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특별기획 | 심층진단] 서울 주택공급에 관한 팩트체크 

“저성장일수록 도심에 인구 몰린다” 

인구감소 추세에도 가구 분화에 따른 주택 수요 커지는데 공급 못 따라가
도심의 고밀도 재개발·재건축 지체할수록 통근시간 등 사회적 비용 불어나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버스정류장.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과는 다른 특이한 수도권 주택시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끊임없는 규제강화 및 공급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서울 전역의 나홀로 상승 행진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서울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다만 그때는 소위 버블세븐 지역이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 시기, 다양하고 창의적인 규제 개발과 강화가 도입됐다. 그럼에도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큰 편차 없이 모두 약 80%(부동산114 시세지수 기준) 정도의 상승을 기록했다. 국제금융위기를 맞이한 뒤에야 집값이 잡혔다. 그 여파로 이명박 정부 시기, 수도권 주택시장 경기침체의 골은 깊어졌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시작된 회복세는 10% 남짓의 누적 상승률로 마감했다. 여기까지는 서울과 경기는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만의 급등세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9월까지 2년 반 동안 경기도는 약 1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서울시는 약 37%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처음 겪어보는 서울과 경기의 탈동조화 현상이다. 일찍이 없었던 시장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을 답습했다. 역설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서울시 아파트 시장이 더 조급하게 차별화됐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 말기, 수도권 전체로 보면 주택공급 과잉이라고 비판받을 만큼 과도한 주택 인허가 및 분양이 이뤄졌다. 미분양 문제를 고민해야 할 판이었다. 이렇게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수도권 주택시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공급과잉이라는 판단이 주류인데 왜 서울만 이 난리일까? 지금은 이런 특이한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로 위축될 주택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정책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 감소하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왜 오를까?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만 상승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로 축의 가격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상승·하락률을 가리킨다. 가령 120이면 20%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때 국내 주택시장 수요의 근원이 되는 인구구조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2019년 3월 28일 발표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19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유입인구를 포함하는 총인구 역시 202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수도권은 2018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인구 2571만 명으로 2017년의 2552만 명보다 19만 명 증가했다. 전국 인구증가 폭인 21만 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전히 수도권은 인구증가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도가 25만 명 증가, 인천시가 1만 명 증가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시는 7만 명 감소로 드러났다.

서울의 인구는 감소하는데 아파트 가격은 왜 치솟을까? 인구 감소라는 현상을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바라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서울시의 인구감소 현상은 가구 분화로 늘어난 가구 수를 수용할 주택 재고량의 증가가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을 얻으려는 경쟁은 심해지고, 누군가는 올라간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나 서울을 떠나야 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여러 가지 장래 수요 추정 접근방법이 있으나 결국 1채, 2채로 산정되는 주택 수요는 방금 전 논의와 마찬가지로 인구통계학적인 가구 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외국인 가구 수를 포함하지 못하는 등 한계는 있지만 2017년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15년을 정점으로 가구 수 증가세가 급격히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 증가율은 감소했지만, 연 평균 30만 가구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2020년까지 연간 증가 가구수는 23만에 불과하고, 2025년까지는 연 17만 가구의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가구 증가 폭이 확 꺽이리라는 추정이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가구 수 증가 추세는 예상만큼 둔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총가구는 2018년 말 2050만 가구다. 2015년 이후 3년간 연평균 약 30만 가구가 증가했다. 이전의 증가 폭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장래가구 추계에서 예측했던 연평균 23만 가구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수도권만 보면 2018년 21만 가구(2015~2018년 연평균 17만 가구)가 증가해 장래가구 추계에서 예측된 2015~2018년 연평균 11만 가구보다 10만 가구를 초과했다. 이렇듯 수도권만 바라보면, 인구와 가구에 근거한 주택 시장 수요 요인이 예상치를 밑도는 현상이 최근 수년간 계속됐다.

