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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포화’ 두렵나, 4자 토론 피하는 윤석열… ‘침대 축구’ 비판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토론 회피할수록 준비 안 된 모습으로 비칠라” 우려
■ 윤석열式 ‘기개·당당함’으로 토론에 나서라는 주문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 발표를 하러 가는 도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오차범위 안팎을 넘나들며 1위를 달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자 토론’을 피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지지율 강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굳이 약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침대 축구’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 후보는 양자 TV토론에 합의했다. 하지만 법원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방송사가 안철수·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채 방송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지상파 3사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에 1월 31일 또는 2월 3일에 4자 TV토론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3당은 1월 31일로 의견을 모았다.

윤 후보 측은 이 후보에게 양자 토론을 역제안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TV토론협상단장은 1월 27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향해 “비겁하게 4자 토론의 커튼 뒤에 숨지 않길 바란다”며 당당하게 양자 토론에 임하고 4자 토론은 언제든지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성 단장은 4자 토론에 대해 한 후보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안팎이라며 “국민이 묻고 싶은, 듣고 싶은 것에 대한 충분한 시간 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토론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자 토론을 거부한 셈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윤 후보가 토론을 피한다는 인식을 준다고 평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월 28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사람은 아웃복싱을 많이 한다”며 “굳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한 발 떨어져서 상대의 움직임을 보면서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아웃복싱을 하기에는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토론을 피하는 모습이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축구 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기려고 ‘침대 축구(의도적 지연 행동으로 경기하는 모습)’를 하면 많은 비판을 받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도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토론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피할수록 준비가 안 된 모습으로 비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정면 돌파가 윤 후보 이미지에 맞을 수 있다”

윤 후보가 다자 토론을 피하는 이유로 ‘집중포화’에 대한 두려움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안철수·심상정 대선후보가 윤 후보를 집중 공격한다면 정치 신인인 윤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윤 후보 선대위에서는 여러 후보가 공격하면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양자토론에서는 서로를 향한 ‘공방’이 될 수 있지만 4자 토론에선 ‘일방적 수세’에 몰리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지만 TV토론은 그런 방식으로 흐르지 않는다”며 “제3후보가 윤 후보만 타깃으로 할 이유가 있나, 이재명 대선후보도 주요 공격 대상이고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다자 토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외연 확장과 지지율 상승을 위한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최근 윤 후보의 행보를 보면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상태로 보인다”며 “실언도 줄었으며 언변도 많이 다듬어졌다”고 말했다.

배철호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양자든 다자든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윤석열은 자신 있어 한다’는 인식이 생긴다”며 “윤석열은 정치 초년병으로 검찰총장 퇴임 이후 기껏해야 열 달이 지났다. 이럴수록 정치 신인으로서 패기, 신선함을 무기로 삼으면 긍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위원은 이어 “윤석열에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 경력이 풍부한 다른 후보와 달리 기존 여의도 문법을 벗어난 ‘당당함’, 부당함에 맞서는 기개 등”이라며 “경제 수치를 외우거나 국정 전반에 대한 깊이를 윤 후보에게 바라는 게 아닌데 토론 회피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게 윤 후보의 이미지에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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