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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모델 겸 배우 스테파니 리 

신예의 화려한 외출 “대체 불가능하잖아요~”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십대 때 뉴욕서 모델로 화려한 데뷔, 한국선 CF광고 통해 ‘뉴트로지나 걸’로 알려져…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이어 예능 리얼리티 <타인의 취향>에서 팔색조 매력 뽐내

▎스테파니 리는 16세에 뉴욕에서 패션 모델로 데뷔한 뒤 5년 전부터 한국으로 건너와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한다. ‘뉴트로지나’ 광고로 한국 팬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패션·광고계는 물론 방송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 장소협조· 슬림 앤 스트롱(Slim&Strong)
영화배우들 중에서도 유독 나이나 성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가 있다. ‘천의 얼굴’이라는 단어는 그런 배우에게 붙여진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스타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델이자 배우인 스테파니 리(22· 본명 이정아). 갓 스무 살을 넘긴 그를 만나면서 기자의 머릿속에서 그 수식이 떠올랐다. 1993년생이란 말이 믿기지 않았다. 모델 경력 7년, SBS의 인기 드라마 <용팔이>에서 커리어우먼으로 보여준 인상적인 연기력이 그런 느낌을 부추겼을 것이다.

스테파니 리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미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졌다. 강원도 춘천에서 초등학교 3년을 보냈다고 한다. 모델로 첫발을 뗀 것은 뉴욕에서다. 동양적인 이목구비에다 시원하게 뻗은 각선미로 10대 후반 나이에 패션 무대를 누볐고 루이비통, 랑방, 샤넬, 디올, 페레가모 등 유명 브랜드모델로도 활동했다. ‘잘나가던’ 모델 스테파니 리는 2010년 한국의 연예계를 노크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애국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란다.

그가 한국 팬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화장품 브랜드인 ‘뉴트로지나’ 광고를 통해서다. 그동안 유명 스타들이 많이 거쳐온 광고에 낯선 모델이 활짝 웃음을 지으며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발음을 선보이자 그의 이름이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작은 두 눈에 큰 입이 매력적인 뉴트로지나 걸은 누구지’라는 궁금증이 확산된 덕분이다.

십대에 루이비통, 샤넬 등 유명 브랜드 모델 거쳐


▎스테파니 리의 매력은 동서양의 기준에서 모두 인정받는 마스크에 있다. 활짝 웃을 때는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를 닮았지만, 무표정일 때는 대만 여배우 서기의 섹시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 사진제공·k-waue
그 뒤로 스테파니 리는 모델·광고계는 물론 방송 드라마까지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왔다.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연기자로서 신고식을 치른 그는 SBS <용팔이>에서 굵직한 조연을 소화해냈다. 그 뒤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진출했다. 지난 11월부터 방영 중인 JTBC 예능 프로 <타인의 취향>에서 그는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더니, 12월엔 SBS Plus <스타그램>의 MC를 꿰찼다.

12월 10일 서울 청담동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하고 생기 발랄한 그만의 에너지를 담고 싶어 스테파니 리가 평소 이용하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사진촬영을 했다. 카메라 조명이 터질 때마다 그의 표정은 변화무쌍하다. 활짝 웃을 때는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를 닮았고, 때로는 대만 여배우 서기의 묘한 섹시함이 풍기기도 했다. 다소곳한 미소를 지을 때는 수수한 여고생의 눈빛을 발산했다.

요즘 많이 바빠졌죠?

“최근에는 패션 프로그램 <스타그램>의 MC를 맡았어요. MC 역할은 정말 어렵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JTBC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타인의 취향>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는 특히 제 본연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드라마나 광고에서 비친 모습으로 많이 기억해주시는데 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연예인보다는 소녀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더 많거든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처음일 텐데 거꾸로 촬영하는 데 어색함은 없나요?

