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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대전(大戰) 시작됐다 | 지방 대통령 도전자들] 민주당의 아성 광주·전남·전북, 제주 

역대 최다 득표한 ‘尹風’, 지방선거까지 ‘최초’ 넘본다 

진창일 중앙일보 광주총국 기자
광주, 이용섭·강기정 양강에 국민의힘 ‘호남낙후론’ 공세 예고
전남은 김영록 재선 출마 유력, 전북도 송하진 지사 3선 노려


▎진보의 아성인 광주·전남은 시·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장에는 이용섭 시장(왼쪽)과 강기정(왼쪽 둘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양강을 형성하고 있다. 전남지사에는 김영록(가운데) 지사, 이개호·서삼석 의원(왼쪽 넷째와 다섯째)이 공천 경쟁을 준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수 정당 출신으로 호남에서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받자 호남 지방선거 판세까지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호남 지방정부·의회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움직임이 관측돼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또한 선거는 졌지만, 역대 최고치나 다름없는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안방에서 설욕하겠다’며 반격을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과 전남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호남에서 고전을 겪어왔다. 한나라당 시절 꾸준히 후보를 내왔던 과거와 달리 지난 광주시장 선거에서는 투표용지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시장 후보가 득표율 14.22%를 기록했던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다. 함께 전남도지사에 도전했던 김대식 한나라당 후보도 득표율 13.39%를 기록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로 호남에서 보수 정당의 ‘두 자릿수 득표’는 매번 선거 때마다 당선에 버금가는 목표치로 여겨졌다.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 대통령 후보들의 호남 득표율을 따져보면 두 자릿수 득표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남에서 10%를 얻었을 때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윤 당선인이 광주(12.72%), 전남(11.44%)에서 모두 두 자릿수를 넘겼다. 대통령 선거로만 한정하면 여태껏 겪어보지 못했던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0일 광주를 찾아 “광주시민 여러분이 윤 당선인에게 소중한 한 표를 모아줘서 저희가 당선됐다”며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보수 정당 대통령으로서는 역대 최고의 표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전남도당 안팎으로는 이번 대선 승리에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가 관측된다. 특히 광주시장이나 전남지사 선거보다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광역·기초의회로 출마 조짐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현재 광주시의회(정원 23명·2명 직위 상실) 의원 중 20명이 민주당이고, 그 외 정당은 정의당 소속 의원 1명이 유일하다. 광주 광역·기초의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하헌식 국민의힘 광주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높은 득표율이 나왔기 때문에 광주시의회 및 5개 구의회에 도전하려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면서 “당선인도 대선 공약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방정부와 의회가 구성돼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출마자 윤곽은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그동안 대선에 집중하느라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윤 당선인이 기록한 득표율이 성공적인 수치인 것은 맞지만, “약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득표율이 15%를 안정적으로 넘겼다면 적극적인 출마 열풍이 이어지겠지만, 전남에서 거둔 11%는 솔직히 애매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회를 막론하고 1명만 당선되는 자리에 국민의힘 후보가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거둔 득표율 정도면 광역·기초의회에서 비례대표 1번은 당선 가능권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 광주시장 후보로는 현직인 이용섭 광주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양강 구도가 점쳐진다. 이 시장은 국세청장과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장관 등 중앙정부 요직을 거쳤고 국회의원 활동을 거쳐 쌓은 높은 인지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임기 중 도시철도 2호선과 광주형 일자리 등 굵직한 지역 현안도 해결해냈다. 강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최장수 정무수석으로 청와대 경험과 인맥이 강점이다. 국회의원 당시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에서 3선 경력을 쌓으며 탄탄한 조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84% 득표율로 전국 광역단체장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 전 수석은 당시 민형배 국회의원, 최영호 전 남구청장과 단일화를 거쳐 이 시장에 맞서 민주당 경선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었다. 이 시장과 강 전 수석은 광주시장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펼치고 있어 누가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자로 낙점받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광주에서 손꼽히는 현안 사업은 ‘광주 군 공항 이전’이다. 광주시만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유력 이전지인 전남과 협치가 필요해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두 자릿수’ 지지 국민의힘, 지방의회 입성 기대 가져


▎전북도지사 선거는 전북 민선자치 사상 첫 3선을 노리는 송하진(왼쪽) 지사와 안호영(가운데)· 김윤덕(오른쪽) 의원의 삼파전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광주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놓는다면 윤 당선인이 제기한 ‘호남낙후론’이 공세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광주 유세에서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이 민주당의 반대로 광주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면서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내놨다. 이준석 대표가 이용섭 시장에게 복합쇼핑몰 유치 토론을 제안하고 국민의힘 광주시당도 가세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시민 다수가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며 호남낙후론을 쟁점화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발언 직후 “민주당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민주당의 반대로 광주에는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못했다는 허위 주장을 멈추라”고 반박했었다. 민주당은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복합쇼핑몰 유치 무산은 주변 상인과 시민사회의 반대와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사업주 스스로 철수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묻지마 유치’, ‘무조건 반대’가 아닌 지역 상권과의 상생과 공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민주당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10%가 넘는 득표율을 거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까지 ‘호남낙후론’ 공세를 이어간다면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와 마찬가지로 청년 정치인인 강수훈 민주당 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광주 복합쇼핑몰 토론을 제안하며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그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광주 복합쇼핑몰 토론 제안은 계속 유효하다”며 “지방선거까지 쇼핑몰이 있느냐 없느냐로 편 가르고 갈등을 유발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대선 때 점화된 ‘호남낙후론’ 재연 가능성


