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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특집] 다시 열리는 양김(兩金:김성근-김경문) 시대 

사제지간이자 라이벌인 두 남자 ‘다시 붙어볼까?’ 

이창호 스포츠평론가, 야구전문기자 river2000@naver.com
NC, 삼성 거포 박석민 96억원에 영입하자 한화 SK 마무리투수 정우람 84억원에 계약… 스토브리그 동안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알찬 전력보강으로 단숨에 우승후보로 발돋움

▎김성근 한화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계를 대표하는 라이벌 장수다. 스토브리그 동안 10개 구단 중 가장 알찬 전력보강을 이룬 두 사람은 2016년 프로야구 정상을 노린다.
야구계에서 김성근(74) 한화 감독과 김경문(58) NC 감독만한 ‘애증관계’도 흔치 않다. 두 사람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코치와 선수로 OB(현 두산)의 우승을 일궜다. 하지만 2007년 김성근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은 뒤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사제지간이라기보다 앙숙에 가까웠다.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군 삼성의 퇴조기미가 역력한 가운데 NC와 한화는 스토브리그 동안 가장 알찬 전력보강을 이루며 ‘빅2’로 발돋움했다.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자웅을 겨뤘던 김성근·김경문 감독. 프로야구에 다시 ‘양김(兩金)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지옥 훈련, 흙투성이, 땀, 변화, 부족…. ‘지독한 승부사’ 김성근 감독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한화로 복귀한 지 2년째다. 김 감독의 한해 농사는 이미 시작됐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일본 고치(高知)와 오키나와(沖繩)에서 실시한 스프링캠프의 지옥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우승에 꼭 필요한 혼을 불어넣었다. 개인적으로는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에 도전한다. 일흔다섯,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 무관의 명장, 긍정, 달….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 김경문 감독을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제9구단으로 뒤늦게 창단한 NC 프로야구단의 초대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 5년째다. 올 시즌 가장 강한 전력을 지닌 팀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도자로서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쉰아홉, 정상에 설 때가 됐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프로야구 ‘양김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우승권 전력을 바탕으로 열성적인 야구 팬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올 시즌 판도를 이끌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김경문 감독이 조련한 NC는 올 시즌에 앞서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탄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한화는 최고의 불펜투수인 자유계약선수(FA) 정우람을 4년 동안 84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영입했고, NC는 장타력을 지닌 FA 3루수 박석민을 역대 최고인 4년 총 96억원에 데려왔다.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을 채운 셈이다.

한화와 NC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스승과 제자로서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 관계 속엔 애증이 함께 스며 있다. 김성근 감독은 SK, 김경문 감독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양김시대’의 지존자리를 놓고 맞부딪쳤다. 두 차례 모두 김성근 감독의 승리였다. 프로 원년이었던 1982년 OB 포수로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던 김경문 감독은 고개를 떨군 채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악연의 잉태, 2007년 KS 정근우의 홈 스틸

# 장면 1: 2007년 10월 25일 잠실구장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은 야구를 하기에 딱 좋은 가을 날씨였다. 영상 17.5도, 남동풍이 조금 불었다. 홈인 인천 문학구장에서 2연패를 당하고 잠실 원정에 나선 SK 선수들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모습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1회초 1번 정근우의 중전안타를 신호탄으로 4안타를 집중시키면서 2-0으로 앞서 나갔다.

SK가 2-0으로 앞선 6회초, 다시 선두타자 4번 이호준이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며 공격의 물꼬가 열렸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3만여 관중의 함성이 뜨거웠다. 두산 이혜천은 0-5로 뒤진 1사 2, 3루에서 1번 정근우의 몸에 공을 맞혔다. 오석환 주심은 고의성을 의심해 경고를 줬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2번 조동화를 평범한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낼 수 있었지만 이대수가 공을 놓치는 통에 2점을 더 내줬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0-7로 변했다. 0-2였던 6회초 무사 1·3루에서 선발 김명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혜천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계속된 1사 2·3루. 이번에도 3루 주자 정근우가 도발했다. 이혜천이 3번 김재현에게 초구를 던지려는 순간 홈 스틸을 감행했다. 포수 채상병이 이혜천의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공식기록은 패스트볼이 됐지만 이 사이 2루 주자 조동화까지 홈까지 내달려 0-9로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2012년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서 만난 김성근(오른쪽) 고양 원더스 감독과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 / 사진·중앙포토
잔뜩 화가 난 이혜천은 김재현에게 빈볼성 투구를 해 퇴장당했다. 이혜천이 김재현에게 몸쪽 위협구를 던지자 SK 선수들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 나왔고, 두산 선수들도 벤치를 박차고 뛰쳐나와 뒤엉켰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갔다. 결국 SK가 9-1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을 1승 2패로 만들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풀어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정근우의 홈 스틸 시도는 ‘시체에 매질을 하는 아주 비신사적인 플레이’라는 부정적 비난과 ‘지독한 승부욕’이라는 긍정적 평가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하튼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 불씨였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김경문 감독은 “우리는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지더라도 깨끗하게 지겠다”고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그래도 김성근 감독은 “뭐 그런 일을 갖고 그러느냐. 야구를 하다 보면 그런 일도 생기는 거다. 빈볼도 아니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면서 슬쩍 비껴갔다.