“처음에는 좀 불편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공간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카메라가 없는 듯이 자연스럽게 지내야 하니까요. 집인데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하고 혼자서 다 해야 하니까 불안했죠.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방송) 분량이 나오기는 할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에서 처음 찍은 광고 때문에 ‘뉴트로지나 걸’로 많이 알려졌죠? 뉴트로지나 모델이 개인적으론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음, 밝고 신선한 느낌?(웃음)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뉴트로지나 광고는 스타가 되기 전에 거치는 관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를 거친 정려원·황정음 씨 등도 당시엔 모두 신인이었으니까요. 저도 이제 잘되는 것 아닌가요?”(웃음)

16세 때 타이라 뱅크스의 눈에 띄어 데뷔


▎이른 나이에 데뷔한 덕분에 스테파니 리는 벌써 7년차 베테랑 모델이다. 그는 “모델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며 “브랜드광고 모델, 잡지모델, 패션모델 분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 있는 동양인 모델로는 내가 처음이었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 사진제공·CECI
영어 발음이 독특했는데 어떻게 연습한 건가요?

“네. 미국 광고를 많이 찾아봤어요. 일부러 억세게 발음을 하더라고요. 억양을 더 넣고 과장해서요. 팔도 활짝 벌려가면서 ‘뉴트로쥐~나’라면서요. 하하.”

미국 시민권자 아닌가요? 한국말이 서툴 줄 알았는데 잘 하네요?

“복수국적이에요. 최근 KBS <해피투게더> 촬영하면서 가수 에릭남, 존박 씨와 공감한 부분이 있어요. 우리 같은 교포는 오히려 한국말을 한국사람처럼 하려고 더 노력하거든요. 영어는 웬만해선 안 쓰려고 하고요.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아직도 어려움을 겪어요. 특히 대사는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여요. 영어발음도 정확하고, 한국발음도 정확하게 연기해야 할 때는 정말 혀가 꼬이더라고요. 더 열심히 연습해야죠.”

스테파니 리는 미국 뉴욕에서 16세 때 데뷔한 7년 차 베테랑 모델이다. 미국 보스턴 근교의 섬에 살던 그는 TV에서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가 모델을 해보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백인 학생들이 대부분인 고등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스테파니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안 그래도 ‘왕따’여서 학교를 정말 다니기 싫었는데, 마침 모델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갔어요.”

천운이라는 단어를 이럴 때 써야 하지 않을까? 하필 그가 오디션을 보러 모델 에이전시를 찾아 간 날, 그곳에서 세계적인 슈퍼모델 타이라 뱅크스를 만났기 때문이다. 까만 생머리에 깡마른 스테파니 리를 보자마자 뱅크스가 “정말 매력적이네요(attractive)! 사진 한 장 찍을까요?”라며 탄성을 질렀다는 것이다. 당시 이 광경을 지켜본 에이전시 측에서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보니까 정말 프로 모델 맞던데요.

“카메라 렌즈를 보고 있으면 회오리처럼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오히려 편안해져요. 그런데 포토그래퍼는 무서워요. 은근히 무서운 분들 많아요.”(웃음)

몸매 관리 같은 건 따로 하나요?

“평소에는 많이 걷고 운동을 하는 편이에요. 운동은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해서 여러가지는 할 줄 알아요. 저는 먹는 걸 좋아해서 사실 식단 관리는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방송 보셔서 알겠지만요, 하하.(그는 <타인의 취향>에서 소시지, 찌개, 달걀 후라이 등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래도 패션위크 때는 좀 빼야 하니까 견과류나 해독주스 같은 걸로 관리를 하죠.”

미국에서 모델 생활은 어땠나요? 궁금해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내긴 했어요. 어린 나이에 혼자 뉴욕에서 지내며 삶을 헤쳐나가는 느낌이 뿌듯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몸매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한국은 사실 지나치게 마르지 않아도 되는데 미국 모델들은 살이 잡혀선 안되거든요. 지금의 반 정도가 돼야 돌아갈 수 있어요. 아마 절 돼지라고 할 걸요.”(그는 일반인의 기준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에피소드도 많았겠죠?

