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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21세기 명의(名醫) 이야기(7)]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 

의사의 인도 잘 따르는 모범적인 환자들에게는 희망만 있다 

국민훈장 받은 양친에게 배우며 세계 최고 유방암 병원 건설에 본격 착수
정부가 줄줄 새는 돈만 막아도 기존 건강 보험료로 훌륭한 치료 가능하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은 유방암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1980년대에 학교를 다닌 학생들은 종속이론(從屬理論)이라는 네 글자를 들어봤을 것이다. 종속이론은 개발도상국의 후진성을 선진국에 의한 착취로 설명한다. 한국을 비롯한 ‘극소수’ 사례를 거론하며 ‘종속이론은 틀렸다’고 한다. 하지만 종속이론이 대부분 후진국에는 ‘거짓’보다는 ‘참’에 가까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들과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 한국에는 다른 후진국이 누리지 못하는 ‘헤드 스타트(head start)’가 있었다. 근대화·산업화를 위해 선행적으로 필요한 민족건설(nation-building)과 국가건설(state-building) 차원에서다. ‘부족 간의 갈등’은 우리나라가 수천 년, 수백 년 전에 일찌감치 해소한 문제였다. 상대적으로 못사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제3세계)’ 나라 중에는 강(江) 하나만 건너도 다른 부족이 살고 또 그 부족들과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6·25의 파괴로 말미암아 잠시 후진국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본질적으로 선진국이었다. 도올 김용옥은 [우린 너무 몰랐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려제국은 당시의 미국이었다.”

학자 집안, 법조인 집안, 성직자 집안, 예술가 집안, 체육인 집안, 발명가 집안, 의사 집안 등 ‘집안’에서 태어나면 아무래도 ‘헤드 스타트’가 있다. 천직(vocation)을 자연스럽게 일찍 깨닫게 되는 것이 ‘집안’이 제공하는 ‘헤드 스타트’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은 양친이 모두 국민훈장을 받았다. 1969년 대림성모병원을 설립한 김광태 회장은 대한병원협회 회장, 아시아병원연맹(AHF) 회장, 국제병원연맹(IHF) 회장으로서 국내외 병원 협력의 발전에 공헌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모친인 변주선 대림성모병원 행정원장은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 한국아동단체협의회장, ‘변주선 특지장학회’ 설립자 등으로 활약하며 여성 리더 육성에 평생 헌신했다. 우리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제왕학의 교과서인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세우기는 쉽고 지키는 것은 어렵다(創業易守成難)’고 했다. 헤드 스타트의 이점을 무력화하는 도전을 극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유방암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김성원 이사장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을 거친 후 대림성모병원의 발전을 위한 여정에 합류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유전성유방암연구(KOHBRA)의 총괄책임연구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유방암 예방을 위한 국제 운동인 ‘핑크 리본 캠페인’과 대림성모병원유튜브(유방건강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을 대표해 그를 인터뷰했다.

까다로움·걱정·불안 버려야 병마 이기는 데 수월


▎2019년 7월 1일 대림성모병원 간호부 ‘Cheer Up’ 행사에 참여한 김성원(오른쪽에서 넷째) 대림성모병원 이사장. / 사진:대림성모병원 페이스북
의사에게 ‘환상적인 환자’란?

“질문에서 ‘환상적’이라는 표현이 좀 어렵다. 잘 치료되는 환자, 의사가 편안하게 치료할 수 있는 환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다.”

‘환상적인 환자’란 결국 모범적인 환자인가?

“맞다. 연구해본 적은 없지만, 사실 모범적인 환자들이 더욱 잘 치료되는 경향이 있다. 좀 까다롭거나 걱정이 많거나 불안이 심할수록, 미처 체크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경향성이 있다. 의사를 확실히 믿어주는, 의사에게 무한신뢰를 주는 환자분들이 ‘환상적인 환자’다. 이는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제 친구들,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제일 좋은 환자는 의사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오는 환자다. 그런 환자가 결국은 치료 결과가 좋다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 그럴까?

