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신간] ‘삼전도의 굴욕’ 피할 수 있었나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 이주희 지음 / Mid / 1만5000원
1637년 정초, 청나라 철기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 조선 조정은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청(후금)과의 화친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다. 영화 [남한산성](2017)의 한 장면이다.

“명길은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이옵니다.”(김상헌)

“적의 아가리 속에도 분명 삶의 길은 있을 것이옵니다.”(최명길)

양자택일은 조선의 운명이었을까. 저자는 대륙과 대양에 낀 반도세력은 운명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굴종만이 약자의 운명인 건 아니라고 역설한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보는 눈’과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 같은 지정학적 운명에서도 신라는 통일을 이뤄냈고, 고려는 거란을 상대로 강동 6주를 얻었다.

조선은 무엇이 달랐을까. 저자는 인조반정에서 병자호란으로 이르는 길을 면면히 짚는다. 우선 인조는 만주 유목민을 상대해 온 서북(西北) 방면 전력을 통째로 날렸다. 반정(反正)에 성공하자마자 오랑캐와 내통했단 죄목을 씌워 서북면의 베테랑 관료들을 숙청했다. 또 반정공신인 평안도 병마절도사 이괄을 홀대하다 난을 자초했다. 이괄의 반란군은 조선에서 가장 강력한 기동타격대였다.

냉철한 눈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저자는 인조가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계승했다고 평가하면서 당시의 중립외교 자체를 비현실적 노선이라고 비판한다. 명을 아버지로, 청을 형으로 모신다며 ‘양다리’를 걸치다가 명의 원병도, 청의 양해도 얻지 못하는 낭패를 봤다는 것.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는 지금의 한국은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EBS 다큐[한국사 오천년-생존의 길]을 책으로 엮었다.

- 문상덕 기자

201906호 (2019.05.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