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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서울 ‘신촌’ 자영업자들의 코로나19 견뎌내기 무한도전 

터줏대감 점포도 하루 두 시간 장사… 5인 이상 집합금지 해제가 유일한 희망 

3억원 들인 헬스장 개장 3주 만에 영업중단 날벼락
15명 일하던 곱창 맛집도 이제 주방 직원만 남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5단계로 올리면서 휴업한 실내체육시설들이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신촌에 피트니스클럽을 열었던 최성민(가명·38) 씨는 3억원을 들여 개장했지만 영업중단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아래). 참다 못한 업계 종사자들은 올 초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촛불 시위까지 벌였다(오른쪽 위).
'아파트는 강남 불패, 오피스텔은 신촌 불패.’ 분양사무소 간판 아래 내걸린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현수막 문구처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기차역 인근에는 신축 오피스텔 건물들이 경쟁하듯 층수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4곳이 입주를 마쳤고, 아직 7곳이 공사 중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지어진 오피스텔은 모두 분양이 끝났다”고 전했다.

길 건너에서 공사 현장을 지켜보는 피트니스클럽 점장 최성민(38·가명)씨의 마음은 복잡하다. 속을 태우다 못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중이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초 면적 1000㎡(약 300평)에 달하는 피트니스클럽을 열었다. 일대에서 손꼽힐 만큼 큰 규모다. 관리비와 임대료를 합쳐 한 달에 내는 돈만 2000만원이 넘는다. 최신 운동기구를 구매하는 데만 3억원 가까이 들였다. 그래도 최씨는 승산이 있다고 봤다. 개업 전 홍보 기간에만 500여 명이 회원 등록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8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2.5단계로 올리면서 헬스장은 영업을 중단했다. 최씨로선 개점한 지 불과 3주 만에 벌어진 일. 이후 재개장을 기다리다 못한 회원 50여 명이 환불해 갔다. 최씨는 “요즘 전화가 오면 환불 요청일까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화 오면 환불요청일까봐 심장 내려앉아”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노래방 기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치솟는 스카이라인과 달리 신촌의 자영업자들은 전에 없던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지난 1월 8일 저녁 최씨를 신촌의 피트니스클럽에서 만났다. 최씨는 “영업은 안 해도 문의전화가 가끔 온다”며 텅 빈 영업장을 지키는 중이다. 최씨는 휴업 기간에도 블로그·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회원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32만원으로 책정했던 3개월 회원권 가격을 18만원까지 내렸다. 처음 등록할 때 내는 가입비 3만3000원까지 면제했으니 거의 절반 가격이다. 그나마 올해는 건강관리에 올인하겠다는 ‘작심삼일족(族)’도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시공할 때부터 코로나19에 대비해 방역에 상당히 신경 썼었다”고 말했다. 그가 개점을 준비하던 지난해 9월은 2차 유행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무렵. 트레드밀 사이마다 격벽을 설치했고, 샤워시설은 아예 1인실 구조로 시공했다. 그런데도 다른 실내체육시설과 한데 묶여 영업중단을 당하니 허탈했다. 최씨는 “일단 하는 데까진 해봐야죠…”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처럼 영업 재개를 기다리던 피트니스업계 종사자들은 참다 못해 최근 거리로 나섰다. 민주당사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월 2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 계기였다. 태권도장 등 학원으로 등록된 소규모 체육시설과 스키장에 대해선 조건부로 운영을 허용한 것도 박탈감을 키웠다. 집회 참석자들은 연일 “밤 9시까지라도 영업하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엔 실내체육 시설 업주 153명이 정부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총 7억6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도 같은 피트니스클럽 체인의 동료 점장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한 시간여 말을 이어간 끝에 최씨는 “지금으로서는 집합금지가 풀리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피트니스클럽 못지않게 신촌의 노래연습장도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에 따르면, 영업제한을 뺀 영업중단 기간만 5개월에 이른다(수도권 기준). 지난해 5월 1차 집합금지 조치 당시 52일, 8월 2차 집합금지 땐 54일간 영업을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6일부터 지금까지 문을 닫고 있다. 이에 반발한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원래 이날 집회가 열릴 뻔했던 곳은 신촌 연세로 일대였다. 번화한 신촌오거리와 연세대 정문을 잇는 길이다. 홍성호 신촌상인회장은 “이곳에 영업장을 둔 협회 관계자가 상인회에 협조를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신촌 상권 내 노래연습장 수는 67곳(2019년 기준). 서울 서대문구 내 노래연습장(166곳)의 40%가 신촌에 몰려 있다. 지난해 9월엔 한 노래연습장 업주가 매장 앞에 “폐업이 아니라 진짜 망했다”는 내용으로 현수막을 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업주는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월세를 보증금에서 깎아 먹고 대출을 받아 버텨왔다”며 “계약 기간이 끝나 폐업할 수 있는 업주들이 부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익히 아는 상인회장이었지만 협조하긴 어려웠다. 거리에 설치해둔 장식 조명을 끄는 등 번거로움은 문제가 아니었다. 상인회장이 우려했던 건 ‘정부 성토장’으로 비칠 상권 이미지였다.