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 때는 ‘SK가 문학구장 1루 더그아웃 옆 펜스 밑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두산 주루코치의 사인을 훔쳐보려고 했다’는 괴소문이 나돌아 두 구단이 서로 으르렁거렸다.

시즌 도중에도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김성근 감독은 두산 에이스 리오스의 투구동작에 시비를 걸었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 역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SK의 중심타자인 박재홍의 타격자세를 문제삼아 맞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내비치곤 했다.

그해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이 1·2차전에서 연승을 올리자 ‘두산이 4연승으로 끝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그냥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차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자 더욱 집요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었고, 또 다른 반전카드를 준비하는 지략으로 맞섰다.

2007년 한국시리즈는 시작 전부터 ‘관록과 패기의 대결’로 전망됐다. 프로야구 최고령 사령탑 김성근 감독과 ‘40대 기수’인 김경문 감독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결국 승자는 김성근 감독이었다. SK가 두산에 2연패를 당한 뒤 4연승을 일궈내면서 기적 같은 우승을 연출했다. SK는 2000년 창단 이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김성근 감독 역시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했다. 1984년 OB 감독으로 사령탑에 오른 이후 늘 김응용 감독의 그늘에 갇혀 있다가 마침내 ‘명장’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SK와 두산은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리턴매치를 가졌다. SK는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4승 2패로 꺾고 다시 챔프전에 진출했다. 두산으로서는 ‘복수혈전’을 별렀다. 그러나 또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내리 4연패를 당해 SK에 한국시리즈 2연패의 영광을 안겨줬다.

‘우승 청부사’의 마지막 도전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부딪친 김성근 SK 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이 경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 김성근 감독은 2연패 뒤 4연승으로 SK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겨주었다. / 사진· 중앙포토
김성근 감독은 칠순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아직도 청춘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온 종일 야구장에서 산다. 야구 생각만 한다. 그런 삶이 프로다운 것이고, 승부사의 인생이라고 여기며 지낸다. 참 지독하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통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재일동포다. 한국어보다 일본 말이 편하다. 메모도 일본어로 한다. 어쩔 수 없다. 한민족의 역사가, 김성근 감독의 가족사가 이런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인이지만 때론 주변인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한화 사령탑으로 프로무대에 복귀했다. 올해로 복귀 2년째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올해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늘 일본을 스프링캠프로 정한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고치에서 1차 캠프를 연 뒤 오키나와에서 2차 훈련을 가졌다. 그리고 투수 중심으로 특별 훈련조를 구성해 며칠 더 있다가 귀국했다.

# 장면 2: 스프링캠프를 이끄는 ‘칠순 열정’

수시로 펑고 방망이를 들고 그라운드로 나간다. 따로 훈련이 필요한 선수를 정해놓고 직접 펑고를 친다. 어찌나 쉴 새 없이 타구를 날리는지 선수들은 5분여도 지나지 않아 파김치가 된다. 앞으로, 뒤로, 옆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타구를 잡아내기 위해 글러브를 낀 손을 내밀다 보면 맨땅에 넘어지기 일쑤다. 땀 범벅이 된 얼굴이 흙먼지가 내려앉고, 유니폼은 시나브로 시커멓게 변한다. 고참부터 신인까지 예외는 없다.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곳에는 늘 김성근 감독이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김성근 감독은 고교 시절 재일동포 고국방문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투수 출신이다. 투구동작을 일일이 직접 체크한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즉석에서 직접 고치라고 지시한다. ‘많이 던져야 시즌 중에도 많이, 잘 던질 수 있다’는 신조로 투수들을 지도한다.

