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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열전] 김재구 경남도립거창대 총장이 말하는 ‘50년 대도약’론 

“위기는 곧 기회, 대학-지역 상생 모델 만들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11월 10일 취임, “발로 뛰며 현안 해결하겠다” 약속
“성인학습자에게 다양한 고등직업교육 기회 제공”


▎김재구 경남도립거창대 총장은 14일 인터뷰에서 “선제적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미래 50년 대도약을 위해 새로운 혁신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사진:경남도립거창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의지로 고등직업교육의 변화를 선도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열정으로 경남도립거창대(이하 거창대)의 ‘미래 50년 대도약’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실행해 나가겠다.”

김재구 제9대 거창대 총장은 11월 10일 취임식에서 300여 명의 대학 구성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앞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지방대학이 너나 할 것 없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등으로 존립 위기에 처한 가운데 김 총장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구상이 세워져 있을까. 14일 오후 취임 후 한 달여 동안 역동적으로 대학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 총장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전국 최초 도립대학’


▎경남도립거창대 학생들이 드론교육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거창대는 2024년에 전국 규모 드론 경진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사진:경남도립거창대
총장 취임을 축하한다.

“이 자리를 빌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거창대 교직원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총장으로 취임하게 돼 매우 큰 영광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학생·교직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방대학이 위기다. 20년 후에는 입학자원이 현재의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모든 대학의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본다. 이제는 대학이 여러 가지를 다 하려고 하기보다 그 대학이 위치한 지역적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잘하는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우리 거창대가 미래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실무형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글로컬(Glocal) 대학이 되도록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화합해 나가겠다.”

글로컬(Glocal)은 세계(Global)와 지역(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하는 신조어다. 1996년 경상남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한 도립대학인 거창대는 경남의 주력산업인 항공, 드론, 항노화 산업 등과 연계된 11개 학과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취임식에서 ‘미래 50년 대도약’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강조했다.

“올해가 거창대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직원을 비롯한 구성원, 지역사회, 산업체 모두 한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교육혁신 모델을 구축하고 지역 상생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가 가진 경험을 십분 활용하겠다. 선제적 도전 정신으로 특성화 전략을 수립해 새로운 혁신을 실행해 나가겠다. 또 학령인구 소멸 및 고령화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추진하겠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

경북 의성 출신인 김 총장은 경북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칠레 산티아고의 산토 토마스대(University of Santo Tomas)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경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및 학생처장을 거쳤다. 교수 재직 시절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면서 적극성과 노련함을 동시에 갖춘 총장이라고 평가받았다.

혁신의 방향성을 설명한다면?

“제가 취임식 때부터 강조하는 건 크게 ▷열정으로 도전하는 젊은 대학 ▷글로컬(Glocal)을 지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로 함께하는 넓은 대학 ▷내 일(My Job)로 내일(Tomorrow) 앞에 당당한 학생이 행복한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 신뢰받는 대학이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그 지역의 위기를 뜻한다. 그러니 지자체와 손잡아 대학을 특성화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들이 지역에서 취·창업하며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위기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10관왕


▎김재구 경남도립거창대 총장은 11월 10일 취임식에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의지로 고등직업교육의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경남도립거창대
‘총장으로서 직접 발로 뛰면서 구조개혁 등 현안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교내·외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 그리고 지역 경제인 및 동문 대표를 포함한 ‘경남도립거창대학 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비전과 경쟁력을 자체 점검하고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할 계획이다. 모두의 기대와 열정, 땀이 구체적인 성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 총장은 취임식 날 지인과 각계각층으로부터 받은 취임 축하 화분 200여 개를 대학 전 구성원들과 나누기도 했다. 교무처·사무국·산학협력단·혁신지원사업단·보건실·상담실 등 12개 사무실에 대형 화분 2개씩, 교무처장·사무국장·환경미화원·조교·행정직원 등 개인별로는 1개씩 전달했다.