“왜냐면 의사의 말이라는 것은 의사가 수십 년 동안, 수천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또 수많은 연구결과를 공부하는 가운데 나온다. 어떤 데이터에 근거한 제안이다. 의사의 제안에 대해서 어떤 의구심을 갖고, 카페 같은 데서 ‘카더라’ 이야기를 듣고 반박하기 시작하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환자는 그때부터 헷갈리게 된다. 의사가 제안하지 않은 더 좋은 답을 찾아 방황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답이 없다.”

영어 메디신(medicine)은 ‘의학’이자 ‘의술’이다. 메디신은 과학이면서 테크닉·스킬이기도 하다. 양자의 균형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의학과 의술이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 지식이라는 배경 없이 환자들에게 의술을 제공할 수 없다. 수술하는 외과 의사는 도제(徒弟) 교육형식으로 기술을 전수받은 기술자다. 의술 기술자는 의학의 여러 학문 분과에 근거해 치료한다. 외과의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수술 방법, 더 좋은 수술 방법, 합병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계속 연마하고 고민한다.”

김성원 이사장은 2015년 대림성모병원 병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유방암 분야 글로벌 의료 기관’을 추구해왔다. 여기서 ‘글로벌’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림성모병원은 전형적인 지역 병원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동작구 등 근처에 있는 구에서 오신다. 유방암 치료로 특화하려면 동네 환자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전국구’가 돼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K-의료가 워낙 잘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병원에도 몽골·카자흐스탄·러시아 등지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병원이라는 타깃이 제가 부임한 당시의 목표였다.”

K-유방암치료의 전망은 어떤가? 어떤 숙제, 쟁점, 장애물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유방암 환자가 많이 늘고 있다. 그것이 기본 사실이다. 제가 공부하던 20년 전에 비하면 6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의 비혼·비출산에 더해 폐경도 늦어지고 있다. 비만과 음주도 증가한다. 이런 요인들이 유방암 위험을 점점 가중시킨다. 유방암은 주로 40대, 50대, 60대에 걸쳐서 많이 발생하는데, 앞으로 최소한 30년간은 유방암 환자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의료 시스템이 워낙 잘 돼 있다. 유방암 수술·재건·성형, 그리고 항암 치료까지 일사천리로 아주 좋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유방암 치료 기술은 ‘꼭대기의 꼭대기(top of top)’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작은 동네 병원과 큰 대학병원의 장점을 종합


▎대림성모병원 유튜브 채널 ‘유방건강TV’에 출연한 김성원(오른쪽) 대림성모병원 이사장과 이정언 삼성서울병원 교수. / 사진:유튜브 채널 ‘유방건강TV’ 캡처
대림성모병원은 고가의 첨단 의료기기를 확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 물론 저희가 갖고 있지 않은 기계도 많이 있지만, 적어도 유방암을 진료하는 데 필요한 기기는 대학병원보다 훨씬 좋은 기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K-의료기기의 내일을 어떻게 보는가?

“불행히도 아직 외산이다. MRI, CT, 촬영기, 초음파 관련 기기 등 하이엔드(high-end) 의료기기는 대부분 일본·미국·유럽에서 생산한 외산을 쓰고 있다.”

대림성모병원은 논스톱 진료를 표방하며 ‘0-0-7 원칙’을 모토로 두고 있다. 이런 뜻이라고 한다. 예약 없이 방문해 당일 기본적인 유방 검사와 결과 상담이 가능(0),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발생하면 당일 조직검사까지 가능(0). 조직 검사 결과는 첫 방문 7일 이내에 확인이 가능하며 필요하면 수술 예약을 진행(7).

“저희 병원의 장점은 소규모 유방 클리닉처럼 굉장히 순발력이 좋고, 동시에 대학병원처럼 전문성도 확보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과 클리닉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그런 병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어릴 적부터 제 꿈이다. 현재 그렇게 잘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림성모병원의 0-0-7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면, 다른 경쟁 병원은 예컨대 2-2-10이라고 보는가?

