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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4차 병원’ 향한 금기창 연세암병원장의 소명(召命) 

“중입자 치료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 혁신 이룰 것” 

연세중입자치료센터 개원하면 환자 부담 낮추고 의료 수준 도약
암 예방에서 치료, 완화까지 전 주기 환자별 맞춤 진료 가능해져


▎금기창 연세암병원장은 “2022년 연세중입자치료센터가 문을 열면 국내 암 치료의 패러다임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계기로 예방부터 치료와 신약 개발까지 4차 병원의 선도적 역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세암병원의 중입자 치료기 도입으로 난치 암 정복의 꿈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중입자 치료기 도입은 단순히 장비 한 대 들여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암 치료에 관한 노하우가 있어야 하고 이익 창출 욕구를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난치 암 정복’이라는 궁극의 목표가 근간이 돼야 한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여러 대학 병원과 의료 관련 기관, 기업들이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실제 도입하는 데 실패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금기창 연세암병원장은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계기로 연세암병원이 난치 암 정복의 소명을 이루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 원장은 일찍부터 4차 병원의 필요성과 역할을 설파해왔다. 9월 7일,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이기도 한 금 원장을 만나 중입자 치료기 도입의 의미와 소명을 들었다.

중입자 치료기가 들어오면 국내 암 병원의 판도가 달라질 것 같다.

“유럽에서 암 치료 하면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병원의 하이델베르크이온치료센터(HIT) 때문이다. 중입자 치료기 하나로 유럽 최고의 암 병원으로 각인됐다. 그만큼 중입자 치료기의 파급력이 상당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입자 치료기 도입이 암 치료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건이 될 거라고 장담하는 이유를 좀 더 설명해달라.

“중입자 치료기는 덩어리가 있는 고형 종양에 효과가 크다. 보통 방사선은 몸에 들어갈 때 에너지가 가장 세고 점점 약해진다. 그런데 중입자는 저에너지로 들어가서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에너지가 폭발한다. 그래서 종양 앞의 정상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간암이나 전립샘암 같은 경우 수술하면 후유증이 적지 않은데 중입자로는 2주간 8~12번 정도 치료하면 암세포가 거의 사멸한다.”

해외 원정 반값으로 국내 환자에 중입자 치료 서비스 제공


▎연세암병원 의료진이 로봇수술기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연세암병원은 2005년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을 도입했다. / 사진:연세암병원
국내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는 방사선치료나 양성자치료기와 어떤 차이가 있나?

“입자치료 원리는 같은데 양성자는 수소를 써서 가볍다. 반면 중입자는 탄소를 쓴다. 말하자면 헤비급이다. 방사선 치료는 에너지가 폭발할 때 발생하는 프리 래디컬(free radical, 활성산소)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건데, 산소가 들어가지 못하는 뼛속의 암은 효과가 없다. 중입자는 산소가 없는 곳에서 자라는 단단한 암세포도 파괴할 수 있다.”

암세포가 전이되는 경우는 어떤가?

“전이암은 약물 면역 세포 치료를 같이 한다. 전이암의 치료 성적이 대체로 20~30% 정도 되는데 중입자 치료를 병행하는 일본의 경우 60% 이상 된다. 열 명 중 두세 명 낫는 게 배가 되니 안 할 이유가 있나.”

부작용은 없나?

“거의 없다. 물론 모든 치료가 부작용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중입자 치료기는 그 가능성이 극히 낮다. 폐암을 비롯해 많은 암에서 당일 치료후 귀가가 가능하다. 그래서 꿈의 암 치료기라고 하는 거다.”

문제는 비용인데.

“중입자 치료를 받으러 일본이나 독일로 원정치료 가는 경우 1억원 이상 비용이 든다. 그래도 많이들 간다. 연세중입자 치료센터가 개원하면 이제 그렇게 갈 필요가 없다. 우린 거의 반값으로 하려 한다. 물론 이 비용도 환자에겐 큰 부담이겠지만, 더 낮추기가 여의치 않다. 장비값만 1500억원에 건물 신축까지 3000억원 들었다. 게다가 매년 장비 유지에 100억원 이상 들어간다. 5000만원 받아도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한참 걸린다. 우린 비영리재단이니 가능하지,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병원은 못한다. 이걸로 돈 번다는 생각보다 중입자 치료기가 없어서 혜택을 못 봤던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면이 크다.”

외국인 환자들도 많이 오겠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진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 아랍 쪽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 많이 왔다. 중입자 치료센터가 개원하면 더 많이 올 거라 예상한다. 다만 외국 환자는 5% 정도만 받고 국내 환자를 우선으로 치료할 생각이다.”

