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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이슈] ‘먹구름’ LG 스마트폰의 미래(未來) 

악성 소문 무성 “접는 일은 없다” 

최경호 월간중앙기자 squeeze@joongang.co.kr
3분기 영업손실 2000억원 등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 2년 새 2000여 명 감축됐지만 수뇌부는 사업 지속 의지 확고

LG 스마트폰의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매출이 15조2279억원, 영업이익 516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09년 3분기 이후 최대치다. 그러나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는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추정된다. 2015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적자다. “이러다 (휴대폰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말도 안 된다. 그럴 일은 없다”고 손사래치고 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9일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는 더 이상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1분기 1937억원, 2분기 1395억원, 3분기 4256억원, 4분기 4593억원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MC사업본부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가장 이유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7%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애플(13.0%), 화웨이(10.4%), 오포(7.7%), 비보(5.7%), 샤오미(5.4%), LG전자(4.0%) 순이다. 전년 대비 삼성전자는 3.2%p 증가한 반면 LG전자는 0.2%p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합계 33.7%인 중국이 한국(26.7%)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장기 부진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LG전자 MC사업본부 직원 수는 5714명이었다. 직전 분기 7016명과 비교하면 1302명(약 20%)이 줄어들었다. MC사업본부 역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는 인력 감축이었다. 또 2015년 동기 7894명과 비교하면 2180명이 감축됐다.

지난해 LG는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야심 차게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실패에 가깝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자 적자폭이 커진 MC사업본부가 타개책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2015년 1분기 8049명이었던 MC사업본부 인력은 2분기 7941명, 3분기 7894명, 4분기 746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7321명, 2분기 7016명, 3분기에는 5714명으로 인력감소폭이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감축된 인력은 LG전자가 신성장사업으로 육성하는 전장품(電裝品, VC) 부서나 LG이노텍, LG화학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직원들, 토익 열공?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


▎지난 3월 8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본무 LG 회장(왼쪽에서 셋째)이 연구 성과를 점검하고 있다. 왼쪽에서 첫째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둘째가 구본준 LG부회장, 넷째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사진제공·LG전자
회사에서는 MC사업본부 인력을 다른 부서나 계열사 등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불안감과 상실감까지 달래주기는 어렵다. 특히 젊은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직을 결행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에 따르면 사내에서 토익 스터디를 조직해 ‘열공’하는 등 구체적인 이직 준비를 하는 직원들도 있다.

2014년 입사해서 2016년까지 MC사업본부에 근무했던 A씨의 고백이다. “스마트폰 G3가 나오는 시점에 입사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요. 입사할 때만 해도 G2가 가능성을 비쳤고, G3의 판매량도 좋았어요. 그래서 G4, G5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2010년부터 스마트폰을 본격 출시한 LG전자는 옵티머스G(110만 대), G2(300만 대), G3(530만 대), G4(440만 대), G5(320만 대) 등을 내놓았다. LG전자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G3였다. 시판 중인 G6는 목표치였던 400만∼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LG전자는 보고 있다.

A씨의 토로가 이어진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LG가 삼성이나 애플에 뒤진다고 하겠지만, 카메라 기능 등 테크놀러지(기술) 관점에서 보면 가장 앞서는 부문도 있어요. 직원들끼리 말할 때는 회사에서 MC사업본부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는 하죠. 그러나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까지 떨치기는 어려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A씨와 비슷한 시점에서 입사한 B씨는 얼마 전 회사를 떠났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보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B씨와는 e메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MC사업본부 인력 감축 계획이 알려지자) 한 간부 선배는 술자리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우리 조직문화는 남부럽지 않은데 이익이 나지 않으니 어쩌겠느냐’며 울분을 토하더군요. 저 역시 LG전자에 입사해 MC사업본부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죠. 언젠가는 삼성을 이기게 될 거라는 꿈도 있었고요. 그런데 G3 때 반짝하더니 이후 계속 안 좋았잖아요? 인사고과 낮은 사람들은 권고사직 당하게 될 거라는 루머가 무성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떠나고…. 저도 결국은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지금은 ‘백수’ 신분이 됐지만 B씨의 회사에 대한 애정은 A씨 못지않았다. 그는 LG전자 MC사업본부 자체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B씨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IoT)의 기반이 된다. 그뿐 아니라 LG전자가 단순히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종합 가전회사이니 스마트폰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B씨처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있지만, 차제에 회사를 옮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이직시장에서 상품성이 높은 경력 7~8년차 직원들 중 일부는 헤드헌터들과 수시로 연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음에 드는 자리가 나오면 자신이 옮기지만, 내키지 않으면 동료에게 ‘토스’하기도 한다.