주택공급 상황을 살펴보면 전국의 주택 수량의 연간 증가율도 2015년 2.0%에서 2018년 3.0%로 높아지는 추세다. 2018년 11월 1일 기준 주택 수는 1763만 호로 2017년 1712만 호보다 51만 호나 증가했다. 2018년 수도권 주택 수는 약 800만 호. 2017년보다 27만5000호(3.5%)가 증가, 전국의 증가율을 초과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주택의 재고를 낳는다.

서울시의 주택공급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는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정책적 선택은 장래 서울대도시권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한 고민과 그 고민이 녹아나는 합리적인 결론으로 귀결돼야 한다. 어찌 보면 인구축소기를 앞둔 시점에서 대도시권의 중심도시 인구감소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인구축소기에 도시 외곽은 공동화되는 반면 도쿄와 같은 중심도시 인구는 오히려 증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서울대도시권도 도쿄와 동일한 과정을 좇아갈 순 있다.

경기도는 넘치고, 서울은 부족하고…


▎정부 재건축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인구가 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감소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주택 재고의 증가와 그 증가를 만들어낼 신규주택 공급량은 얼마가 될까? 2017년과 2018년 통계를 이용해 단순 계산해 보자. 2017~2018년 사이 서울시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7명에서 2.43명으로 감소했다. 2017년 서울시 인구인 974만2000명이 2018년에 감소하지 않으면 가구 분화로 394만9000가구가 아닌 400만9000가구가 된다. 따라서 동일한 인구를 서울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증가한 6만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수치는 서울시 주택시장 내에서 누군가 쫓겨나지 않는, 혹은 나가는 사람만큼 들어오는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증가량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서울시 주택시장에서 경쟁을 더 심화시키지 않는 주택의 증가량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신규주택 공급은 나대지가 거의 소진된 관계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혹은 개별 필지 재건축과 같은 광의의 재개발을 통해 대부분 이뤄진다. 서울시의 2018년 주택 준공 물량은 7만 호였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주택 증가량은 2만7000호에 불과했다. 이는 주택 멸실이 신축과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고량의 증가 대비 신규 주택 공급량 비율(7.0/2.7)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서울에는 2018년 주택 준공 물량 7만 호의 2.2배에 달하는 약 15만 호의 신규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만 여기서 통계청의 주택 수는 소유 단위를 말한다. 다수의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가구주택을 고려하면 추정치에 다소 증가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 그와 같은 신규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일이 그리 수월하지 않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 주택시장에서는 그런 공급을 만들어낼 충분한 시장 압력이 상존해 왔다. 여러 가지 광의의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규제정책들이 그런 변화를 지속해서 억제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 시장침체기에 동력을 잃었던 재개발 구역들이 최근 시장 상승기에는 그 추진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시장침체기 정비사업에서 해제된 구역들은 400여 개소에 가깝다. 어쨌든 시장침체기에는 그 동력이 상실됐다가 시장 상승기에는 투기적인 행태로 비난받을 만큼 사업추진의 힘이 강하게 작동한다. 해당 시점에 그 탄력을 억압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정책 부작용 답습한 文 정부


▎박남춘 인천시장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8년 12월 수도권 주택공급 및 광역교통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기 이루어진 시장 완화와 꾸준한 시장회복, 그리고 선분양제의 결합으로 파생된 수도권 공급(인허가) 과잉이라는 조건 위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는 인구축소기를 앞둔 마지막 불꽃이라고 여길 만큼 밀어내기식 아파트 분양이 이어졌다. 적지 않은 전문가가 부정적인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공급과잉으로 인한 장기적 시장 침체를 예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첫 발을 내딛자마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서울만 부동산의 독주가 시작됐다. 그리 장밋빛이 아니었던 시장 상황과 연이어진 편협한 정책적 선택의 부작용으로 형성된 시장 기대가 결합한 이 현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한마디는 ‘똘똘한 한 채’였다.

