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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미국과 중국의 격화하는 남태평양 패권 쟁탈전 

열강의 체스판 된 ‘지구촌의 파라다이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남태평양 섬나라들, 전략적 중요성 갈수록 커져… 프랑스도 영향력 확장
중국의 ‘부채의 덫’에 위협감 증폭… 미국도 경제원조 대가로 미군 주둔


▎2022년 9월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은 제임스 마라페(오른쪽) 파푸아뉴기니 총리를 포함한 남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바이든은 2023년 9월에도 이들을 다시 초청할 계획이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파푸아뉴기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일본군은 1942년 2월 19일 파푸아뉴기니에 주둔했던 전투기와 폭격기 300여 대를 동원해 호주의 다윈을 기습 공격했다. 이른바 ‘호주판 진주만 공습’이었다. 당시 호주군을 비롯해 연합군 병사들과 민간인 300여 명이 사망하고 미 해군 구축함 페어리호 등 함정 10척과 전투기 23대가 침몰하거나 파괴됐다. 이후 일본군은 호주를 100여 차례나 폭격했다. 반격에 나선 미군과 호주군 등 연합군은 파푸아뉴기니를 탈환하기 위해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2년 8개월에 걸친 전투 끝에 연합군이 2만 명, 일본군이 20만 명 넘게 전사했다.

파푸아뉴기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의 동쪽에 있는 국가다. 뉴기니는 동경 141도를 기준으로 서쪽의 인도네시아와 동쪽의 파푸아뉴기니로 나뉜다. 19세기 유럽 열강이었던 네덜란드, 영국, 독일은 20세기 초까지 뉴기니를 셋으로 쪼개 식민지로 삼았다. 파푸아뉴기니는 독일과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46년 호주의 신탁통치를 거쳐 1975년 독립했다. 면적은 46만㎢로 한반도의 2배 크기지만, 인구는 1000만 명에 불과하다. 파푸아뉴기니는 아마존과 콩고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열대 우림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2만종의 식물, 800종의 산호, 600종의 물고기, 750종의 조류 등이 서식하는 동식물의 보고다. 게다가 니켈, 구리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다.

미국은 파푸아뉴기니로, 중국은 솔로몬제도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5월 22일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를 방문해 제임스 마라페 총리와 회담을 갖고, 방위협력협정(DCA)과 해양감시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향후 15년간 자국군이 파푸아뉴기니 공항과 항구를 이용할 수 있으며, 유사시 군 병력을 주둔시킬 수 있게 됐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파푸아뉴기니 북부 마누스 섬의 롬 부름 해군기지와 수도 포트모르즈비의 시설 등 6개 주요 항구와 비행장에 병력과 함정을 주둔시킬 수 있다.

미국은 또 장비와 보급품, 자재 등을 해당 시설에 배치하기 위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으며 일부 군사기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파푸아뉴기니에 45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돈은 파푸아뉴기니 방위군을 위한 보호 장비 지원 등 안보 협력 개선, 기후 변화 완화, 국제 범죄 및 에이즈 대처 지원을 위해 쓰인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7월 27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다. 미국 국방장관이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오스틴 장관은 마라페 총리에게 8월 중 경비함을 파푸아뉴기니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통보하면서 앞으로 해양자원 약탈을 막고 불법 어업 및 밀거래를 차단하는 데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이 파푸아뉴기니와 이런 협정을 맺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중국이 지난해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이 협정에 따라 솔로몬제도의 섬들에 군함을 파견하고, 필요시 군 병력과 경찰들을 주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등은 상당한 충격에 빠졌다.

솔로몬제도는 2차 대전 당시 ‘과달카날 전투’가 벌어진 남태평양 전략 요충지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자국의 주요 군사기지가 있는 하와이~호주~괌을 지원하려면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들이 배후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함정들을 파견하면 자칫 하와이와 괌, 호주 등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10일 베이징을 방문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솔로몬제도는 과거 대만의 수교국이었지만 소가바레 총리 취임 이후인 2019년 9월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시 주석은 소가바레 총리에게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서로 돕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은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며 의지할 수 있는 형제”라면서 “아무런 정치적 조건을 달지 않고 경제와 기술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솔로몬제도에 투자를 늘리는 등 관계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6600만 달러를 들여 솔로몬제도에 무선 네트워크를 깔고 있다. 또 다른 중국 국영기업은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나이라 항구를 재개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솔로몬제도에 경찰 1400명을 파견해 치안 강화를 지원했다.

