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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음지에서 암약하는 사설 탐정의 세계 

조폭이 팔아 치운 BMW 대포차를 찾아라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외제차 샀는데 알고 보니 사기당해… 탐정이 대포차로 유통된 차량 추적해 회수
의뢰비 받고 2·3종 유흥업소의 불법 접대부 고용 현장 채증 후 112 경찰 신고도


▎탐정사무소 소장 주모 (33) 씨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대포차로 전락한 피해자의 BMW X7 차량은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 있었다. / 사진:안덕관 기자
우리나라에는 ‘공인 탐정’이 없다. 탐정사무소·흥신소·심부름센터가 있지만 법적으로 보장받는 직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사설탐정들이 활동하는 ‘뒷세계’가 존재한다. 과연 풍문으로만 떠돌던 탐정의 조사는 실제 어떻게 이뤄질까? 월간중앙은 지난 두 달간 현직 탐정들이 의뢰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타깃을 조사하는 모든 과정에 동행해 탐정들이 일하는 실태를 취재했다. 탐정이 대포차(불법 명의 의심 차량)로 불법 유통된 피해자 차량을 추적한 사건과 불법 유흥업소와 유착한 보도방을 단속한 사건을 동행 취재했다.

BMW 뽑자 악몽 시작됐다

대포차 대다수는 ‘명의 사기’로 탄생한다. 외제차 한 대를 뽑아 사설 렌트로 돌리면 수천만원은 우습게 벌 수 있으니 차 구입을 위해 대출 명의를 빌려 달라는 수법이다. 이때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매달 할부금과 소정의 수수료를 챙겨주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피해자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사기범의 능수능란한 화술에 본질을 꿰뚫지 못하거나 움직이는 동산(차량)에도 전세를 붙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 그러려니 넘어갈 뿐이다. 애당초 차량의 소유권자인 대출 명의자가 아니라 제 3자에 의해 판매되는 순간 그 차량은 대포차가 된다.

“명의를 빌려달라는데 워낙 말을 꼬아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돈 버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넘어갔다.”

사기 피해를 본 20대 초반 여성은 11월 초, 서울 강남의 한 탐정사무소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사기범은 동갑의 직장 동료였다. 사내에서도 일머리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제안으로 모 캐피털에서 1억5000만원 대출을 받아 BMW X7을 구매했다. 하지만 차량을 사설 렌터카 업자에게 빌려주고 오겠다던 동료는 돌연 잠적했다. 매달 400만원인 할부금이 밀린 지 8개월째. 사회 초년생이어서 깰 적금도 없을뿐더러 월급보다 할부금이 많아 연체 이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경찰 민원실을 방문했지만 “대포차가 운행되는 데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타박만 듣고 돌아왔다.

“우선 차의 소재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탐정사무소 소장 주모(33) 씨가 말한다. “최소한 차라도 되찾아 캐피털에 넘겨 최대한 변제하고 회생해야 한다.”

주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의뢰를 맡긴 뒤 휴대폰 명세서도 내지 못해 와이파이가 되는 구역에서만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연락해 왔다는 후문이다. 의뢰비는 200만원. 사정을 고려해 무이자 2년 할부다.

주씨는 그동안 인맥을 동원해 의뢰인의 차인 BMW X7의 위치를 수소문해왔다. 20대 시절 중고차 사업을 한 그다. 그래서 주변에는 차량 관련 업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보험사·캐피털·공업사·래핑숍·레커 등 업계 동향에 눈 밝은 업자들은 물론 대포차 업자와 다리를 놔주는 불법 업자도 있다. 11월 중순, 문제의 BMW X7이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 주차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도 이들과의 교류 덕분이다.

이날 저녁 기자는 주씨와 피해자, 캐피털 집행관과 함께 스타렉스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1시간쯤 걸려 도착한 곳은 주택가 골목이었다. 차를 세우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한 빌라 담벼락에 주차된 차량이 보인다. 피해자가 기뻐할 틈도 없이 주씨는 차량 앞유리에 부착된 연락처에 전화부터 건다. 피해자가 차량의 소유권자라 해도 점유권자의 허락 없이 차를 빼돌렸다가는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 굳이 사설 레커를 동원하지 않은 이유다. 또한 점유권은 차 키의 소유 여부로 결정되기 때문에 점유권자와의 대면을 피할 수 없기도 하다.

