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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 만난 윤여준의 대선 승패 전망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이 후보에게 ‘경제가 곧 민생이요 국가안보’라고 강조했다”
■ “큰 테두리에서 보자면 윤석열 우세 국면 시작된 건 아닌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월간중앙 전화 인터뷰에서 “적어도 대통령 후보라면 거시경제 지표 정도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4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J빌딩에서 월간중앙과의 차담(茶啖) 때 윤 전 장관. / 사진:박종근 기자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 원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비서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건 2월 6일 오후. 이 후보 비서실 관계자는 “모레(2월 8일) 이 후보와의 만찬이 가능하시냐”고 물었다. 윤 전 장관이 “시간이 된다”고 답하자 30분쯤 뒤 그의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저 재명입니다.” 이번에는 이 후보가 직접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 한번 모시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후보와 윤 전 장관은 2월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2시간가량 만찬 회동을 했다. 2월 9일 월간중앙 전화 인터뷰에서 윤 전 장관은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다”고 만찬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가 경제 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나 거시경제 지표 정도는 읽을 줄 아는 수준은 돼야 한다. 경제는 국정의 기본이자 민생과 국가안보’라고 강조했다”면서 “경제력 없이는 외교력과 군사력도 가질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 후보는 2월 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 7일 이상돈 전 의원 등 중도·보수 성향의 원로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전 장관과의 만찬 회동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뉴노멀, 대전환의 시대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며, 준비된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거대 양당의 절대적 공존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낼 수 없으며, 이 후보가 말한 ‘통합정부 구상’이야말로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라며 “거대 양당의 국정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국민께 제3의 지대의 선택지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면서 윤 전 장관이 직접 초대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 관계자는 “이 후보의 요청에 윤 전 장관은 미소로 화답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월 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이재명 첫인상? 준비된 선동가!”

윤 전 장관은 “너무 힘든 일정 때문인지 이 후보가 좀 지쳐 보이더라”면서 “‘건강 챙겨가면서 (선거운동) 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장 시절 이 후보를 알게 됐는데, 당시 이 후보의 첫인상은 ‘준비된 선동가’였다”며 “(2018년) 경기지사 당선 후로도 두어 번 만나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이 후보는 정치 현안이나 세상 돌아가는 걸 두루 물었고, 나는 평소 생각을 얘기해줬다”고 덧붙였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 환경부 장관 등을 지낸 윤 전 장관은 과거 일화를 거론하며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강조했다. “(1997년) IMF 사태가 왔을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고 있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IMF 사태 몇 달 전까지 ‘한국 경제는 연착륙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경제수석이 대통령한테 ‘각하, 죄송합니다. 한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래서 회의 끝난 뒤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서 ‘세상에 일주일 사이에 경제가 나빠지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동안 어떤 보고를 받으셨습니까?’라고 따지듯 물었다. 대통령이 처음에는 노여워하셨지만, 나중에는 내 말을 수긍하셨다.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거시경제 지표 정도는 읽을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아랫사람들이 허위 보고를 할 수 없다.”


▎2016년 1월 기자회견을 하는 윤여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창당준비위원장.
“2030세대 표심, 윗세대들과 많이 다르기에…”

이 후보의 요청으로 뉴노멀시대준비위원장을 수락했지만, 윤 전 장관은 대선 승패와 관련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회사가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고 운을 뗀 뒤 “그러다 보니 (발표된 결과에 대한) 공신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여론조사 회사들 입장에서 의뢰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큰 테두리, 큰 추이를 보자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우세 국면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 전 장관은 “20대들을 만나보면 대선이 코앞인데도 ‘지지 후보 미정’이 굉장히 많더라. 2030세대는 집단이나 국가보다 나 자신의 권리와 자유가 우선”이라며 “예전 대선 같았으면 선거일 한 달 내지 3주 전쯤이면 지지 후보가 결정되고, 그 표심이 투표 당일까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2030세대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2030세대의 투표 성향은 윗세대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18~19세를 포함한 2030세대 유권자 수는 약 1431만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실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2030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30세대에는 ‘나’가 중심에 있다. 이 후보 캠프의 ‘나를 위해 이재명’은 2030세대의 가치관을 고려한 슬로건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여야를 넘나들며 유력 정치인들의 ‘멘토’ 역할을 해온 윤 전 장관에게 3·9 대선의 최대 이슈인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물었다.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이·윤 후보 진영 모두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후보 단일화든 공동정부든 통합정부든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윤·안 후보가 합칠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냐”면서 “과거 안 후보가 민주당과 헤어질 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졌을 테고, 그 같은 부정적 마인드가 안 후보에게 지금도 잠재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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