▎올 초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호남 출신 중진 원로들의 지방선거 역할도 관전 포인트다. 1월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동교동계 권노갑·정대철 전 상임고문 등의 복당식. / 사진:김경록 기자
광주시장을 노리는 정당은 국민의힘뿐만이 아니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장연주 광주시의원을 광주시장 후보로 낙점하고 지지세를 끌어모으고 있다. 정의당과 장 후보는 광주에서 민주당이 독식해왔던 과거를 부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주당 일색인 광주시의회에서 유일한 정의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 후보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광주의 일당 독주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똑같은 유니폼끼리 하는 선수교체가 아니라 과감한 정치교체가 절실하다”며 “특정 정당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지방자치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민주당을 향해 각을 세웠다.

전남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인 김영록 지사의 재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지사는 당선 이후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줄곧 1~2위를 기록할 만큼 도민 지지도가 높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설립과 예산 8조원 시대 개막 등 임기 중 일군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김 지사의 대항마로 꼽히는 민주당 내 인물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3선의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무안군수 3선과 국회의원 재선인 서삼석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개호 의원은 김영록 지사가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로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국회 하반기원 구성을 앞두고 1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불출마했던 아쉬운 경험이 있다. 당시 전남도지사 당선 가능성만 따지고 본다면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에도 전남 유일 민주당 의원 타이틀을 유지한 이개호 의원이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국민의힘은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전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히고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호남은 지난 40년간 민주당이 차지했고, 지금도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말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일당 독재의 기울어진 정치 환경에서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진보당은 민점기 공무원노조 초대 전남본부장이 전남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민 예비후보는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광주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 등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에 전념해왔다.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하다 최근 민주당으로 합류한 ‘비문(非文)계’ 중진급 인사들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올해 초 ‘대통합·대사면’을 내걸고 과거 탈당자들을 대상으로 일괄 복당 신청을 받았다. 광주·전남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호남 출신인 권노갑 전 의원, 주승용 전 국회부의장 등이 대거 복당했고 천정배·유성엽·이용주 전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했다. 모두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혹은 향후 총선에서 민주당 현역들과 겨뤄볼 만한 이름값과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호남은 그동안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도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지방선거·총선 등에서는 국민의당 등 대안세력을 지지하는 전략적 투표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이들 비문계 인사들 가운데 출마를 결심할 인물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호남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광양시와 순천시 등 젊은층이 많은 지역에서 성과가 좋았다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지역 구도가 깨졌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광양시는 이번 대선 중 전남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15.82%의 표를 준 곳이다. 순천시가 12.41%로 그 뒤를 이었다.

전북, 3선 도전 송하진에 김현미 출마 여부 관심

이준석 대표도 윤 후보 당선 뒤 자신의 SNS를 통해 “2030세대와 당의 취약지역인 호남에 대해 꾸준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호남과 2030세대에 어떻게 구애를 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민주당 역시 호남에서 2030세대에게 구애를 펼쳐왔고 지방의회에 진출한 젊은 정치인들도 포진해 있다. 29세에 광주 남구의회에서 당선한 서임석 민주당 광주시당 청년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광주에서 높은 득표율을 거둔 것은 맞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 또한 경북·경남·강원에서 25~40% 득표율을 거둔 것도 사실”이라며 “지역 구도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호남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성장해온 민주당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민주당 소속 송하진 지사가 일찌감치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송 지사가 3선에 성공하면 전북 최초로 3선 고지에 오르는 기록을 갖게 된다. 탈권위적인 행보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인구 180만 붕괴 책임론 등은 부담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내에서 흘러나오는 정치교체론도 송 지사에겐 부담이다. 그는 전주시장 재선, 전북지사 재선 등 지금까지 16년간 단체장을 역임했다.

송 지사와 당내에서 경쟁할 상대는 재선의 김윤덕(전주시갑) 의원과 안호영(무주·진안·장수·완주) 의원이 꼽힌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유성엽 전 의원도 출마가 예상된다. 김재선 노무현대통령정신계승연대 전북대표도 예비후보로 등록해 표밭을 갈고 있다. 전북지사 선거의 관전포인트는 정읍 출신인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마 여부다. 문재인 정권의 아픈 손가락인 부동산 표심 때문에 주저하고 있지만 출마할 경우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중량감 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대선에서 윤 당선인의 전북 득표율은 15%에 못 미쳤다. 당초 정운천 전북도당위원장이 물망에 올랐지만, 출마 가능성은 낮다. 이변이 없다면 지난해 11월 출마를 선언한 김용호 변호사가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제주지사 선거는 국민의힘에서는 부임춘 전 제주신문 대표, 고경실 전 제주시장,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민주당에서는 오영훈(제주을) 국회의원과 문대림 전 JDC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진창일 중앙일보 광주총국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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