“안 좋은 에피소드이긴 한데요. 쇼를 할 때 중간에 샴페인을 마시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저는 당시 미성년자였는데, 퍼포먼스를 할 때 관객이 샴페인을 마시면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썩 좋지 않았어요. (모델의 행위를) 예술로 봐주지 않고 여자로 보는 사람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미국에서 모델로 한창 ‘잘나가던’ 스테파니 리는 왜 갑자기 한국행을 결심했을까? 그는 2010년 한국으로 왔다. 스테파니 리는 “한국인으로서 본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고등학교를 자퇴했던 그는 한국에서 검정고시를 보기도 했다. 그 뒤로 모델뿐 아니라 JTBC <선암여고 탐정단>과 SBS <용팔이>를 통해 연기자로도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한국에서 처음부터 커리어를 다시 쌓은 셈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미국에서 패션위크 기간이 되면 한국 모델들을 취재하러 한국 기자들이 오거든요. 근데 그분들이 제가 한국 모델인 것을 잘 모르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저보고 중국인 모델이냐고 물었어요. 한국 모델들끼리 잘 어울리는 끈끈한 연대도 부러웠어요. 어린 마음에서 그런지 몰라도 ‘스테파니 리는 한국 모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죠. 전 한국인이기도 하니까요.”

“스테파니 리가 한국사람인 걸 알리고 싶었죠.”


▎177cm의 훤칠한 키에 탄력 있는 몸매를 유지하는 ‘스테파니 리의 몸매관리 비법’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화제를 모은다. 그는 “배우는 걸 좋아해서 배드민턴, 테니스, 라크로스, 왁킹 등의 여러 가지 운동을 배웠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와선 어땠어요?

“정말 낯설었어요. 어릴 때 춘천에서 살았던 기억밖에 없었거든요. 서울은 너무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촬영장 분위기도 달랐어요. 미국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10시부터 5시까지면, 그 시간이 지나면 돈을 더 내거나 촬영이 끝나지 않아도 갈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끝날 때까지 계속 찍어요.(웃음) 장점이 있다면 미국은 정해진 시간에 일하러 오는 느낌인데 한국은 작품을 만들러 오는 느낌이 들어요. 모두 가족같이 챙겨주시고요.”

드라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찍었는데 연기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연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JTBC에 방영된<선암여고 탐정단> 원작을 재밌게 봤는데 4차원의 멀뚱한 최성윤 캐릭터가 매력 있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용팔이>에서는 굉장히 도도하고 시크한 캐릭터를 맡았어요. 두 가지 캐릭터 중 자신이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보세요?

“전혀 안 닮았어요. 둘 다요.”(웃음)

드라마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전부 어려웠지만 특히 <용팔이>의 신씨아 역이 더 어려웠어요. 미국 의대를 졸업했다가 병원 고객을 담당하는 팀장 역이었잖아요. 말투가 딱딱하고 대사도 길어요. 속사포 랩하듯, 따지듯 말해야 해요. 그래서 톤에서부터 말투, 스피드 조절까지 연구를 참 많이 했어요. <선암여고 탐정단> 최성윤은 틀에 박힌 생각이 없고 4차원의 매력이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도 상관없는데, 신씨아는 고정된 느낌이 있잖아요. 말투, 걷는 모습, 펜 잡는 것, 머리를 넘기는 것까지 하나하나 달라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배우를 하면서 혹시 롤모델로 삼은 연기자가 있나요?

“롤모델이 정말 많아서 인터뷰할 때마다 여러 사람 이름이 막 튀어나오긴 하는데, 대만 배우 서기를 정말 좋아해요. 얼마 전에 만나보았는데 정말 꿈꾸는 것 같았어요. 중국말로 ‘일이 계속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덕담을 해줬어요. 작품들마다 각각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 같아요.”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싶나요?

“이제 시작이라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제 나이에 맞는 여대생 역할이에요.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알콩달콩한 연애도 하는 그런 풋풋한 대학생 연기요.”

한국 검정고시 시험을 봤는데 합격은 했죠?(웃음)

“네. 제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모델 활동을 했잖아요. 한국에 오면 미국 검정고시가 인정이 안 돼서 다시 시험(검정고시)을 쳤죠. 여기서 수능을 보려고 하니까요. 뚜렷한 학업 계획은 아직 못 세웠는데, 저 잘 할 수 있겠죠?”(웃음)

연기에 대해서 자신감이 좀 생겼나요?