차의 점유권자는 40대 중반 남성이었다. 당장 레커로 차를 견인하겠다는 주씨의 말에 남성은 5분 만에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손목까지 뒤덮은 문신을 내보이며 “나도 3000만원을 주고 이 차를 산 건데 무슨 권리로 차를 내놓으라고 하느냐”고 따지기 시작한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는 부산 출신의 조폭이다. 두 달 전 고향의 아는 동생 결혼식에서 만난 30대 후배에게서 차를 샀다고 했다. 하지만 채권 서류는 없었다. 캐피털 직원이 피해자가 차의 소유권자임을 인정하는 법원 서류를 보여주자 바로 부산의 후배에게 전화해 어떻게 된 거냐고 화를 낸다. 그동안 주씨는 피해자에게 차량 앞에 앉아 있으라고 귀띔한다. 점유권자가 돌연 태도를 바꿔 차를 빼내면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주씨가 부산 후배와 통화한 결과, 그는 지역 내 대포차 업자로부터 3000만원에 BMW X7을 샀다. 수소문해 보니 대포차 업자의 하청을 받아 대출 명의자를 물색하는 ‘모집책’이 의뢰인의 직장 동료로 드러났다. 직장 동료는 잠시 일이 끊긴 사이 밥벌이를 할 겸 회사에 취직했는데 그때 사기 칠 대상으로 의뢰인이 포착된 것이다. 결국 차량은 ‘의뢰인(소유권자)-직장 동료(점유권자)-대포차 업자(점유권자)-부산 조폭 선후배(점유권자)’ 순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처럼 대포차 업자가 점유권자를 바꾸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차량을 ‘턴(Turn)시킨다’고 한다.

대포차 점유권자, 대부분 조폭


▎대포차는 대개 조폭이나 해외선물 사기범, 불법 토토 총판 등 범죄자들이 사용한다. /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은 주씨가 부산 조직의 체면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별 탈 없이 해결됐다. 주씨는 해당 조직이 모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침묵할 테니 차를 돌려주고 3000만원은 공중에 태운 셈 치라는 제안에 조직 측이 응한 것이다. 주씨는 대포차를 추적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점유권자가 대부분 조폭인 점을 꼽았다. 일반인이 조폭을 상대로 차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소위 말하는 ‘병풍’을 데려와 폭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포차는 ‘명의 사기’만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차량이 대포차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다. 통상 사채업자는 약속 기간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차량 포기 각서’를 받는다. 그리고는 직접 렌트로 돌리면서 마진을 챙기거나 대포차 업자에게 아예 팔아넘기는 게 일반적이다. 차량을 담보로 넘길 만큼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는 대체로 도박꾼이다. 그들은 ‘꽁짓돈’(노름판 사채) 500만~1000만원을 위해 차량을 넘긴다. 이들이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에 달하는 외제차가 대포차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대포차 업자가 점유권자 몰래 차량을 빼돌려 되파는 경우도 있다. 차량에다 위치추적기(GPS)를 부착한 채로 판매한 다음, 두어 달 뒤 차량을 훔쳐 다른 구매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날린다’고 표현한다. 소유권자의 추적을 피하고자 대포차 번호판을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주씨는 몇 달 전 비슷한 명의 사기 사건으로 대포차를 찾아냈다. 의뢰인이 보여준 사진대로 차량의 옵션이며 색깔이 동일한데 이상하게 번호판이 달라 회수에 주저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위조된 번호판이었다. 위조 번호판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돼 쉽게 부러지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손때’를 많이 탄 대포차의 최종지는 항구의 컨테이너 박스다. ‘운행 정지’되거나 너무 많이 ‘턴을 시켜’ 소문이 난 차량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로 밀수출된다. 중고차 업계에선 국내에 존재하는 대포차가 최소 100만 대는 넘을 거라고 추산한다. 대포차는 대개 범죄자들이 사용한다.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하더라도 과태료는 소유권자에게 넘어가는 데다 자동차세도 소유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기름만 넣고 타면 되는 셈이다. 거기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범죄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세 가지 요소로 대포폰·대포차·대포통장을 지목한다. 주씨는 “외제차 브랜드에도 짝퉁이 있다면 그게 바로 대포차”라고 지적했다.

