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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추적] 사회 각계로 퍼지는 불법 바이럴 마케팅 

“대선 때 정치권에서 여론 조작 러브콜 받았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외식업계 비롯해 정치·법조·의료·음반·출판업계로 불법 바이럴 마케팅 확산
포털 알고리즘도 손쉽게 해제… 매크로 프로그램 진화로 정부 단속 어려워


▎2018년 터진 ‘드루킹 사태’로 정치권에 의한 댓글조작의 실체가 밝혀졌다. 불법 바이럴 마케팅 업자들은 당시 여론조작에 나선 인물이 드루킹(김동원)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라며, 자신들에게도 5억원~15억원 사이로 민심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달라는 정치권의 제안이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는 다단계 사업체가 몰려 있는 다단계 벨트로 유명하다. 분야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세월이 지나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 전통의 업종은 불법 바이럴 마케팅이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은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이나 여론을 조장해서 상품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전파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문제는 바이럴 마케팅이 포털 사이트 게시글을 이용해 정보와 여론을 조작한다는 데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바이럴 마케팅 업자들이 노리는 기본적인 타깃은 신규 매장을 오픈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다.

“출처는 밝힐 수 없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을 한신규 사업자의 개인정보(DB)를 매달 정기적으로 넘겨주는 브로커가 있다. 그 리스트를 토대로 신규 사업자에게 마케팅 제안 전화를 돌리다 보면 반드시 한 곳은 얻어걸린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10여 년째 활동하는 바이럴 마케팅 업자 이모(33) 씨의 설명이다.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다음이 그들의 주요 근거지다. 포털사이트의 여론을 조작해 돈을 버는 이들의 수요는 외식업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들은 의료계, 법조계, 음악계, 출판계 등 사회 각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다수의 목소리가 민심으로 대변되는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씨는 동종업계 종사자가 “구로디지털단지에만 최소 1000명 이상일 것”이라고 했다.

“20대 초반에 월 1000만원씩 챙겼다”


▎불법 바이럴 마케팅은 외식업계, 의료계, 법조계, 음악계, 출판계 등 사회 각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다수의 목소리가 민심으로 대변되는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 사진:연합뉴스
2014년은 불법 바이럴 마케팅 업자들에게는 천국이었다. 그때는 누구도 자신이 인터넷에서 클릭하는 게시글이 배후에서 뒷돈을 주고 사주한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초기에 불법 바이럴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봤던 분야는 외식업계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가장 먼저 뜨는 업체가 있다. 그게 핵심이다. 첫 페이지 상단에 업체가 노출되면 말도 못하는 수익을 얻는다.” 이씨의 말이다. 이때만 해도 전국 유동인구 1위 서울 강남역에서 맛집이 되는 것도 손쉽게 가능했다. “요리를 몰라도 된다. 음식이 엉망이어도 상관없다. 마케팅에 돈을 태우면 강남 최고의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서 월 매출 억 단위를 모으는 건 일도 아니었다.”

과거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졌다. “당시에는 블로거도 일종의 인플루언서였기에 뜨고 싶어 안달이 난 부류가 많았다. 이들에겐 맛집을 탐방할 기회를 주면 그만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외식업체로부터 1인당 5만~10만원을 받았다. 그러면 많게는 건당 300만원을 버는데, 절반은 회사와 나누는 구조였다. 그때는 20대 초반에 월 1000만원씩은 어렵지 않게 챙겼다.”

하지만 블로거를 마치 용역 알선하듯 찾아내 홍보 글을 올리게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랭크가 낮은’ 블로거들로 아무리 머릿수를 채워봐야 검색량이 크게 늘지 않았고, 상위 노출도 보장되지 않았다. ‘알고리즘 뚫기’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기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탐문 취재한 결과 알고리즘 전문가 정모(40) 씨를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빌딩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 업계에서 상선(윗선)급으로 통한다. 그는 “우리는 단가가 비싸지만 확실하게 띄워준다”고 말했다.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네이버 알고리즘을 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씨에 따르면 불법 바이럴 마케팅은 네이버 블로그, 연관검색어, 플레이스(네이버 지도 앱) 등 세 가지가 함께 진행된다. 그걸 가능케 하는 수단이 네이버 알고리즘 뚫기다. 네이버는 매일 올라오는 수십만 건의 글에 점수를 매기는 자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특정 단어, 단어의 반복 횟수, 글의 분량, 업로드된 사진 개수 등을 안다면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알고리즘에 부합하는 원고를 쓴 뒤 인지도가 높은 파워블로거들에게 보낸다고 했다. “업체 측이 원고도 써주고 사진도 준다. 그들은 그냥 복사·붙여넣기만 해서 50만원을 벌어간다. 그러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규모가 큰 업체들은 블로그 계정을 사들이기도 한다. “이 바닥에는 ‘손때 묻지 않은 계정’이라는 게 존재한다. 2016년 이전에 가입해 블로그 사용을 한 번도 안 한 상태의 계정이다.” 이러한 계정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사용하면 페이지 상단 노출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 가입한 계정이라면 네이버가 불법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급생성된 것으로 판단해 노출을 제한한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수집한 계정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원고를 직접 써서 올리면 굳이 파워블로거를 중간에 개입하지 않고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블로그가 마케팅을 위한 기본적인 무기라면, 그것을 휘두르는 것은 트래픽(클릭에 따른 사이트 유입량)이다. 트래픽은 블로그 조회 수를 올리는 것은 물론, 네이버 연관검색어와 플레이스에도 사용된다. 예컨대 ‘강남 맛집’으로 검색했을 때 연관검색어로 특정 업체명이 뜨는 식이다. 이후 해당 업체명을 검색하면 사전에 작업해둔 블로그 홍보 글이 수십 개 나열된다. 일반인들이 인식하기로는 해당 업체가 강남 최고의 맛집이 되는 셈이다. 이를 연출하기 위해 업체 측은 트래픽을 쏴서 ‘강남 맛집 ○○’이라는 검색어를 수만 번 반복한다. 맛집을 찾기 위한 네이버 지도 앱인 플레이스에서도 트래픽은 동일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별점, 영수증 리뷰, 방문자 수, 찜하기, 즐겨찾기, 공유하기 등 모든 방면에서 트래픽을 이용할 수 있다.” 정씨의 말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해 다량의 트래픽 유발


