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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북한 회계 선진화 로드맵 최초 공개 

국제 기준으로의 ‘단번 도약’만이 살 길 

2005년 개성공단 계기로 회계 문호 연 北… 中보다 30년 뒤져
철도 연결 공동조사 같은 국제제재 넘는 협력 이뤄내야


▎남북경제협력 회계 통일이 우선이다 / 한국공인회계사회 / 남북회계협력위원회 / 중앙books / 1만5000원
북한엔 세금이 없다. 공식적으론 그렇다. 1974년 4월 1일 세금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시행했다. 실상은 세금 대신 거래수입금·국가기업이익금·사회협동단체이익금 등을 국가납부금 명목으로 걷는다. 순서대로 한국의 부가가치세·법인세·소득세와 등치한다.

세금이 없으니 세무회계도 없다. 물론 국가납부금을 거두는 만큼 회계결산 시 ‘국가예산납부의무수행표’를 작성한다. 그러나 용어부터 다르니 한국 회계와 상통할 리 없다.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차이점이 더 뚜렷하다. 뭣보다 북한에는 시장이 없다. 물론 좌판이 열리는 시장은 있다. 그러나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토지나 건물, 공장설비 같은 고정자산의 장부 상 가치를 어떻게 매길까. 역시나 답은 중앙통제다. 국가에서 특정 연도마다 전국적으로 가격 재평가 사업을 실시한다. 한번 평가되면 그 가격은 고정된다.

이렇게 다른 남북 회계가 개성공단에서 처음 만났다. 2005년 6월 28일 북한이 개성공단 개발업자인 현대아산과 협의 끝에 ‘개성공업지구 회계규정’을 채택하면서다. 북한은 이때까지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한 회계제도를 경험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회계를 둘러싼 갈등이 빈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최중경) 남북회계협력위원회는 개성공단에서의 남북 회계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서 [남북경제협력 회계 통일이 우선이다]를 발간했다. 공인회계사와 북한 경제 전문가 15인이 북한 회계제도(1부)와 개성공단 경험(2부), 최근 북한의 대내외 경제정책 및 경제개발구 정책(3부), 그리고 남북 회계 협력 로드맵(4부) 등 네 가지 주제를 10가지 이슈로 다뤘다.

개성공단은 3년 넘게 폐쇄된 상태다. 그런데 개성공단 너머 남북 회계의 미래를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네 번째 이슈인 ‘개성공단, 운영의 성과와 과제’에서 필진은 이렇게 말한다.

“개성공단의 회계처리는 단순했다. 남측으로부터 원부자재를 반입해 제품을 가공하고, 다시 남측 기업에 납품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북측 경제가 열리면 향후 특구에서 필요한 원부자재를 북측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고, 또 특구에서 생산된 물품을 북측에 판매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제 기준에 맞는 회계기준이 필요하다.”

이태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북한 회계의 ‘단번 도약’을 강조한다. 중국은 시장경제 기반 회계준칙을 제정한 지 14년 만인 2006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했다. 북한은 첫 발도 못 뗐다. 이 센터장은 북한 회계가 중국보다 30년, 베트남보단 15년 뒤쳐졌다고 평가한다. 외국인 투자를 늘리려면 중국과 베트남이 택했던 점진주의로는 역부족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 문상덕 기자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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