불황 모르는 유흥업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유흥가 골목. 흥신소장 김모(31) 씨는 지역 유흥협회 의뢰를 받고 불법으로 접대부를 제공하는 2·3종 유흥업소를 단속 중이다. / 사진:안덕관 기자
국내에서 불황을 타지 않는 대표적인 업종은 유흥업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소위 ‘유흥 박스’가 조성된 거리에는 네온사인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업소가 뿌린 전단 수백 장이 발에 챌 정도로 굴러다닌다. 이런 업계에 기생하며 10년 넘도록 건재한 직종은 ‘보도(輔導)실장’이다. 특정 유흥업소에 귀속되지 않고 접대부 5~8명을 관리하면서 유흥업소에 퀵으로 수급한다. 이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란 엄밀히 말해 접대부를 태워다주는 것뿐이어서, 8~10인승 승합차만 갖추면 별도의 사무실도 필요 없다. 결국 세간에서 말하는 ‘보도방’이란 보도실장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뜻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지켜야 할 업계 룰이 있다. 법적으로 접대부 제공이 금지된 2종과 3종 유흥업소와는 일하지 않는 것이다. 2종 유흥업소는 주류만 제공할 수 있는 단란주점이다. 최근에는 ‘노래타운’ ‘노래빠’ ‘노래궁’ ‘노래클럽’ 등의 간판을 내건 가라오케로 홍보되고 있다. 3종 유흥업소는 주류 판매마저 금지되는 ‘노래연습장’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보도실장과 커넥션을 갖고 ‘도우미’란 명칭으로 손님에게 접대부를 제공한다. 접대부와 주류 제공이 법적으로 가능한 1종 유흥업소, 즉 룸살롱 업주들에겐 손님을 빼돌리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TC(Table Charge·봉사료)도 1종 유흥업소가 한 타임(90분)에 최소 25만원 선이라면 이런 곳은 최소 절반은 더 싸다.

“그런 사업장을 우리는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한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유흥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유흥협회는 룸살롱 업주들이 업계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결성한 비공식 조직이다. 불법으로 접대부를 제공하는 2·3종 업소와 보도방 단속을 지역 흥신소에 의뢰한다. 이 관계자는 “1종 유흥업소 라이선스는 관할 지자체에서 웬만하면 내주지 않아 신규 창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존에 자리한 룸살롱 업주에게 웃돈을 더 주고 ‘인수 창업’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당하게 업장을 운영하는데 불법으로 접대부 빼돌려가며 장사하는 2·3종 업주들을 왜 봐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11월 24일 자정, 의정부에서 만난 흥신소장 김모(31) 씨는 번호판에 ‘ㅎ’이 붙은 흰색 카니발을 미행 중이었다. 최근 2종 가라오케에 접대부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보도차’다. 2시간 전 의정부역에서 30대 초중반 여성 4명을 태운 뒤 인근의 유흥가로 들어가 룸살롱 2곳에 각각 2명씩을 내려줬다. 모두 유흥협회에 가입된 1종 업소로 단속 대상은 아니다. “1종 업소는 매일 출근하는 ‘고정’ 접대부가 있다. 하지만 사정에 따라 머릿수가 부족할 때가 있는데 이날처럼 손님이 몰리는 금요일 밤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 보도실장에게 연락해 보도 접대부로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김씨의 설명이다.

보도방 여성 2명 태운 카니발 미행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유흥가에서 포착된 ‘보도방’ 접대부들. 유흥종사자의 고용이 금지된 2종 유흥업소 가라오케에서 일한 직후의 모습이다. / 사진:안덕관 기자
김씨에 따르면 보도실장은 통상 4~7명의 접대부를 관리한다. 이들 접대부는 한 타임에 10만원 정도를 TC로 챙기는데 이 중 2만원이 실장에게 간다. 접대부가 하루 3타임을 돌면 실장은 30만원을 버는 구조다. 밑천이 없어도 리스로 빌린 차와 접대부만 있으면 돈벌이가 된다. 거기다 접대부를 구하기도 쉽다. ‘여우XX’나 ‘밤XX’ 등 유흥업 중개 사이트에는 일하겠다는 구직자가 넘쳐난다고 한다. 여성들이 유흥업계로 몰리는 것은 경찰 단속에 걸려도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보도 아가씨는 경찰 단속에 걸려도 보건증 없이 접객행위를 한 혐의로 벌금 10만~30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성매매와 관련됐더라도 접객원은 성매매 방조 혐의로 벌금형에 그치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요즘에는 접대부들이 고정으로 일을 안 하려고 한다. 룸살롱에 출근 도장 찍어봐야 손님이 없으면 TC를 못 챙기니까. 대신 보도차는 업소의 인력난을 지원하러 가는 거여서 허탕 칠 일은 없다.” 김씨의 설명이다. 반면 보도실장은 2·3종 업소에 접대부를 제공한 혐의가 적발되면 징역 5년 또는 2000만원 벌금형에 처할 만큼 처벌이 세다.