▎매년 대형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에선 불법 바이럴 마케팅의 트래픽 조작을 막기 위해 알고리즘을 강화하지만, 외부 해커에 의해 손쉽게 뚫리는 게 현실이다. / 사진:getty images bank
그렇다면 이들은 수만 건의 트래픽을 어떻게 유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를 언급했다. 매크로 프로그램만 돌리면 포털사이트 계정에 로그인한 후 특정 검색어를 입력한 뒤 로그아웃하고 다른 계정으로 이를 반복하는 게 가능하다. 정씨는 “트래픽에 활용할 계정을 확보하는 게 선제 조건이다. 예전에는 모텔이나 PC방 등지에서 누가 로그인한 흔적이 있는 컴퓨터를 해킹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수작업은 하지 않는다. 텔레그램 등으로 계정을 구하는 게 아주 쉬워졌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조선족의 계정이 가장 많다. “해외에서 이주해 오면 휴대폰 명의부터 만든다. 그때 필요한 게 유심칩이다. 유심칩 1개당 네이버 계정 3개를 만들 수 있다” 2010년대 다문화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시점부터 조선족들이 다수 들어왔고, 그때 네이버 계정이 엄청나게 풀렸다고 한다.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모두가 이렇게 보유한 계정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다.”

과거 트래픽이 가장 핵심적으로 쓰였던 게 ‘실시간 검색어’다. 현재는 폐지됐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이 기능은 많은 사람이 현 시점에 관심을 가진 주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트래픽만 다량으로 보유했다면 검색어 순위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가 일종의 ‘민심’으로 대변되면서 정치권이 조작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자는 한 취재원의 중개로 경기 용인시의 한 오래된 건물에서 트래픽 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업자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으로부터 실시간 검색어 조작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인사로부터 당시 반대 진영의 모 의원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검색어로 띄울지, 프레임이 작동하면 추후 정국이 어떤 시나리오로 진행될지 상세하게 적힌 PPT 자료까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얼마를 제안받았느냐고 묻자 “15억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응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대선은 드루킹을 필명으로 사용한 김동원 씨가 사조직을 꾸리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유착해 여론조작에 나선 그 시기다. 이에 대해 그는 “그때 정치권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트래픽 업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 2017년 대선은 바이럴 마케팅 업자들에겐 호재였다. 여론조작 단가는 최소 10억원부터 스타트를 끊었다. 위험부담이 큰 만큼 단가도 셌다. 김(동원)씨는 너무 나서다가 걸린 것이지, 아마 그때 여론조작에 개입한 업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트래픽 업자들, 포털에서 유튜브로 무대 옮겨

한편 이 업자는 자신이 잘 아는 전문 분야는 음악계라고 털어놨다. 지난 2020년 SBS 시사 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음악계의 불법 바이럴 마케팅의 단면이 폭로됐지만 그 뒤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작업’할 수 있는 대상으로는 신인은 안 되며 최소한 앨범 1~2개는 내놓은 기성 아티스트여야만 한다고 했다. 또한 음악의 주제는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얘기여야 하며, 최소한의 작품성은 지녀야 한다. 그는 “불법 마케팅으로 논란이 된 아티스트들은 자신이 절대 불법 마케팅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데, 그건 당연하다. 기획사가 그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자신들이 알아서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앨범이 성공하면 아티스트들은 자기 실력 덕분인 줄 알겠지만 실상 그들의 역할은 광대에 불과하다”고 웃었다.

그는 또 “정부가 아무리 단속을 늘리더라도 매크로 프로그램이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단속에 걸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형 음원사이트에서 아티스트의 음악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으려면 계정 8000~1만2000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음악을 구매해 플레이할 수 있는 상품권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계정 로그인과 동시에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을 구매해 플레이하는 것까지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애들은 자신들의 얼굴과 매크로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장면 모두를 촬영해서 기록으로 남긴다. 한 명이 걸리면 다 죽자는 것이다. 그래서 보안이 철저하다. 단가는 10억~20억원 사이다. 결코 비싼 값이 아니다. 불법으로 아티스트를 띄우기만 하면 기획사 대표는 홍대에 건물을 한 채 산다.”

이제 트래픽 업자들은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유튜브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있다. 영상 조회 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데다가, 영상을 통한 광고·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유한 트래픽으로 특정 채널의 조회 수를 자동으로 올리는 뷰봇(ViewBot)은 업계를 오염시키는 교란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업자는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심혈을 기울여 매크로 프로그램을 막는 보안 체제를 만든다 해도 우리는 그걸 뚫어낸다. 우리가 받는 단가가 액수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실력이 좋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는 시대다. 최소한 기업에서 월급 받는 직원보다 더 뛰어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측은 “불법 업자들이 여러 루트를 우회해 알고리즘을 어떻게든 뚫으려고 하지만, 저희는 매순간 알고리즘을 개선해 방어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406호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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