 의존해왔던 감초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 시는 제천산 약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약초에 대한 농산물 우수관리(GAP)인증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황기·당귀·천궁·지황·감초·작약·백출·황정·오미자·율무 등 10대 품목의 인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세명대 수도권 분교 설립 반대”


▎2011년 이래 매년 개최된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의 개막식. 제천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방산업의 기업화에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나?

“제천 약초시장에는 75개 점포에서 연 3만t 가량의 약초가 유통돼,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또한 한방바이오클러스터 내 67개 기업이 지난해 10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져 12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전망된다. 제천시의 한방산업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약초의 생산과 유통, 가공과 제품 생산 등 전 과정이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천시가 보유하고 있는 여타 관광자원은 어떤 것이 있나?

“청풍호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들 수 있다. 제천에는 제천10경이라 불리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다. 최근에는 청풍호 일원의 관광자원이 부각된다. 청풍호 관광모노레일, 청풍호 벚꽃길, 금수산, 청풍대교, 문화재단지, 옥순봉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즐비하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청풍호와 제천시 전역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 제천의 수려한 자연 경관 속에서 유명 영화인들을 만나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한방바이오박람회가 손님을 맞는다. 제천에 오면 자신의 체질을 진단하고 몸에 맞는 치료법으로 가장 적절한 치유를 받을 수 있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제천 시정을 자평한다면?

“지난 1년은 민본주의를 열망하는 시민의 요구에 따라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시장인 대통합의 시대’를 함께 열어온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람 중심의 가치를 지키고 기득권 없이 더불어서 살아가자는 공감대를 확산한 시기다. 제천시청은 도심에서 벗어나 민원인들이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시내에 시민시장실을 곧 개설하게 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그곳에서 시민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할 계획이다. 지난 1년 동안 시정의 기초가 되는 단체를 적극적으로 만났지만 도덕성에 문제 있는 사람들을 구분해왔다. 파렴치한 범죄 전과자, 폭력·사기 전과자가 지역 사회의 토호세력으로 행세하지 못하도록 힘써왔다.”

제천에 있는 세명대의 수도권 분교 설립 문제가 시끄러운데 해법은 찾았나?

“세명대가 하남시에 분교를 내려 한다. 알다시피 본교를 지방에 둔 대학이 수도권에 분교를 내면 무게중심은 점차 분교로 쏠리고 나중에는 본교는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세명시 분교 설립 문제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옛 주한미군기지에 대학의 설립을 허용하는 바람에 불거졌다. 이를 바로잡는 법률 개정안이 4월 30일 국회 안전행정위를 통과해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경기도 국회의원들의 반대도 있고 해서 법안 처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세명대 하남 분교의 설치가 제천시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제천시 인구는 13만5천 명 정도다. 이중 세명대의 학생과 교직원, 관계자들이 1만3천 명가량을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세명대가 수도권으로 중심을 옮겨간다면 심할 경우 지역 인구 10%를 잃어야 할 처지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과 노년층을 제외하면 경제활동인구의 30%가 빠져나가는 충격적 상황을 맞게 된다. 지역경제의 타격뿐만 아니라 지역 인재양성이라는 중대한 미래가치도 상실하게 된다.”

제천시민들의 요망사항은?

“8만여 명의 시민이 지방대학 수도권 이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해 그 뜻을 국회에 전달했다. 지난 3월 17일에는 지방대 이전 저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제천시민 400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세명대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은 물론이고,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 모두가 세명대 이전을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8호 (2015.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