“언론에 나가봐야 ‘어렵다, 어렵다’ 이야기만 더 하나. 어려운 상권의 대표 격으로 신촌이 전파를 타는 게 달갑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상권이 죽었던 2000년대 후반 모습으로 신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촌 상권은 2014년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2014년 1월 서울시가 연세로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정된 노선버스만 다닐 수 있었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진 노선버스 운행도 금지했다. 홍 상인회장은 “당시 반발하는 상인도 있었지만 시행해보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2014년 당시 BC카드가 연세로 인근 가맹점을 대상으로 집계했더니 월평균 이용객이 전년 대비 24%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이후 꾸준히 키워온 체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위력을 발휘했다. 연세대 정문 인근에서 2003년부터 일식집을 운영해온 이건승(53)씨는 “지난해 3월 첫 코로나19 유행 때 매출이 크게 떨어졌지만, 그다음 달에 거의 회복했었다”고 말했다. 비대면 강의 탓에 대학생 손님은 줄었지만, 연세대 내 입주 기업들에서 나오는 매출이 꾸준했다. 지난해 상반기 2000만원가량 대출받아 매장 리모델링을 했을 정도다.

“폐업할 수 있는 업주들이 부러울 지경”


▎식당 업주들은 밤 9시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신촌의 한 유명 생선구잇집은 2019년 한 해 매출이 1억원, 그리고 2020년 상반기 매출은 4000만원이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상반기 동안 1000만원 영업 손실이 있었던 셈이다. 일대에서 오랜 기간 회계사무소를 운영해온 한 세무사는 “다른 자영업자들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 정도 선에서 선방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8월 19일~9월 13일)를 실시한 데 이어, 71일 만인 지난해 11월 24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실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밤 9시 이후 매장 영업을 할 수 없게 돼서다. 이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메뉴 특성상 배달 포장이 어려워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집계된 데이터로 본 상황도 심각하다. 전국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11년 연세대 송도캠퍼스 개교에 따른 대학생 손님 이탈 등 숱한 위기를 이겨온 신촌의 터줏대감 매장들도 코로나19에는 맥을 못 췄다. 지난 1월 6일 수요일 저녁 6시 찾은 ‘신촌황소곱창’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달구고 있는 불판이 두 개밖에 없었다. 평일에도 이때쯤이면 지하 1층까지 가득 차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이날은 지하 1층 전등이 아예 꺼져 있었다.


▎1975년 개업한 카페 미네르바는 2015년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이지만 코로나19의 타격은 피해가지 못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매장 바깥에는 ‘60년 전통’을 강조하는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매장 지배인도 정확한 창업 연도는 모르는 듯했다. 다만 현재 대표의 조모가 1950년대 대구 동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1990년대에 지금 자리로 옮겨왔다는 대략의 역사는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본점인 신촌점뿐 아니라 종로점·강남역점 등 지점도 두고 있다.

현재 신촌 본점은 홀 서빙을 맡은 지배인과 주방 담당 두 명이 운영하고 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저녁 영업시간 전까지 재료를 손질하는 직원까지 더하면 총 3명. 평소엔 정규직 직원 10명에 파트타임 직원도 많으면 5명까지 고용했다. 10분의 1 아래로 떨어진 매출도 문제지만, 정규직 직원을 내보내면서 지급한 퇴직금 때문에 경영난이 왔다.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했던 베테랑들이었기에 액수가 만만찮았다.

이곳 지배인은 매출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밤 9시 영업제한을 꼽았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가 저녁 6시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있는데, 영업제한이 걸리면서 사실상 ‘두 시간 장사’밖에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배인은 말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매장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제대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타임은 저녁 6시 한 번뿐이라고 했다.