“이제 불안감은 이겨냈어요. 지금은 당연히 잘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는 잘 못해도 다행히 맡은 캐릭터처럼은 보이는 것 같아요. 작품의 캐릭터로 보이는 게 연기 아닐까 생각해서요. 드라마에서는 제가 잘 안 보였기 때문에,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어요.”(웃음)

모델로, 연기자로서 본인의 장점을 꼽는다면요?

“모델로서는 사실 성공한 편인 것 같아요. 눈도 작고 코도 동그래서 별로 예쁘진 않지만 전 제 얼굴을 좋아하거든요.(웃음) 사실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어요. 어떤 측면에서는 다른 모델들의 길을 터준 것도 같아요. 예를 들면 모델의 영역은 브랜드 광고모델, 잡지모델, 패션모델 등 다양하게 나뉘잖아요. (분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동양인 중 거의 제가 처음이었어요. 사실 연기는 막 시작했기 때문에 장점을 말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특정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랄까?”(웃음)

UFC 경기관람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벤 헨더슨을 특히 좋아한다고요?

“네. 벤 헨더슨이 한국 와서 경기했는데 못 가서 정말 아쉬웠어요. UFC 경기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동작을 보는 게 좋아요. 발레나 춤 같은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죠. 스포츠에서는 UFC가 몸 동작이 많이 들어가서 매력 있는 것 같아요. 발레는 여자의 아름다운 선을 보여준다면, UFC는 남성의 본능이 드러나는 멋진 경기인 것 같아요.”

“나이 많아도 섹시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상형”


▎스테파니 리는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과 SBS <용팔이>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나 광고에 비친 모습과는 달리 개구쟁이 소녀 같은 성격이다”라고 고백한다.
혹시 실제 배워보기도 했나요?

“네, 사실 한 번 배워봤어요. 정말 어렵고 몸도 다칠 것 같아 무서웠어요. 그래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죠.”(웃음)

운동을 꽤나 좋아하나 봐요?

“워낙 새로운 것 배우기를 좋아해서 여러 가지 운동을 배웠어요. 배드민턴, 테니스, 라크로스(크로스라는 라켓을 이용한 하키 비슷한 구기종목), 왁킹(아프로 아메리칸 종류의 스트리트 댄스) 등등. 제가 다양하게 활동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진제공·JTBC(위) / 사진제공·SBS
혹시 이상형이 남성적인 사람인가요?

“따뜻하면서 깔끔한 느낌의 마초요.(마침 옆에 있는 잡지를 가리키며) 다니엘 크레이그 정말 좋아해요. 영화 <007> 시리즈에서도 멋있잖아요. 나이가 많아도 섹시한 신사 같아서요.”

혹시 ‘본드걸’ 연기엔 욕심 없나요?

“(찡긋 웃으며) 본드걸이 백인, 흑인은 나왔는데 동양인이 아직 안 나오긴 했죠? 하하.”

스테파니 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배우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오드리 헵번과 같이 되고 싶어요. 생전부터 지금까지 오드리 헵번은 꾸준히 사랑스러운 여자잖아요.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보이시하기도 해요. 정말 좋은 어머니이자 불우한 아이들을 도와준 훌륭한 사람이기도 했어요. 전체적인 삶이 아름다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인터뷰 시간이 그다지 길었던 것도 아닌데 그 사이 아주 많은 스테파니를 만나고 온 느낌이 들었다. 하얀 도화지에 거침없이 덧칠해지는 유화를 여러 장 넘긴 것 같다고나 할까. 하고 싶은 것도 호기심도 많은 스물둘, 막 피기 직전의 꽃봉오리처럼 벅차 오르는 설렘이 스테파니 리만의 에너지로 뿜어져 나왔다. 저녁 8시경 인터뷰가 끝나자 “배고파요, 파스타 먹으러 가야겠어요!”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그에게서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와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의 얼굴이 겹쳤다. 이유는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방송을 통해서건 스테파니 리의 얼굴을 자주 볼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스테파니 리의 말처럼 그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 글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201601호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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