한화의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일본인 코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칠십 노인의 열정이 어느 한순간도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열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해마다 대어급 FA를 영입해 전력 보강을 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에서 권혁을 데려와 ‘스타’로 만들면서 흥행몰이를 했더니, 올해도 SK에서 정우람을 데려와 불펜을 더욱 강화했다.

이용규·정근우·조인성·권혁·송은범·배영수·정우람·심수창·이재우 등 한화에는 FA 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한 베테랑들이 김태균과 함께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김성근 감독과 함께 우승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한화는 2014부터 FA를 대거 영입했다. 2014년 SK 정근우를 4년 70억원, KIA 이용규를 4년 67억원에 각각 데려오더니 지난해엔 권혁과 4년 32억원, 송은범과 4년 34억원, 배영수와 4년 21억5000만원에 각각 FA 계약을 했다. 올해도 ‘내부 FA’인 김태균을 4년 84억원, 조인성을 2년 10억원에 각각 붙잡았고, 외부 FA 정우람과 심수창까지 받아들였다.

여기에다 한화는 최고의 외국인선수를 낚음으로써 “올해는 외국인선수들의 덕을 좀 보고 싶다”는 김성근 감독의 마음을 채워줬다. 에스밀 로저스를 국내프로야구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 달러(약 21억원)에 재계약했고,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윌린 로사리오를 연봉 130만 달러에 데려왔다. 지난해 외국인선수 탓에 고생했던 김성근 감독에겐 ‘천군만마’인 셈이다.

한화는 올해 10개 구단 중 사상 최초로 총 연봉 100억 원을 넘긴 구단으로 등록했다.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7명이 총 102억1000만원을 받는다. 평균 연봉으로 1억 791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김태균은 전체 프로선수 중 최고액인 연봉 16억원을 받는다.

김성근 감독은 2002년(LG)에 이어 2007년부터 2010년 (SK)까지 4년 연속 등 총 5차례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그리고 3차례 우승했다. 한화는 1999년 딱 한 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김성근 감독은 ‘칠십 열정’으로, 한화는 ‘공격 투자’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려고 한다.


▎1984년 11월 초 시즌을 마친 OB 선수단이 서울 잠실구장 인근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왼쪽에서 다섯째가 당시 김성근 OB 감독, 위에서 둘째 줄 오른쪽에서 셋째가 김경문. / 사진·중앙포토
‘달의 신화’를 꿈꾸는 문(Moon)의 야망

김성근 감독이 ‘일본통’이라면 김경문 감독은 ‘미국통’이다. 야구 스타일도 다르다. 김성근 감독이 ‘스몰볼’이라면 김경문 감독은 ‘빅볼’을 즐긴다. 김성근 감독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면 김경문 감독은 철저하게 코치들에게 역할 분담을 한 뒤 전체적으로 따져본다.

김경문 감독이 올해 분명한 도전에 나선다. 이젠 우승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후보에 그치지 않고 정상을 밟아야 팀과 개인의 꿈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

NC는 2011년 창단 이후 줄곧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을 전지훈련지로 사용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연습 경기 상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굳이 오키나와나 규슈(九州)로 훈련장을 옮기지 않는다. 미국이 스프링캠프의 시작과 끝이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늘 하던 대로,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으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신념 때문이다.

김 감독은 프로팀과 선수들이 목표를 높이 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NC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는 것이 격세지감은 있지만 아주 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걱정할 정도다.

페넌트레이스라는 6개월의 대장정을 치르다 보면 곳곳에 복병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감독이나 구단, 코치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왕왕 벌어진다. 선수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김경문 감독은 “어느 팀이나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잘 뭉쳤다. 올해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면서 미국 애리조나와 LA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를 끝내고 돌아왔다.

두산 감독으로 2005년과 2007년, 2008년 3차례 한국시리즈를 치를 때도 우승의 부담감에 대해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외부의 평가보다 내적인 힘의 집중이 우승의 향방을 가늠한다고 믿고 있다.

NC는 올해를 대비해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박석민과 4년 96억원에 계약했다.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더욱 강한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박석민의 영입은 두산에서 온 FA 이종욱과 손시헌에 이어 ‘김경문식 빅볼’을 완성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NC는 김경문 감독의 ‘화수분 야구’로 전력 향상을 일궈냈다. 나성범·박민우·이재학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젊다. 타자들은 빠르다. 투수들은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조련했다. 여기에 외국인선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각별히 신경을 쏟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정상급 전력을 만들었고, 이제 우승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팀이 됐다.

