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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코로나19 극복 선봉장들… 뭉쳐야 산다!(5) 롯데 

“사회와 공생(共生)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 

사드, ‘노 재팬’, 코로나19 등 악재 돌파 위해 ‘게임 체인저’ 선언
사회적 기업 활동과 병행해 디지털 혁신과 조직문화 변화 추구


▎롯데월드타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건물 외벽에 송출해왔다. / 사진:롯데
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창업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좌우명이었다. 그는 집무실에 이 4글자를 써놓은 액자를 걸어놓고 항상 마음에 새겼다. 이는 롯데의 정신이기도 했다. 롯데는 그룹의 몸집이 커져도 지출을 삼갔다. “회사가 잘 나갈 때일수록 못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신 명예회장의 지론이 반영됐다. 그 덕분에 롯데는 내실 있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사회적 기업’이라는 현대 경영의 가치와 안 맞는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이런 롯데의 이미지는 신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동빈(65) 회장 체제에서 변화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이 식품에서 유통, 화학 등으로 확장되며 ‘통 큰’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신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한국 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롯데제과, 호남석유화학, 롯데쇼핑 대표를 역임했다. 2004년 10월,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롯데정책 본부의 본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2011년 롯데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일본 롯데의 매출이 4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비해, 신 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한 한국 롯데는 매출이 100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롯데에 연이어 악재가 몰려왔다. 먼저 중국과 연관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였다. 한한령(限韓令)을 가한 중국의 보복은 롯데에 집중됐다. 롯데마트가 중국 112개 지역에서 영업 중이었기 때문이다. 제재를 견디지 못한 롯데는 2018년 마트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2019년에는 반일감정에서 발화된 ‘노 재팬’ 운동이 한국 내에서 확산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한국민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대응했다. 그 여파는 롯데에도 미쳤다. ‘노 재팬’의 표적이 된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한국 법인은 FRL코리아다. 이 회사 지분 49%를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1%는 유니클로 본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것이다. 이 시기에 롯데는 ㈜롯데아사히주류의 정체성 논쟁에도 휘말렸다. 롯데는 “㈜아사히주류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아사히 드라이블랙 등을 수입해 한국에서 유통·판매하는 판매법인일 뿐이다. 소주 ‘처음처럼’, 맥주 ‘클라우드’ 등은 (㈜롯데아사히 주류와 무관한) 대한민국 기업 ㈜롯데칠성음료에서 생산한다”고 공식 해명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닥쳤다. 그룹 포트폴리오상, 롯데가 받는 타격은 막대하다. 롯데그룹은 사업부문(BU)을 4개로 분할하고 있다. 식품, 유통, 석유화학, 호텔·서비스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유통과 호텔·서비스 쪽은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서 신 회장이 꺼낸 해법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 “판 자체를 바꾸자”는 선언이다.

그 연원은 2019년 7월,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사장단 회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최근의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내에 부진 사업이 될 수 있다. 투자 시 수익성에 대한 검토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때 신 회장은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기업’ 화두를 처음으로 꺼냈다.

‘위드 코로나’와 ‘70% 경제’의 시대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은 2020년 사장단 회의에서 ‘위드 코로나’와 ‘70% 경제’ 화두를 던졌다. / 사진:롯데
이런 기조는 2020년 1월 신년사에서도 재차 강조됐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 ▷핵심 역량의 강화와 기존 사업구조의 효율적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조성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도 “우리 사회와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2020년 3월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래 첫 인터뷰였다. 신 회장은 2019년 10월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성공체험을 모두 버리겠다”는 강력한 발언을 했다. 향후 롯데의 유통사업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호텔·서비스와 석유화학 분야는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그룹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그리고 신 회장은 2020년 7월, 롯데 VCM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독특한 화두를 던졌다. 아예 코로나19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경영 전략을 짜겠다는 발상이다. 최악 상황을 시야에 넣는 시나리오 경영이다. 그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2021년 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며 “이 시간을 우리의 업무 방식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위드 코로나’와 더불어 ‘70% 경제’라는 키워드도 제시했다. “2019년 대비 70~80% 수준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러한 ‘70% 경제’가 뉴 노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도 최선을 기대한다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는 이미 2020년 3월부터 비상경영 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시대에 대비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위기에서 롯데의 사업 모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편할지를 모색한 것이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동거하는 세상에서 예상되는 시장 환경 및 트렌드 변화 분석에 착수했다. 롯데인재개발원과 롯데지주는 4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문화적 변화 예측을 담은 [코로나19 전과 후]라는 사내 도서를 제작해 전 계열사 주요 경영진에게 배포했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이 도서 내용을 토대로 전 직원용 영상 교육 자료도 추가로 제작해 사내에 전파하고 있다.