중입자 치료기가 들어오면 기존 장비들은 쓸모가 없어지는 건가?

“그렇진 않다. 중입자 치료기를 모든 암종에 다 사용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두경부암은 임파절처럼 치료 범위가 넓어서 중입자 치료기로 못한다. 기존 장비로 치료 범위를 줄이다가 마지막에 남은 가장 독한 녀석을 중입자로 치료하는 콤비네이션 방식이 가능해진다.”

금 원장은 중입자 치료기 도입으로 암 치료 방식에서 패러다임의 혁신이 일어날 거라고 단언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존 방사선치료나 수술에 더해 중입자 치료기는 그동안 없었던 강력한 무기다. 중입자 치료기로 어느 정도 암을 치료하고서 부작용이 없으면 나머지는 약물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콤비네이션 효과가 상당하다. 암 치료법 자체가 바뀌는 거다.”

‘예방-치료-신약-완화’ 토털케어 하는 4차 병원이 목표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에서 암 환자에게 운동처방을 하고 있다. / 사진:연세암병원
4차 병원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병원은 예방부터 치료, 완화까지 암 생애 전반을 토털 케어 한다. 중입자 치료센터와 암예방센터, 완화의료센터, 암지식정보센터 등이 각 단계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국내 3차 병원에 크고 작은 암센터 43개가 있는데 우리는 3차 병원을 넘어 ‘암 정복’의 목표에 가장 가까이 있다.”

4차 병원의 비전을 좀 더 구체화한다면?

“난치병이어서 치료가 안 된다고 환자를 돌려보내면 그냥 여러 병원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가 하는 건 신약과 신치료기기 개발을 담당하는 거다.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치료 연구를 통해 암 치료의 기준을 세우고 신약을 도입하는 게 우리 목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신약을 아무한테나 막 주지 않는다. 환자가 많아야 하고, 연구할 능력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우리 병원 폐암센터의 경우 MSD, 글락소,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가져온 신약 연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렇게 가져온 신약과 유전자 연구를 통해 각각에 적합한 항암제를 사용하고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는 신약을 쓰면서 비용을 들이지 않아 좋고, 병원은 신약 임상연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4차 병원이라야 가능한 일이다.”

연세암병원이 다른 암센터와 차별화되는 점이 뭔가?

“단연 로봇수술이다.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다빈치(Da Vinci, 로봇수술기)를 도입해 수술을 시작했다. 작년에 4세대 버전을 들여와 정밀도를 높였다. 지난 6월로 신촌세브란스 전체 로봇 수술이 누적 3만 건을 넘었다. 이 중 절대다수가 암 수술이다. 2014년 개원 시 하루 외래환자 수가 14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500명 이상이며 병상이 늘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거다.”

국제 의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 병원은 세계 주요 암병원과 글로벌 제약사, 의료기 제조사들의 협의체인 ‘윈(WIN; Worldwide Innovative Network)’ 컨소시엄에 선정돼 국내와 아시아 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항암제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로 꼽히는 미국의 MD앤더슨암센터의 국내 유일한 자매병원으로서 의료진 교류와 다양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면서 중입자 치료 임상 데이터와 노하우를 많이 가진 일본 주요 의료기관과도 협력양해 각서를 맺어서 저들의 노하우를 가져오고 있다.”

첨단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논하며 준비하고 있다. 연세암병원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미래 의료는 환자 개개인에게 맞춘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가 될 거라 본다. 우리 병원은 새 병원을 개원할 때부터 ‘개인맞춤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분류하고 최적의 치료효과를 내는 방법을 체계화했다. 또 로봇수술의 메카답게 국산 로봇수술기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국산 로봇수술기인 ‘레보아이’를 개발해 국내에서 보급하고 있고, 더 다양한 의료용 로봇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원장님이 생각하는 명의란?

“과거에는 환자 수나 수술 건수가 많고 어려운 치료를 잘하는 의사가 명의였지만 지금은 개념이 달라졌다고 본다. 의료 지식과 기술이 어느 정도 평준화돼 있어서다. 다양한 치료법을 잘 선택해 적절히 사용하도록 ‘핸들링’하는 이가 명의가 아닐까. 수술, 약물치료, 면역치료, 방사선치료 같은 무기들을 잘 조합해 최적의 효과를 내도록 돕는 사람 말이다.”

※ 금기창 연세암병원장 약력
■ 연세대 의대 졸업
■ 미국 예일대 의대 암센터 연구교수
■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
■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대한방사선종양학회장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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