카니발 차량이 대로변으로 빠져나가더니 한 빌딩 앞에 멈춘다. 차에서 나오는 보도실장은 외관상 40대 초반. 담배를 한 대 태우고는 빌딩 안으로 들어가는데 접대부들이 한 타임 일하고 나올 때까지 24시간 만화방에서 시간을 죽일 요량인 듯하다. “보도실장은 나이트 삐끼나 웨이터 출신으로 어중간하게 놀던 애들이 많다. 가끔 조폭 출신도 있는데 말단 중 최하급 말단이라고 보면 된다. 애초에 전국구 조폭은 자기들 딴에 체면 지킨답시고 조직원이 보도차에 관여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1시간쯤 지난 뒤 보도실장이 나와 카니발을 몰고 다시 유흥가로 돌아간다. 새벽 2시에도 이곳은 불야성이다. 거리에는 운동화를 신고 한 손에 하이힐을 들고 가는 여성들이 보인다. “워낙 보도가 활황이어서 차 없이 접대부를 굴리는 실장도 있다”고 김씨는 말한다. 그 사이 카니발은 접대부 2명을 태운 뒤 도로 건너편에 있는 또 다른 유흥가로 향한다. 그 동선을 보고 김씨는 차에 있는 셀카봉을 콘솔박스에다 꽂아 세운 뒤 카메라를 설치한다. 카니발이 접대부를 데려다준 곳은 ‘XX 노래타운’으로 2종 가라오케였다. 김씨는 접대부 2명이 카니발에서 나와 업소로 들어가는 모든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채증을 마쳤다. “접대부들이 가라오케에서 나오는 것까지 촬영하면 오늘 조사는 끝이다.”

“간판 자주 바꾸는 업소는 사고 잦다”


▎흥신소장 김모(31) 씨는 유흥 단속을 위주로 의뢰를 받아왔다. 그는 11월 2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한 카페에서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유흥 단속 자료를 꺼내 보였다. / 사진:안덕관 기자
2시간 뒤 접대부들이 업소에서 나올 즈음 김씨는 112상황실에 문자메시지로 “2종 가라오케에서 접대부를 쓰고 있다”면서 영상 자료를 첨부해 신고했다. 김씨는 “관할 파출소나 지구대는 대부분 불법으로 장사하는 2종 가라오케와 유착돼 있어 반드시 112상황실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찰이 업소에서 접대받는 것은 물론, 단속 정보를 알려주고 뒷돈을 챙기는 경우도 많아 단속 무마가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실을 통하면 관할 파출소는 신고 내용을 어떻게 조치했는지 위에 보고해야 하므로 단속을 무마할 수 없다고 했다.

때마침 카니발이 돌아와 퇴근한 접대부들을 태우자 김씨가 차량 앞쪽을 카니발 쪽으로 틀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울리던 실장이 차에서 나와 김씨의 운전석 창을 주먹으로 두들기지만 김씨는 반응하지 않는다. 실장이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지구대 경찰 2명이 도착한 뒤다. 김씨가 차에서 내려 신고자임을 밝히고 상황을 설명하자 경찰 1명이 가라오케로 들어간다.

해당 가라오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정도를 처분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주 입장에서는 벌금보다 관할 지자체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게 가장 뼈아프다. 영업정지는 스리아웃 제도로 시행되는데,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2차 2개월, 3차 폐쇄 처분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한 번 단속되면 경찰 블랙리스트에 기록돼 상시 단속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1차 처분을 받으면 더 이상의 영업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3차 처분까지 받은 뒤 바지사장에게 명의를 넘기고 간판을 바꿔 달아 업소 운영을 이어가는 사업자도 있다. 하지만 수개월의 적자분을 감당해야 하는 데다, 업체명이 자주 바뀌는 곳일수록 사고가 잦다는 통설 때문에 손님 발길도 뜸해지는 편이다.

이번 단속으로 김씨가 받는 의뢰비는 50만원. 주류를 제공하는 노래방이나 비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한 마사지 업소 채증 의뢰도 단가는 비슷하다. 가끔은 특정 룸살롱을 겨냥해 성매매 알선 증거를 잡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김씨 본인이 성매수자로 위장해야 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커서 의뢰비도 400만~600만원으로 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통상 룸살롱에서는 접대부의 성매매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접대부가 손님에게 ‘2차’를 대가로 TC를 얼마나 받건 마담은 손도 대지 않는다. 그러면 최소한 그들끼리 눈이 맞은 거라고 둘러댈 여지라도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 혐의는 무조건 징역형이다. 거기다 룸살롱에 임차를 내준 건물주까지 처벌 받는다.” 김씨의 말이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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