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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문화예술부문 | 손열음 피아니스트 

1인 4역 맡아 평창대관령음악제 새 지평 열다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기획·섭외·해설·연주 등 창조성 유감없이 뽐내
해외 돌며 음악제 구성과 홍보에 24시간 모자라


▎평창 대관령음악제의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손열음 피아니스트.
"남들이 만든 무대에만 서다가 직접 무대를 만드는 창조적 작업을 했는데 힘들었지만, 매우 신났다. 믿고 지지해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5월 8일 제10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인 손열음(33) 피아니스트의 수상 소감이다. 그가 언급한 ‘창조적 작업’은 ‘평창대관령 음악제’를 의미한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강원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시작됐다. 국내 대표적 클래식 음악제로 성장했지만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존폐의 기로에 섰다. 활로를 찾던 음악제는 신선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바로 서른세 살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강효, 정경화·정명화에 이은 3대 예술감독에 임명한 것이다. 최연소 예술감독이었다.

주변에서는 어린 나이에 무거운 직책을 맡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기획·섭외·해설·연주의 1인 4역을 도맡아 하면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지난 1년간 여름과 겨울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치르면서 그의 창조적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 음악회가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젊고 신선한 클래식 콘서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그를 추천한 인사들은 “풍부한 인문학 소양과 모험심으로 클래식 음악과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고 손열음 감독을 평가했다.

“창조성을 잃지 않고 자랄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손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예술가로서 유년 시절의 경험은 중요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그가 음악제를 준비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곳이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였다. 거장으로부터 레슨을 받는 기존의 마스터클래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교실을 만들어 학생들이 음악가로서의 자질을 쌓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는 구상이다.

손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로서 직접 연주도 하고 프로그램북에 들어갈 곡 해설을 직접 붙이기도 했다. 손 감독은 “글 쓰기는 손으로 하는 일 중에 피아노 치는 것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며 “음악은 예술 분야에서 가장 추상적인 개념이고 반대로 글은 가장 이성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분야여서 상호보완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제의 지향점은 한 예술가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며 “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유일무이한 고유의 색깔을 자리 잡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음악제의 모습에 기대감을 불러 넣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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