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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前 나토(NATO)군 총사령관 

“북핵 사용 징후 있다면 미국은 선제타격 시도할 것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보스턴=김동현 월간중앙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한국의 독자 핵개발,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위험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 모병제는 각국의 국방문화 고려하여 국민이 선택해 결단할 사안”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사령관은 “오직 중국만이 북한의 호전적 무기 개발 과정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2013년 나토 총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4성 장군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61, James G. Stavridis)는 현재 미국 보스톤 소재 터프츠대 플레처 법률·외교대학원 학장을 맡고 있다. 터프츠대 플레처 대학원은 국제법과 외교분야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타브리디스 역시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플레처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나토 총사령관 재임 당시 아프가니스탄·리비아·시리아 등 중동지역 대테러 전쟁과 동아프리카 해적 소탕작전을 지휘한 경력이 있다. 지난 7월 중순, 힐러리 클린턴의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급부상했던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 집권 시 그가 클린턴 행정부의 군사·외교 분야에 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타브리디스와의 인터뷰는 10월 5일 보스턴 그의 대학원 학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플레처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동현 보스턴 통신원이 <월간중앙>이 보낸 질문 요지를 토대로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플레처 대학원 교수로 재임 중인 한국 국적의 이성윤 교수가 배석해 인터뷰를 도왔다. 이 교수는 북미관계·미국의 대북 정책·한반도 국제정치 등이 주 전공 분야다. 그간 백악관에 한반도 정책을 브리핑해왔고, 2013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여 자문한 전문가 그룹에 포함되기도 했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의 핫 이슈로 제기된 소위 ‘선제타격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미국은 북한이 핵 역량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 선제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심각하게 핵무기 타격을 고려하거나, 실제로 이를 준비한다는 정확한 정보가 있다면, “미국은 국제법의 규범 내에서 선제공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독자 핵무기 개발,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는 각각 “NPT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 전술적으로 무의미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 일축했다.

“북한이 핵역량 보유한 것만으론 선제공격 하지 않아”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8월 25일자에 게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 장면.
북한의 지속적인 핵개발 의지는 확고한 것처럼 보인다. 만일 북한이 핵과 함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대응은 어떻게 변화할까?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동맹국과의 협력을 미국은 중시한다. 동맹국가로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이 있고,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는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이 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 우호국과의 ‘연합체적 협력’을 통해 북한이 정책을 바꾸도록 장기적으로 충분한 압력을 가할 것이다.

중국과의 협력도 지속할 것이다. 결국 평양으로 가는 길은 베이징을 통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직 중국만이 북한의 호전적 무기 개발과정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공격적인 사이버 역량과 함께 특수부대와 정밀타격의 역량을 제고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을 부를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것이다. 김정은이 스스로를 위험한 길로 빠뜨리지 않는 성숙한 사고를 해주길 바란다.”

북한이 SLBM 개발을 성공시켜 이를 실전 배치한다면, 그것이 한반도 군사적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또 이럴 경우 한국에 배치될 사드(THAAD)는 전술적 가치를 현격하게 상실하는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하여 한국에 배치될 예정인 사드의 전술·전략적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대한민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찬성하며, 한국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드는 북한이 어떠한 수준의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더라도 지속적인 유효성을 가질 것으로 본다. 주로 중국으로부터 사드배치 반대 압력이 들어오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이 공동 결정한 사드 배치는 결국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북핵에 대비하여 독자적인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미 1990년대에 철수한 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를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다. 이 같은 시도가 선택 가능한 대응책이라고 보나?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서명국이다.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지역과 전 세계를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현재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 외에 또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 많은 핵무기의 존재 그 자체가 세계의 세력균형 체제에 엄청난 위험을 가한다. 또 지금 시점에서 한국에 전략적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이 변해 전략적 핵무기 재배치가 억지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이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 전략폭격기를 비행시킨 이유가 뭐겠는가? 한국 내에 핵무기가 없더라도 미군에는 빠른 시간 내에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플랫폼’이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한다는 생각은 군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와 함께 장기적 차원의 핵무장 준비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을 하고 싶은가?