통가에서 벌어지는 미·중의 ‘퍼주기’ 경쟁


▎ 사진:해군전력시험분석평가단
미국과 중국은 남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발 빠른 진출에 뒤늦게 대응하기 위해 남태평양 도서국들에 고위 관리들을 파견하는가 하면 대사관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30년 만에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복원했다. 통가에 새로운 대사관의 문을 열었으며, 바누아투와 키리바시에도 대사관을 개설할 계획이다.

블링컨 장관은 7월 26일 통가를 방문해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와 회담을 갖고 대사관 개소식에 참석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통가를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미국이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은 올해 들어 통가가 두 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은 갈수록 타국의 주권에 대한 개입, 약탈적 투자 등 점점 더 문제가 되는 행동을 늘리고 있다”며 중국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은 “통가를 비롯해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남태평양 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의 뒷마당이 아닌 독립된 주권 국가”라며 “이 지역에서 먼로 독트린을 되살리려는 그들의 시도는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먼로 독트린은 미국 제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가 밝힌 외교 방침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미국은 이 개념을 확장해 미국의 배타적 영향력 행사를 정당화해왔다.

통가는 171개 섬으로 구성된 국가로 이 중 45개 섬에만 사람이 살고 있다. 통가의 인구는 10만5000명인데 이 중에서 3분의 2가 통가타푸 섬에 거주하고 있다. 통가에선 2006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도중, 폭동이 일어나면서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통가 정부는 중국 자본을 도입해 재건 사업을 펼치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됐다. 현재 통가의 대외 부채는 4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게다가 통가는 기후 변화, 글로벌 공급망 붕괴,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정부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통가처럼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등 이른바 ‘부채의 덫(debt trap)’을 놓았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항구나 도로를 건설할 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해당 국가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항구나 도로 사용권을 확보했다. 바누아투도 대외 부채 절반을 중국에 지고 있고, 파푸아뉴기니도 중국에 대외 부채의 25%인 5억9000만 달러를 빚지고 있다. 이 때문에 태평양 도서국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기 전에 중국의 빚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넘기 위해서는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차관까지 제공하면서 남태평양 지역에 적극 진출하는 이유는 이 지역 섬나라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아시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이른바 ‘에어 실크로드(Air Silk road)’의 중요한 항공·화물 허브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외교관계를 수립한 10개 남태평양 섬나라들과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게다가 중국은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군사기지를 설치할 경우, 미국의 전략요충지인 괌은 물론 하와이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하나의 중국’을 따를 것인가


▎2022년 5월 왕이 (왼쪽 둘째) 중국 외교부장은 솔로몬제도·키리바시· 사모아·피지·통가 등을 순방하며 남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였다. / 사진:AFP연합뉴스
반면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가상의 군사방어선으로 삼아왔던 미국으로선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티모시 히스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남태평양 섬들은 미국과 호주의 해군 함정과 상선의 주요 이동로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남태평양 섬나라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월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등 태평양 도서국 3개국 정상들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정상회담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시기에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남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이들 3개국이 1980년대 체결한 자유연합협정(COFA)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유연합협정의 내용은 미국이 이들 3개국에 경제 원조와 안보를 책임지고 대신 이들 3개국은 미군 주둔 등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협정의 효력은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와는 2023년, 팔라우와는 2024년에 각각 종료한다. 블링컨 장관은 5월 22일 팔라우, 미크로네시아연방과 자유연합협정을 20년 연장하는 데 일단 합의했다. 블링컨은 또 마셜제도와는 올해 말까지 협정 연장을 위한 조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군은 이들 3개국의 영공과 영해를 독점적으로 비행·항해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이들 국가는 미국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미국은 앞으로 이들 3개국에 20년간 총 71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이들 3개국과의 자유연합협정 연장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7월 25~26일 탕런젠 농업농촌부장(장관)을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미크로네시아에 파견했다. 탕 부장은 웨슬리 시미나 미크로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미크로네시아와 정치적 상호 신뢰를 심화하고, 전면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계속 충실하게 만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미나 대통령은 특사를 파견한 시 주석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미크로네시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이행하고,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중국과 사회간접자본, 농·어업, 교육, 여행 등 분야의 협력을 심화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고 싶다”고 강조했다.