최근 회사를 떠난 C씨의 말이다. “주임 3~4년차 그러니까 입사 7~8년쯤 된 사람들이 주로 움직이려 한다. 실제 이직도 많이 했다. 나는 이직할 연차가 못 돼서 그냥 퇴사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중이다. 이직하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사내에서 토익 스터디를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회사 복사기에서 토익 교재를 복사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사내에 스터디 모임 등이 운영되는 것은 어느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자기계발 차원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다른 회사라고 해서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없겠는가”라며 “헤드헌터와 접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치 않는 자리를 제안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V30가 반등 모멘텀 될까


▎LG전자가 10월 13일 미국 5대 통신사를 통해 출시한 V30. LG전자는 얇고 가벼운 디자인에 누구나 손쉽게 전문가처럼 쓸 수 있는 카메라·오디오 기능이 특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LG전자
MC사업본부 안팎의 흉흉한 기류를 회사라고 모를 리 없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리지만 사실보다 부풀려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거라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 H&A사업본부장인 송대현 사장이 직접 나서서 추가 인력 감축 가능성을 공식 부인했다. 사내의 동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송 사장은 9월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휴대폰·가전업계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부품을 계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하다. 고용 인원이 연간 250명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날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경남 창원시와 창원1사업장에 대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올해 말부터 2022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자해 생활가전을 생산 중인 창원1사업장을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재건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LG전자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건물의 재건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2021년부터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해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탁기와 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창원2사업장의 경우 지능형 자율공장으로의 재건축 계획이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창원1사업장에 대한 재건축으로 생산능력이 현재 연간 최대 200만 대에서 300만 대 이상으로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신작’ V30가 MC사업부문 실적 반등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10월 13일(현지시간) 버라이즌, AT&T, T모바일, 스프린트, US셀룰러 등 미국의 5대 이동통신사를 통해 V30를 출시했다.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은 “얇고 가벼운 디자인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급 카메라 등 V30만의 특장점을 앞세워 북미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V30가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시장에서 전작(前作) V20의 흥행 호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북미 휴대폰 시장에서 LG전자는 720만 대를 팔아 점유율 3위(17.1%)를 차지했다. 2분기 점유율에는 상반기 출시된 G6 출하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인한 V20의 판매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최대 프리미엄 시장이라고 하는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라며 “손에 만져서 쥐고 LG 제품의 우수성을 잘 알릴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본연의 역할만 하는 시대는 끝나”


LG전자는 ‘야심작’이 반등의 모멘텀이 돼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 애플의 아이폰8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기 때문이다. 북미시장이 애플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데다 최근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단기간 내에 반등의 기회를 잡기는 어려울 거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도 한동안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3분기 영업손실은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4분기 실적 전망도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국내 일부 증권사는 LG전자가 적자가 계속되는 스마트폰 사업의 중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다. 조성진 부회장 등 LG전자 경영진이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LG전자의 전체 실적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이 본연의 역할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로봇이나 스마트홈, 자동차와 같은 플랫폼에 연결되는 허브(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사물인터넷 가전 출시를 늘리는 동시에 올해 최초로 가정용과 상업용 로봇을 상용화했다. 또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도 진출을 확대하는 등 신사업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

권성률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적자 때문에 계속 우려가 나오지만, 가전제품과 TV의 성장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구조조정으로 MC사업본부의 비용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연간 최대 영업이익(2조1331억원)을 냈던 2009년만 해도 휴대폰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질 정도로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가전과 TV, 자동차 전장부품 등이 제2의 전성기를 이끌 엔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빠른 시장 대응이 경쟁력인 스마트폰과 달리 효율성과 견고함이 중요한 가전과 전장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략 변화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인 구글과 협력관계를 지속시켜주는 매개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과 사물인터넷, 전장부품 등 사업분야에서 LG전자와의 협력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어렵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증권가 등에 떠도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루머는 터무니 없다”며 “이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공식입장이랄 것도 없다”고 밝혔다.

[박스기사] 삼성· LG 또 스마트폰에서 희비 엇갈려 - 삼성은 플래그십 없이도 영업이익만 3조원대 ‘선방’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등극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또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3분기 삼성전자는 플래그십(최고급 기종) 제품 부재 상황에서도 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LG전자는 2000억 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10월 13일 삼성전자는 분기 최대인 62조원의 매출과 14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매출이 25조2600억~27조 8100억원, 영업이익 2조9800억~3조44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와 함께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분기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갤럭시8과 갤럭시 노트8 사이에 플래그십 신제품 없던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7월 40만 대 한정으로 국내 출시한 갤럭시 노트FE가 완판(完販)되면서 비교적 양호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0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전자 MC사업본부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3분기 선전한 상황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은 부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보다 약 900억원이 늘어난 2245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30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데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올해 마지막인 4분기는 양사 입장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기 위해, LG전자는 만성적자를 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출시한 갤럭시노트8과 V30의 시장 반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최경호 월간중앙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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