“2-2-10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환자가 워낙 많이 밀려 있기 때문에, 일단 조직 검사가 아예 안 되는 병원이 많다. 초음파를 하는 데 3개월에서 6개월이 밀려 있는 병원도 있다. 그래서 0-0-7은 상상도 못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의 경쟁자는 다른 잡지가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빼앗기 위해 경쟁하는 모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대림성모병원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대림성모병원의 경쟁자는 많다고 보면 많다. 없다고 보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주위 병원들보다는 소위 ‘빅4’와 경쟁한다. 환자들은 대림성모병원에서 최대한 빨리 수술받을 것인지, 아니면 조금 많이 기다리더라도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릴 것인지… 이런 고민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빅4’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한데 거꾸로 뒤집어보면, 대림성모병원 자신과 경쟁한다고 표현하는 게 저는 더 적합할 것 같다. 왜냐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는 그 누구도 전에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유방암 전문병원’이라는 목표 속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병원이나 의원에서 하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결국 제 자신이 최대의 경쟁 상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유방암만 열심히 해도 할 일이 아주 많다.”

브래지어 착용·가슴 크기는 유방암과 무관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이 출간한 [유방암 명의의 유방암 희망 프로젝트]. / 사진:예스24
김성원 이사장이 펴낸 [유방암 명의의 유방암 희망 프로젝트]에서 보니 “안타깝게도 유방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가족력과 유전인자, 식생활과 생활습관, 환경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특정 위험 요소가 있다고 반드시 유방암에 걸리는 건 아닙니다”라고 나온다. 무슨 소리인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유방암 발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인 인자를 ‘위험인자’로 보통 표현하는데…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여성 호르몬이다. 그런데 어떤 한 가지가 반드시 원인은 아니다.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폐암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원인은 아니지만 가장 위험한 인자를 따진다면 그것은 아마 여성 호르몬일 것이다.”

유방암과 관계 없는데, 관계 있다고 일반인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거론된다. 브래지어 착용, 큰 키, 큰 가슴, 낙태, 디오도란트, 스트레스, 휴대폰, 커피, 피임….

“명확히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다. 브래지어와 관련된 주장은 ‘브래지어 절대 하지 마라’는 내용이 담긴 어느 부부가 쓴 책 때문에 유명해진 이야기다. 전혀 관련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액취증 탈취제도 상관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슴이 크거나 작다고 유방암에 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유방암 가족력에 대해서는 책에 이렇게 나와 있다. ‘어머니, 자매, 딸, 할머니, 이모, 고모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고 봅니다.’

“혈연관계가 있으면 다 한 가족이다. 먼 친척도 가족이다. 혈연관계인 누군가에게 유방암이나 혹은 난소암이 있다면, 유방암 위험이 올라가는 것은 맞다. 가족력이 직계 가족이냐, 아니면 4촌이냐 6촌이냐…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효과는 떨어진다. 어머니나 자매가 유방암이라면 내 위험은 상당히 올라갈 것이고, 6촌이라면 위험 증가는 어느 정도 제한된다. 여러 대에 걸쳐서, 예컨대 3대에 걸쳐서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단순한 가족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문제로 그 가계에는 유방암이 많이 발생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력이 많다고 해서 전부다 ‘유전적이다’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왜냐면 질병 중에도 환경 공유를 통해 생기는 질병이 있다. 예를 들어서 C형 간염 같은 경우에는, 바이러스에 의해 수직 감염되어 간암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혹은 어떤 집안이 굉장히 짜게 먹는다면 위암 위험이 올라간다. 그런데 가족이 짜게 먹으면 다 짜게 먹는다. 그런 경향성이 있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우리가 유전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의사는 치료할 때 유방이 상징하는 ‘여성성’ 고민해야


유방암은 폐암·위암·대장암 등 다른 암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두드러지게 다른가?