‘롯데=좋은 기업’ 이미지 만들기

코로나19로 빚어진 국민적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롯데=좋은 기업’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 실제 롯데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영 확산 방지 및 지역사회의 피해 복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초기에 국내 확진자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자 해당 지역 아동 및 노인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

롯데는 2020년 2월, 정부가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자, 총 1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대구 지역 아동 500명을 대상으로 식사 및 위생용품을 지원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및 아동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이후 전국 3700명 아동에게 키트를 전달했다. 키트에는 위생용품, 간편 조리식품, 간식류 등 약 1달간의 점심이 가능한 물품을 담았다. 이외에 롯데는 단체 급식소 폐쇄로 결식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 노인들을 위해 구세군자선냄비본부와 함께 식사 및 위생용품을 지원했다. 롯데의 유통 계열사들도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대구시에 물품을 제공했다. 롯데캐미칼 등 화학 계열사들은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확보해 전달했다. 롯데렌탈 역시 대구·경북 지역 의료기관에 생수와 위생용품 등을 보냈다.

롯데의 랜드마크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국민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롯데월드타워는 매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힘내세요 대구·경북’, ‘힘내자! 대한민국’, ‘응원해요 의료진!’ 등의 메시지를 매시정각과 30분에 10분간 총 8회 연출했다. 타워 랜턴부는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 기간 동안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 문양 조명을 밝혔다. 또 롯데월드타워는 송파구청과 함께 직접 현장 방역에 나섰다. 2월, 롯데월드타워의 방역을 담당하는 전문인력과 임직원들은 송파구 전통시장인 마천시장과 마천중앙시장을 방문해 6시간에 걸쳐 210여 개 점포와 주요 동선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이어 방역용품 및 마스크 3000개, 국·영문 코로나19 예방 포스터를 전달했다.

롯데지주는 4월, 롯데복지재단과 함께 전국 독거노인 1500명을 대상으로 ‘롯데 플레저박스’를 전달했다. 운송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원했다. 롯데지주는 2013년 7월부터 ‘롯데 플레저박스 캠페인’을 통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품을 상자에 담아 전달해왔다. 2019년 12월 누적 박스 수 5만 개를 돌파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4월, 마스크 제작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임직원 50여 명이 손수 만든 마스크는 KF80 수준의 방역 체계를 갖춘 필터 교체형 면마스크로 비교적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제작된 100여 개의 마스크는 치매 노인이 모인 센터로 전달됐다. 롯데장학재단은 4월 교육부, 교보문고와 함께 전국 초·중·고교생 대상으로 1인당 4권까지 열람할 수 있는 북드림 전자도서관을 5월 15일까지 개관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용도였다. 북드림 전자도서관은 1억원 규모의 인문, 교양, 역사, 자기 계발, 오디오북 등 약 3만여 종의 도서를 지원했다. 롯데홈쇼핑도 4월, 영등포구 취약계층 아동·청소년들의 가정 학습 지원을 위한 ‘학습지원꾸러미’를 전달했다.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관내 18개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510명의 취약계층 학생들의 가정에 비대면으로 전달됐다.

롯데는 중소기업 규모의 파트너 회사들을 돕는 활동도 병행했다. 9550억원의 동반성장기금 중 잔여분인 2600억원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 대상으로 우선 대출해 주기로 했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월드몰·롯데몰 등에 입점한 760여 개 중소기업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3월과 4월 임대료를 각각 7월과 8월부터 3개월씩 분할 납부하도록 배려했다. 반면 파트너사에 대한 결제대금은 분할로 선지급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동반성장 협약사 및 거래 중인 중소 파트너 사업장 200여 곳에 무상 방역을 지원했다. 대구·경북 지역 파트너사가 방역 신청을 하면 최우선적으로 나섰다.

롯데리아, 앤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등을 거느리고 있는 롯데GRS는 전국 가맹 점포를 대상으로 지원책을 실시했다. 롯데리아는 휴점 매장에 한해 물품 대금의 입금을 연기해줬다. 앤제리너스는 로열티 100% 면제와 가맹점 대출 이자 지원을 실행했다. 크리스피크림은 밤푼 도넛 비용을 지원해줬다. 아울러 롯데GRS는 IBK기업은행과 함께 동반성장 협력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롯데GRS는 기업은행에 100억원을 무이자 예탁하고, 이를 재원으로 저리의 동반성장 협력 대출을 지원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가맹점주를 돕기 위해 ‘생활지원 대여금’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해 단기 자금이 필요한 가맹점주들을 위해 총 11억원의 단기 지원금을 마련했다. 전액 무이자로 지원되며 추후 분할 상환하면 된다.

롯데의 파트너 회사 돕기


▎롯데 직원들이 서울의 한 재래시장을 찾아 방역 지원에 나섰다. / 사진:롯데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2020년 4월, ‘화훼 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과 입학식 등 행사가 취소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롯데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위생·방역 담당 파트너사 직원들에게 남대문 꽃시장에서 구매한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했다. 롯데자산개발도 화훼 농가 판로 환대를 돕기 위해 롯데몰 수지에서 경기도 화훼협회 소속 농가들의 판매스토어를 운영했다.