“징병제와 모병제는 해당 국가만이 결정할 수 있는 복잡한 국가적 의사결정 의제다. 징병제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국가가 인식하는 외부적 위협, 병역에 대해 갖는 문화적 규범, 젊고 뛰어난 사람들을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결정은 한국 국민에게 달려 있다.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이전 질문에서 밝혔지만, 대한민국과 같이 미국과 가까운 우방국이라 하더라도 추가적인 핵 확산은 전 세계의 평화공존 체제와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적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보정책 등 한미동맹에는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보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의 변화를 미리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현재 대다수의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후보자의 자격으로 말하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정책을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트럼프의 영향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고 대통령 당선인과 논의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안보 등 중요한 정책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동맹 국가들에 권고하고 싶다.”

“우방국에 핵무기 보유를 권장하는 것은 큰 실수”


▎스타브리디스 학장은 나토군사령관 재임 당시 아프가니스탄·리비아·시리아 등 중동지역 대테러 전쟁과 동아프리카 해적 소탕작전을 지휘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이 아주 적은 비용만 지불하고 미국에 의존한 안보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한일 양국에 핵 무장을 허용하겠다고도 한다. 그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나?

“트럼프는 핵무기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다 같이 해야 하는 것은 전 세계 핵무기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처럼 안정적이고 돈독한 관계의 미국 우방국에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커다란 실수다. 어떠한 국가에라도 핵무기 보유를 권장할 수 없다. 트럼프는 핵이 어떤 무기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주장도 그렇다. 독일, 일본, 대한민국, 호주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과 미국 영토 이외에 전진 배치된 미군부대의 경우,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는 합리적인 수준의 군비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은 전 세계에 (미군 부대를) 전진 배치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동맹국과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에 안정성을 제공하는 일이다. 또한 전 세계를 향해 미국이 어떤 나라와도 교역과 운송을 비롯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민주주의, 자유 등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 일본, 유럽의 국방 예산을 살펴보면 모든 국가는 국방에 상당한 수준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항상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함께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탈북자의 적극적인 수용 등 북한 내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지 않아 북한정권의 붕괴가 이뤄지리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전망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관련해 매우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 정권이 예측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나는 박 대통령의 관점을 존중한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 정권이 내부적 혁명, 스스로의 고립으로 자초한 경제적 압력, 외부로부터의 제재 등으로 붕괴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정권을 유지해나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지난 50년 간 북한에 배운 것이 있다면 북한은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북한의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인 붕괴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 그러나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내 폭력을 수반한 격변이 일어나 김정은이 이를 무마하는 방법으로 남한에 호전성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라면 박 대통령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 발언에 동의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운명은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미 양군, 대북 사이버 방어 역량·침투 역량 키워야”


▎북한의 5차 핵실험 확장억제를 위해 미 전략폭격기 B-1B와 한국공군의 F-15K 전투기가 9월 21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발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민의 바람이다. 미국의 정책도 한국민의 이런 염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미국은 북한 핵의 제거를 위해 최악의 경우 선제 타격도 불사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닌가?

“나의 발언이 미국의 정책을 대변하거나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탄도 미사일에 탑재한 뒤, 이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매우 명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이 단순히 핵 역량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 선제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심각하게 핵무기 타격을 고려하거나, 실제로 이를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면, 미국은 국제법의 규범 내에서 선제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적대적 의도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면, 미국이 공격적인 군사작전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 자위대는 전시작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미연합사와 같은 단일 지휘체계는 없다. 나토의 경우도 각국이 전시작전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나? 한국이 안보 문제에 있어 성숙한 책임의식을 갖기 위해 전시작전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이라고 보나?

“현재 한반도 내 군사력 사용에 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협상해온 이중적 접근법(dual key approach)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런 접근법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지휘통제방식 변경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는 지휘 통제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는 한미 간에 지속적인 협의 사안이 될 것이다.”

북한 핵시설 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한국군의 사이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사이버를 통해 북한의 작전 체제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지휘 및 통제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실제 잠수함, 전투기, 미사일 등의 효과적인 운용 역량을 무력화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버를 통해 우리의 전략적 메시지를 북한 주민에게 전달하고, 적대적 상황 발생 시 김정은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역량 배양도 필요하다. 이는 사이버 역량 중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한미 양군이 사이버 영역의 다양한 차원에서 작전 가능한 역량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보스턴=김동현 월간중앙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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