뉴칼레도니아 독립 저지하려는 마크롱


▎2023년 7월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은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와 환담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은 또 팔라우에 대해선 대만과 단교하고 자국과 수교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과 단교하지 않으면 자국 관광객의 팔라우 방문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휩스 대통령은 “중국은 팔라우의 최대 직접 투자국”이라면서 “중국은 이를 빌미로 대만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 단절을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라우는 마셜제도와 벨리즈, 아이티 등과 함께 대만의 13개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휩스 대통령은 “미국에 팔라우 인근 해역의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면서 “중국 선박이 최근 들어 팔라우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여러 차례 침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중국은 해군 병원선을 사상 처음으로 키리바시에 파견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의 1만4300t급 병원선 다이산다오함은 7월 16일부터 일주일간 키리바시에 정박해 의료지원 활동을 벌였다. 다이산다오함은 키리바시에 이어 통가, 바누아투, 솔로몬제도, 동티모르 등 다른 태평양 섬나라들도 방문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구촌의 파라다이스’라는 말을 들어온 남태평양에서 패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도 이 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7월 24일 자국령인 뉴칼레도니아를 방문한 데 이어 7월 27일 바누아투, 7월 29일 파푸아뉴기니를 프랑스 대통령으로선 사상 처음 순방했다.

뉴칼레도니아는 호주에서 동쪽으로 1200㎞, 뉴질랜드에서 북쪽으로 1500㎞ 떨어진 프랑스의 자치령이다. 면적은 제주도의 10배인 1만8575㎢이고 인구는 28만여 명이다. 뉴칼레도니아의 프랑스 이름은 누벨 칼레도니(Nouvelle-Calédonie)이다.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이 1774년 이 섬을 발견하고, 자신의 출생지인 스코틀랜드를 기리기 위해 뉴칼레도니아라고 이름을 붙였다. 칼레도니아는 스코틀랜드의 라틴어식 옛 이름이다. 이 섬은 1853년 나폴레옹 3세에 의해 프랑스의 영토가 됐다. 이 섬의 전체 인구 중 40%를 차지하고 있는 원주민인 카나크족은 그동안 독립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왔다. 프랑스는 1998년 자치령의 수도 누메아에서 뉴칼레도니아 대표와 협정을 체결하고 독립 결정권을 아예 주민들 손에 맡기기로 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프랑스로부터 분리 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가 실시됐지만 부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칼레도니아에선 지금도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에 이어 뉴칼레도니아를 두 번째 방문한 것은 주민들의 독립 요구를 무마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뉴칼레도니아의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나 내년에 개헌을 통해 뉴칼레도니아의 지위를 헌법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남태평양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키우려고 하는 중국을 거론하면서 “만약 독립이 이곳에 내일 중국의 군사기지를 두는 것을 뜻한다면 그것은 독립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크롱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뉴칼레도니아 주민들의 독립운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공급량의 10%를 생산하는 뉴칼레도니아의 니켈 광산에 눈독을 들여왔다. 바스티앙 반덴다이크 프랑스 국제문제 분석가는 “프랑스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 중국이 뉴칼레도니아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면서 “마트롱 대통령의 방문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를 특정하지 않은 채 “‘강대국의 약탈’과 ‘외국 선박의 불법 조업’, ‘개발을 옥죄는 불평등한 조건이 딸린 차관’ 등으로 인해 몇몇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주권과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고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누아투와 파푸아뉴기니를 각각 방문해선 미국과 중국을 모두 겨냥해 신제국주의를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누아투 수도 포트빌라에서 연설을 통해 “인도·태평양, 특히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약소국을 위협하는 힘의 논리와 신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프랑스의 인·태 전략은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와 협력할 준비를 마친 역내 모든 국가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인도·태평양 국가?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인·태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는 재해 구호를 위한 원조와 개발 확대 계획이란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피셔 호주국립대 유럽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은 “이번 마크롱의 순방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면서 “태평양 도서국들에 ‘프랑스가 태평양에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프랑스는 태평양에 뉴칼레도니아·폴리네시아·왈리스푸투나, 인도양에 레위니옹을 해외 영토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인도·태평양 국가’라고 불러왔다. 이렇듯 프랑스까지 남태평양 진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 자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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