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파워 인터뷰] ‘교권보호 4법’ 결실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 

“단순 훈계도 아동학대? 교권이 바로서야 학습권도 보장돼”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법 개정에도 예산은 겨우 30억원 찔끔… 정부의 후속 조치 필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 했건만… 밥상머리 교육도 되살려야”


▎‘교권보호 4법’ 개정을 이끈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은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3년 7월 18일 오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철민(66)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21대 국회 후반기 교육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1학년 담임이던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세상을 등진 충격적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보호 4법’을 9월 21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 위원장은 “교육에는 여야가 없다”고 호소하며 법률 개정 과정을 이끌었다. 그는 법 개정 뒤 일각에서 학생 인권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우리 교육은 백년지대계 아닌 ‘오년지소계’”


▎김철민 교육위원장이 2023년 9월 1일 교권보호 4법 논의를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 회의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국회 교육위원장실
위원장 취임 이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교육위원회를 운영했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간 우리 교육은 ‘오년지소계’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었다. 그 바람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심각한 혼란을 겪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발언이 대표적이다. 올해 입시에서는 오히려 준킬러 문항이 많아졌다. 덕분에 수험생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용산 대통령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여러 정부를 거쳐 오면서 교육정책의 방향도 큰 틀은 잡혔다고 본다. 이 전체적 틀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교육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일이 발화점이 됐을 뿐이다. 그간 교육위에서 여러 의원들이 준비해온 법안들이 있고, 관련 논의도 많았던 만큼,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좀 더 충실히 담기 위해 여러 차례 간담회와 토론회를 진행했다. 여야 간 입장차를 신속히 좁히기 위해 여야 정당과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모여 ‘교권회복 및 보호 입법화 지원을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협의체’ 회의를 진행했다. 법안을 실제로 심의한 교육위 법안소위를 8월 17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9월 13일까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다섯 차례나 열었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법안을 마련하고 통과시킬 수 있도록 협력하고 노력해준 교육위 여야 의원님들께 감사드린다.”

법 개정에 특별히 공을 들인 이유가 있다면…

“서이초 교사 일에 앞서 2021년 의정부 한 초등학교 초임 교사 두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이유다. 가벼운 훈육과 훈계마저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확인했다. 교사의 정상적 교육 활동이 어려워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이다.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온전하게 보장되고, 학생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학습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교권보호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개선됐나?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을 일부 개정한 것이다. 관련 조항이 많은데,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추려보면 ▷교사 개인에게 주어졌던 학교 내 민원처리의 책임을 교장에게 일임 ▷교사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상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로 보지 않도록 규정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를 못하도록 함 ▷교육 활동 침해 행위 유형에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공무방해죄, 무고죄, 업무방해 등을 포함 ▷교육 활동 관련 분쟁 소송 등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감이 공제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다. 특히 학부모에게 학교 교육에 대한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협조하고 존중해야 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법조항에 분명히 명시했다.”

법 개정에도 교권 정상화 갈 길 멀어


▎김철민 교육위원장이 2023년 12월 8일 국회 교육위원장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법 개정에도 교권강화 방안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2023년 10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56%가 교권보호 4법 통과에도 학교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법안이 통과되고 한 달이 지난 뒤인 11월 1일 나온 설문 결과다. 정부의 후속 조치가 꼭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수많은 교권보호 대책이 발표됐지만, 행정·재정·인력 등 추가 지원이 없어 실효성 없이 흐지부지된 전례가 많다. 그런데 내년 정부 예산안에 교권보호 관련 예산은 고작 30억원 증액된 수준에 불과하다.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확충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챙겨볼 것이다.”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떤가?