NC는 에릭 헤커와 재크 스튜어트가 마운드에서 각각 두 자릿수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자원이고, 에릭 테임즈는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서 자리매김했다. 김경문 감독이 챔피언의 야망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 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출전 선수명단

▷두산=1번 중견수 이종욱, 2번 좌익수 김현수, 3번 2루수 고영민, 4번 3루수 김동주, 5번 지명타자 홍성흔, 6번 1루수 안경현, 8번 포수 채병용, 9번 우익수 민병헌. 선발투수 리오스

▷SK=1번 유격수 정근우, 2번 중견수 조동화, 3번 우익수 이진영, 4번 1루수 이호준, 5번 2루수 정경배, 6번 좌익수 박재상, 7번 지명타자 김재현, 8번 3루수 최정, 9번 포수 박경완. 선발투수 레이번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것이 2007년. 당시 주전으로 뛰었던 신인급 선수들은 이제 베테랑으로 한화와 NC를 이끌고 있다.

‘양김의 아이들’ 이젠 프로야구 주축들로 성장


▎OB 시절의 김성근 코치와 포수 김경문. / 사진·중앙포토
SK 우승의 주역이었던 정근우와 정우람은 이제 김성근 감독과 더불어 챔피언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 정근우는 올해 한화의 주장이다. 지난해에는 부상 등으로 시즌 초반부터 제대로 활약하지 못해 늘 팀에 미안해 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장을 맡고 더욱 강한 책임감을 나타내고 있다. “주장으로서 딱히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며 스프링캠프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캠프 동안 팀이 달라지는 것을 몸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모든 선수의 마음가짐이 변하고 있으니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에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베테랑이 유독 많다. 이들이 시즌 내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주전과 백업의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시즌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야수와 투수 모두 마찬가지다. 김성근 감독 역시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공을 들였고, 이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김성근 감독이 운영하는 필승 불펜의 핵으로 우승에 힘을 보탠 정우람도 “7년 만에 스프링캠프에서 한 번 던질 때 200개 투구를 한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성근 감독과의 재회를 통해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두산의 톱타자로서 ‘뛰는 야구’를 이끌었던 이종욱은 2014년 두산에서 NC로 이적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주장을 맡고 있다. 이종욱은 “이제는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면 될 것 같다”며 “그 부담감을 즐길 수 있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맨 앞에서 후배들을 끌고 가고 있다. 손시헌과 함께 두산 시절부터 성실하고 모범적인 자세로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어온 터라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의 가교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이호준은 김성근 감독과 함께 SK 우승을 이끈 뒤 2013년 NC로 이적해 2년 연속 이종욱의 전임 주장으로서 단단한 팀워크를 만드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프로 지도자나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팀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그랬다. ‘김성근과 김경문의 아이들’도 이제 팀을 달리해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이제 혼자만 잘하는 야구가 아니라 팀 전체가 잘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위치에 섰다.

경쟁 구단 감독들도 ‘양김’ 전력에 경계령


▎역대 FA 최고 몸값인 4년 최대 96억원에 NC 유니폼을 입은 박석민(왼쪽)과 84억원에 한화에 입단한 정우람. 둘은 올해 팀의 핵심전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 사진·중앙포토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OB 시절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지도자와 선수였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젠 동업자이자 경쟁자가 됐다. 야구 발전을 위해선 함께 마음을 모으지만 승부를 위해선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시리즈의 악연까지 겹치면서 아주 복잡한 관계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첫 전승(9승) 금메달을 따며 ‘명장’이 된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SK에 무릎을 꿇자 “삼세번(2005·2007·2008년)은 실패했다. 7전 8기의 자세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지막 소원’으로 삼아 언젠가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해 한화가 100%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김용희 SK 감독)

“한화의 전력도 괜찮다. 그러나 NC가 좀 더 강할 것이다”(김태형 두산 감독)

“NC는 투수도 좋고, 테임즈도 좋다. 박석민도 영입했다”(류중일 삼성 감독)

각 구단을 이끄는 감독의 평가도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한 김태형 두산 감독과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해 통합 5연패를 아쉽게 놓친 류중일 삼성 감독은 NC의 전력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은 한화의 공격적인 거물 영입과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스프링캠프 막바지부터 서로 연습 경기를 하면서 실전감각을 익힌다. 상대 전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토대로 3월 한 달 동안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어낸다. 4월이 오면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

- 이창호 스포츠평론가, 야구전문기자 river2000@naver.com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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