세븐일레븐은 마늘 판매 기획전을 열었다. 경북 영천시와 협업해 지역 농가 100여 곳에서 생산된 마늘을 세븐 앱을 통해 시중 가격보다 30~40% 저렴하게 팔았다. 롯데마트는 3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지자체 및 유관단체와 협력해 1500t, 70억원 규모의 우리 농·수·축산물 농가 돕기 행사를 열었다. 또 3월에는 ‘광어, 전복 소비 촉진 행사’, 4월에는 과일·채소·수산물 등을 총 600t 물량을 매입해 ‘우리 농가 살리기’를 기획했다. 사과 농가를 돕기 위해 롯데마트가 충주시, 충북원예농협과 3자 협업으로 약 1억원가량의 상생 자금을 지원해 출하가 어려운 상처 입은 사과 300t가량을 매입해 판매했다. 이밖에 통영 바다장어 소비를 돕기 위해 20t 규모의 판매도 병행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며 학교 급식 출하를 해왔던 친환경 농산물 취급 농가들의 어려움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롯데마트는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단법인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함께 대파·양송이·양파 등 약 140t의 친환경 농산물 판매에도 나섰다.

“니, 가봤나?”


▎신동빈 롯데 회장(가운데)이 경기도 안성의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했다. / 사진:롯데
외부 지원 활동과 별개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롯데는 내부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아직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회사 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임원들에게 보고를 받을 때마다 경상도 사투리로 “니, 가봤나?”라고 물었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며 롯데를 경영했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호텔 등 현장에 불쑥 나타나 고객 서비스, 청소, 안전을 체크했다. 이런 가르침을 신 회장은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신 회장은 3월 일본에 건너가 두 달을 체류하며 현장을 봤다. 5월에 한국으로 돌아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에도 현장을 예고 없이 찾았다.

5월 23일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점검했고, 6월 3일에는 경기도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에 나타났다. 6월 17일에는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했다. 이어 6월 27일에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7월 24~25일에는 롯데푸드 광주공장, 전남 여수 롯데케미칼 제1공장 등을 방문했다. 그리고 8월 1일에는 롯데슈퍼 공덕점을 불시에 찾았다. 신 회장은 “직접 가서 보니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보였다”고 평가하며 “이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신 회장의 현장경영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1~2년에 한 번씩 방문했던 해외 자회사 업무 현황을 이제 언제라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화상회의를 통한 현장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롯데의 디지털 강화와 기업문화 변화로 연결된다. 두 달간의 일본 출장을 끝내고 잠실 사무실로 출근한 신 회장은 임원회에서 “다시 출발하는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향후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우리 사업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북 진천군에 택배 메가 허브를 건설 중이다. 2022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전환 기반의 차세대 택배 터미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터미널 구축이 완료되면 1일 150만 박스의 물량을 처리하는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언택트 소비 시대에 택배 메가 허브는 롯데 e커머스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정보통신은 경기도 안성에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수요·생산·재고·유통 등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및 품질을 향상시키는 공장을 일컫는다.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6개 공장 중 최대 규모인 안성 공장에 향후 5년간 122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할 계획을 2018년부터 추진했다. 롯데는 안성 공장에 신규 증설되는 라인에 빅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모델을 도입해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고, 생산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안성 공장의 제품 창고의 물류 자동화까지 달성하고, 국내 다른 공장으로도 스마트 팩토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 회장은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원자재부터 제품 생산까지 제조 이력 추적이 가능한 만큼 식품 안전 대응 체계를 통해서 국민 안전에 기여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재택근무하는 회장님

보수적 이미지가 짙은 롯데의 기업문화도 코로나19를 모멘텀으로 바뀌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며 “업종별, 업무별로 새로운 근무 환경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부터 재택근무를 체험했다. 긍정적이라고 자평한 뒤 매주 1회 정도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재택근무와 근무 유연제를 장기적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지주는 시범적으로 5월 25일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임직원들은 주 5일 중 원하는 날 하루를 골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집에서 일할 때에는 화상회의로 업무에 참여한다. 롯데쇼핑·롯데면세점·롯데케미칼 등도 재택근무 트렌드에 동참했다. 롯데쇼핑은 6월부터 본사 인원을 대상으로 주 1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6월부터 본사 직원 대상으로 순환 재택근무를 허가하고, 본사 사무 공간도 이원화했다. 롯데지주는 7월 1일부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에 한해 근무 복장 자율화도 시작했다. 자율복장 제도는 롯데케미칼·롯데컬처웍스·롯데멤버스 등에서도 시행했는데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롯데의 의도를 담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인 2018년 신년사에서 ‘뉴 롯데’를 선언했다. “고객의 삶에 가치를 더 하는 기업”을 다짐했다. 그 후 3년 동안 롯데는 ▷고객 ▷디지털 ▷브랜드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추구했다. 롯데그룹의 국적 논쟁을 정리할 롯데호텔의 상장이 계속 지연되는 등, 과제는 여전하다. 롯데를 ‘존경받는 기업’, ‘좋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신 회장의 목표는 현재진행형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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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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