“알바하던 학생들이 요즘도 가끔 찾아와서 ‘혹시 일 있어요?’라고 묻는다. 10년 넘게 일하던 사람들도 기다리는 마당에 여력이 있겠나. ‘필요하면 연락할게’라고 말하곤 돌려보낸다. 나만 자리를 지켜 낯 뜨겁다.”

한두 팀 들어오는 손님들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던 지배인은 “처음 확진자가 늘어날 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갔으면 피해가 덜했을 텐데…”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양해를 구하고 일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은 커피 전문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촌의 오래된 건물 2층에서 1975년부터 영업해온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는 요즘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신촌황소곱창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곳의 현인선(59) 대표가 강한 산미가 특징이라는 ‘예가체프’ 커피 원두에 끓인 물을 조금씩 부으며 말을 이었다.

“손님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오면 저녁 8시인데, 그때쯤이면 슬슬 매장을 정리해야 한다. 영업시간 안내를 듣고는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분이 많다. 우리는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진득하게 앉아서 마시는 스타일이라 더 그렇다.”

고기 굽는 냄새도, 최신 노랫소리도 끊긴 거리


▎1월 14일 오후 인적이 드문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 홍성호 신촌상인회장은 “더는 영업제한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점심 손님도 크게 줄었다. 주요 고객인 인근 연세대 교직원들의 발길이 끊어진 탓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학교 측이 가급적 교내에서 식사하라는 권고 조처를 내렸다고 한다. 1월 11일 오후 2시에 매장을 찾았을 때 현 대표는 “오늘 세 번째 손님”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배달로 영업 손실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현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고민 중”이라면서도 유서 깊은 카페의 주인장 다운 고집을 말했다.

“위험하게 오토바이를 모는 배달 기사분들을 많이 봤다. 가급적 빨리 배달하기 위해서일 거다. 우리도 배달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안전을 담보로 해야 하는 걸까. 이 지점에서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

신촌 일대 신축 오피스텔들은 동네 주민도 눈치채기 어려운 공통점을 하나 갖고 있다. 대부분 주차장이 없다는 점이다. 2013년 8월 서울시가 정한 ‘신촌지구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에 따른 것이다. 신촌의 ‘차 없는 거리’ 등을 ‘제한적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구역’으로 지정했다. 건물 1층 소매점 등 조건을 충족하면 부설주차장 설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 차량 진입을 줄이고 보행자 위주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당시 서울시가 내세운 이유였다.

건물주들에게 주차장 건설 면제는 매력적인 인센티브였다. 부지가 좁은 탓에 주차장을 짓자면 지하로 몇 개 층을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불황으로 신촌 일대 공실률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신촌 상가 공실률은 2017년 1분기 평균 5.5%에서 2019년 4분기 11.4%로 상승했다. 결국 신촌 일대 신축 오피스텔 붐은 부동산 호황의 징표가 아니라 경기불황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새 오피스텔 1층에 문을 연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김민선(가명)씨는 “공실로 임대료가 준 건물주들에게 비교적 값싸게 시공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매력적인 대안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신촌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은 공인중개업이다. 정부 부동산대책으로 거래 물량이 사라진 마당에 무슨 호황인가 싶지만, 김씨의 말은 달랐다. 김씨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만원 이상 가는 비싼 매물은 여전히 잘 나간다”며 “본인이 직접 세를 내는 직장인보단 고소득층 가구의 자녀들이 주로 문의해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사업자 등록하고 간단한 사무집기만 들이면 되다 보니 창업비용은 200만원 안팎”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와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니 밤 9시 무렵이다. 고기 굽는 냄새도, 최신 노랫소리도 끊긴 거리에서 등대처럼 불 켜진 상점이 있다. 무인 복사점이었다. 들어가 보니 복합기 7대가 양쪽 벽면에 늘어서 있다. 가격은 A4 용지 복사 한 장에 50원(흑백 잉크 기준). 인건비가 없다지만 임대료만 한 달에 200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신촌에서 2호점까지 냈다. “사장이 원래 복사점을 운영하던 사람”이라는 게 김씨의 말이다. 잠깐 매장을 둘러보는 새 학생 2명이 들어와 참고서를 복사해 갔다. 코로나19 이후 바뀔 신촌의 밤거리를 미리 보는 걸까.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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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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