도시축소기를 앞둔 현시점에서 서울이나 고용 중심지 인근의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서울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 불가한 대안인 재건축 및 재개발을 계속 어렵게 하는 정책적 선택을 해 왔다. 어쩌면 노무현 정부의 실패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고 하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차피 80%나 오를 것, 노무현 정부 때 시장에서 요구했던 재건축사업이라도 제대로 진행되게 놔두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10년 이상 갈등하지 않고 실현됐더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2~3시간의 출퇴근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남 아파트의 희소가치도 덜해졌을 것이다. 서울대 입학정원을 늘리면 합격선이 낮아지듯 최선호 입지인 도시 중심에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입찰가격으로 형성되는 국지적 주택가격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요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관련 논란이 뜨겁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타깃은 재개발 및 재건축 단지들이다. 분양가 상한제든, 원가연동제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든, 비공식적인 분양가 심사든, 정보공개로 끝나지 않을 분양원가 공개든 모두 분양가 규제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어떤 형태로든 분양가 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킨다.

특히 도시축소기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분양가 규제를 도시 중심의 재건축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현 정부에서 HUG를 통한 비공식적인 수단으로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 통제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도 벌어졌던 현상이다. 재건축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신축아파트 대비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비율은 조정을 받아 하락했었다. 그런데 결국은 신축된 아파트의 가격상승으로 재건축아파트도 덩달아 올랐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시 아파트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대안은 서울 중심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임으로써 가격을 잡는 것이다.

서울의 노후화는 어찌할까

우리나라의 1일 평균 출근 통행 시간이 OECD 국가 중 가장 긴 58분이라는 뉴스가 한동안 회자됐다. 출퇴근에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보도도 있을 만큼 한국의 통근시간은 기록적이다. 특히 총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하다보니 평균 통근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적절한 시점에 시장 압력이 있었음에도 도심 인근의 정비사업을 통해 고용 중심지 인근의 주거 밀도를 높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 그린벨트를 넘어서 외곽에 자족적인 신도시를 짓겠다고 과욕을 부린 대가와도 연결된다. 이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개발도시를 넘어 광의의 재개발도시로 변모한 지 오래다. 그런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은 가장 수요가 많은 도심 인근에 주택공급 확대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됐다. 그런데도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재개발구역이 대량 해제됐다. 재건축부담금의 유예 중지 조치는 2018년 이후 재건축 인허가물량을 급속하게 오그라들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런 일련의 정책적 대응이 10여 년간 누적되면서 서울의 주거지역 인구밀도가 외곽보다 낮아지는 기형적인 공간구조를 낳는다. 지금도 서울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 중심지역으로 들어오다 보면 시각적으로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수원이나 남양주, 하남의 아파트 단지들이 30, 40층을 넘나드는 고층 숲을 이루는 데 반해 강남으로 진입할수록 낮은 층수의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이에 더하여 현 정부는 도시재생이란 수복형 정비수단에 대한 우선순위를 둔다. 도시축소기에는 도심 인근의 주거 밀도를 높여 낭비적 통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기회가 또 늦어지는 상황이다.

개발이익의 분배와 관련된 사회적 불만은 수도권 도시 공간 구조를 재편할 기회를 제약한다. 이 탓에 수많은 사람이 매일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도심 인근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을 뒤로 하고 도시 외곽에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한 사회적인 비용이다. 동시에 도심 인근과 외곽 주택 간의 주택 가격 차이의 근원이다.

부동산 규제책들의 강화는 단순히 특정 지역 주택시장의 국지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대도시권 공간구조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 편협한 시각의 도시재생은 도시정비사업을 대체하기 힘들다. 편협한 도시재생이 아닌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들처럼 적절히 철거형 재개발을 포함하는,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광의의 도시재생으로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인구축소기에 대비해 보전가치보다는 개발가치가 우선되는 서울 내 그린벨트의 활용이 절실하다. 도시축소기를 견뎌낼 수 있는 서울대도시권 토지이용 구조 개편을 진행할 골든타임을 더는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의 서울 주택시장 불안의 문제는 서울 안에서의 고밀도 주택 공급 확대로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다.

-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images/sph164x220.jpg
201911호 (2019.10.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