“호르몬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게 가장 특징적이다. 또,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다. 예컨대 췌장암·위암은 예후가 상당히 안 좋다. 유방암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최소한 90% 이상이다. 유방암은 여성에게 주로 생기는 질환이다. 여성은 그 역할을 봤을 때 사실 가족의 중심이다. 물론 아버지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또 유방이라는 장기는 여성에게 여성성을 상징한다. 우리가 위암·간암 때문에 수술할 때 ‘예쁘게 수술해 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위를 어떻게 절제할지, 어떻게 재건할지 환자와 상의하지 않는다. 유방암은 다른 질병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유방암에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 차원이 있고, 미적 차원도 있다.

“‘삶의 질’이라고 표현하는데…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오래 살아야 한다. 이를 돕는 것이 유방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부과된 가장 큰 역할이다. 그래서 어떻게 자르고 꿰매느냐가 성형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외과 의사가 미적인 감각이 없다면, 그 수술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성형 개념 없이 수술하면, 나중에 성형 수술을 한다고 절대로 예뻐지지 않는다.”

일반인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준(準) 전문가용인 것 같다. 분량도 많고….

“이 책을 쓸 때 ‘절대 책이나 논문 찾아보며 쓰지 말자’를 집필 기준으로 삼았다. 왜냐면 내 머릿속에도 없는 내용은 환자 또한 알 필요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유방암 환자는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 가능

[유방암 명의의 유방암 희망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책을 정독한 독자가 책 내용을 거의 모두 잊어버려도 꼭 기억할 것은 무엇인가?

“첫째, 제발 딴 거 안 보고 이 책만 좀 보셨으면 좋겠다. 왜냐면 다른 데에는 환자를 오도하는 너무 이상한 정보들이 많다. 둘째, 병원으로 빨리 오셔야 한다. 조기진단만큼 중요한 치료가 없다. 조기진단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오래오래 사실 수 있다. 진단이 늦으면 발병 후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오래 살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 건강한 분도 40세 이후에는 최소한 1년에 한번씩은 병원에 오시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는 제목에도 나오지만, 희망 프로젝트다. 희망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유방암에 걸렸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많고 고생하시는 분도 많지만, 전체의 몇 퍼센트 안 되는 10% 안쪽의 환자분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환자는 건강하게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마시라.”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으로 활약하다가 대림성모병원으로 옮겼다. 그때 어떤 망설임 같은 것은 없었는가.

“당연히 망설였다. 아버님·어머님도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이 있으셨다. 하나는 제가 대학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업적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른 하나는 병원 경영이 너무너무 힘드니까 하루빨리 제가 와서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저는 12년 동안 대학교수 생활을 했다.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인 33살에 교수가 됐다. 사실 남부럽지 않게 열심히 일했고, 진료나 학술적인 면에서 성과도 있었다. 큰 아쉬움은 없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언젠가는 대림성모병원에 와서 일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제가 외과 의사가 되고 유방이라는 전문분야를 선택한 이유 또한 대림성모병원이었다.”

우리 정부와 사회와 언론이 의학과 병원의 발전을 위해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너무 허튼 데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구조적으로 의료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예컨대 경중도가 낮은 질환도 환자가 원하면 입원을 할 수 있다. 또 경미한 자동차 접촉 사고에도 드러눕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독일·영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파이는 일정한데 낭비를 막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필수적으로 써야 할 데 사용하지 못 한다. 돈이 줄줄 새고 있다. 이렇게 새는 구조만 막아도 우리의 건강보험료로 정말 훌륭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국민도 잘못된 구조에 편승하고 이를 악용한다. 정부가 일단 새는 돈을 막아 주면 좋겠다.”

※ 김환영 -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에 지식전문기자로 입사, 심의실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데일리인베스트에서 지식전문대기자로 일한다. 지은 책으로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등이 있다.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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