“이번 논의 과정에서 해외 교권 대처 사례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독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엄중한 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차원에서 다룰 수 있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문제 행동이 급증하자 안전한 학습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와 켄터키 주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교실에서 퇴실시키는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일본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시달리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약 10년 전부터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학생 인권 보호는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교육 현장의 많은 선생님과 학생을 만났다. 대부분 교권과 학생 인권은 모순·대립하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저 역시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의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서로 조화,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학교 문화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교육 정상화도 주요 이슈다. 현 정부가 특별히 공을 들이는 부분인데…

“수능 킬러 문항 배제와 같은 단편적 충격 요법으로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교육은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교육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해법이 마땅치 않지만, 우선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줄 세우기식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와 같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학교 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21대 국회 전반기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학교 폭력을 반복해 저지르는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교폭력 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과도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재발을 막아보자는 의미였다. 학교 폭력은 예방과 사후조치로 나눠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학내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당장 큰 효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정 안에서의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도 중요하다. 교권 침해 등 교육과 관련한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인성과 예절교육을 자연스럽게 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사후조치와 관련해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실질적이지 않은 부분과 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 등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학교 폭력의 변화 양상을 반영하는 면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가해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언어폭력·사이버폭력·따돌림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 내실화 방안 마련 시급


▎김철민 교육위원장이 2023년 6월 12일 교육부 실·국장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국회 교육위원장실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사고 등의 균형 잡힌 지원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문제는 우선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등의 불균형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명목상 평준화돼 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 평준화가 사실상 해체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반고 슬럼화’라고 얘기할 정도다. 특목고, 자사고 학생이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만큼,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입시에 내몰리게 된다. 영재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특목고와 자사고를 완전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곳은 그곳의 메커니즘으로 운영하게 하고, 일반고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성과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건물을 보수하고 난방기를 교체하는 식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안 된다.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사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대학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현재 고등 교육에 대한 공공 부문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69%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1.1%에 못 미치고 있다. 고등 교육 투자액 중 정부가 부담하는 공공재원 규모가 클수록 대학 교육은 물론 국가경쟁력 수준도 높게 나타난다. 고등 교육 경쟁력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적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지방대를 둬야 한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선발 비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기본 기조를 지역 균형발전으로 놓고 지방대 발전 방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교사가 ‘3D 업종’처럼 여겨지면서 지원자가 감소한 교육대학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최근 교권 추락 사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수험생들에게 교사가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졸업해도 취업이 바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당장 뭔가 획기적 방안을 내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교권 4법’ 개정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교육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사 숫자를 줄여선 안 된다. 수도권 신도시는 여전히 과밀 학급에 시달리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정부 정책 방향도 수정해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 다짐 지킬 것

취임 당시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교육정책만 생각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교육위원회를 이끌겠다”고 했다. 교육위원장으로서 자평한다면?

“2023년 11월 30일 교육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들어오니 교육위 보좌진들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유쾌·통쾌함으로 여야를 아우르며 위원회를 이끌어줬다’면서 상을 주더라. 교육위는 더불어민주당 2023년 국정감사 우수상임위원회에도 선정됐다. 무엇보다 정쟁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민생 국감을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기뻤다. 여야를 떠나 의원들 의견을 잘 듣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경기 안산 상록구을 지역구 의원이다. 챙겨야 할 현안도 많을 듯하다.

“2020년 수인선이 25년 만에 완전히 개통했다. 2025년에는 신안산선이 개통할 예정이다. GTX-C 노선도 상록수역을 추가 정차역으로 포함한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안산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경기 서남부 ‘사통팔달 교통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안산은 1기 신도시보다 먼저 조성된 계획도시인 탓에 주택과 상가들이 노후화해 있다. 재건축이 시급한데, 지지부진하다. 11월 29일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 국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바로 그날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을 만나 특별법 적용 대상에 안산시도 포함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성포동·월피동 일대를 역세권개발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안산은 주차 공간을 비롯한 도시 기반 시설도 부족하다. 그래서 임기 동안 국·도비 확보 1순위를 주차장 사업에 둘 정도로 집중했다. 지금까지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와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등 총 57억원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희망을 드리는 정치, 미래로 나가는 정치를 계속해 나가겠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1호 (2023.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