취임식 날 나눔 행사를 한 건 어떤 의미인지?

“취임을 축하해주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의 마음을 담아 우리 대학 전 구성원과 좋은 일을 함께 나누자는 뜻에서 결정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내부 구성원이 행복하고 서로 신뢰해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해 교직원들의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신뢰받는 대학을 만들어 가겠다. 개교 27년간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 졸업생 1만185명을 배출한 우리 거창대는 학교를 빛낸 동문 100인을 선정해 2024년 상반기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도립대학이 되기 위해 힘쓰겠다.”

거창대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정부 재정지원사업 10관왕(교육부 주관 9개, 고용노동부 1개)을 달성했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3단계 산학연 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3.0) ▷대학 원격교육지원센터 구축사업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 ▷2주기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2.0) ▷대학 일자리플러스센터사업 ▷창업교육혁신선도대학사업(SCOUT) ▷직업전환교육기관(DX-Academy) 지정·운영 시범사업 ▷지방 전문대학 활성화사업(혁신Ⅱ유형)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사업이 그것이다.

연간 약 13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대학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으로 안다.

“드론 특성화 대학을 만들어 가겠다. 2024년 전국 규모 드론 경진대회를 개최해 지역 및 대학의 전국적인 홍보를 강화하도록 하겠다. 또 항공, 드론, 항노화 분야 특성화를 기반으로 교육 및 산학협력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학령기뿐만 아니라 성인 학습자에게도 다양한 고등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평생직업교육, 울산·경남권역 원격교육 거점 대학, 지역특화분야 인재 양성 기반 구축, 재직자 직업전환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거창대는 2017년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전국에서 15번째로 드론전문교육기관으로 인가받았다. 현재까지 국가자격증 이수 재학생 수 544명, 일반인 353명을 배출해 대학 및 지역사회의 드론전문가 인력 양성에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32명을 동시 교육할 수 있는 컴퓨터, 드론 실기 비행장 4개 트랙, 드론 교관 6명, 드론 실기 교육용 기체 T16 7대, 드론URI센터, 드론ICC센터, 드론공용장비활용센터 등 거창대가 보유한 드론 연구 환경 및 기자재는 다른 대학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거창대는 디자인 3건, 상표 2건, 저작권 4건, 특허 21건 등 다수의 드론 관련 고유 기술을 갖고 있다. 이토록 우수한 드론 특성화 교육 환경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경진대회에서 10차례 수상했다.

특성화는 왜 중요한가?

“지역마다 특색이 있지 않나. 거창대의 경우 경남 서북부 지역산업과 연계하고 지자체의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연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거창대는 거창군의 평생학습도시 정책과 연계해 다양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지역의 평생교육 거점대학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것이 대학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평생학습교육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체제를 개편하도록 하겠다.”

상생을 위해서는 상호 간 신뢰와 협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당연하다. 거창대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은 우리의 노력과 청사진을 지역과 공유하고,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성, 업무 공유와 협조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각자의 노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우리 거창대는 지역산업과 지역사회의 일자리 수요를 반영한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정주를 유도하기 위해 경상남도와 다양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과 지역대학이 공동 발전을 위한 지방시대 선도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플립러닝실’ 등 다양한 학생시설 갖춰


▎개교 27년간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서 졸업생 1만185명을 배출한 경남도립거창대는 학교를 빛낸 동문 100인을 선정해 2024년 상반기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 사진:경남도립거창대
구상하고 있는 지역 상생 청사진이 있다면?

“경남의 핵심 산업이 첨단모빌리티, 첨단 방산에너지, 항노화메디컬이다. 이 분야 인력 양성 방향에 맞춰 특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경쟁력을 높여 공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 또 특성화 분야별로 학문단위를 조정해 학생의 선택권 확보를 위한 특성화 계열별 공통트랙 및 진로선택 트랙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공교육과정은 전공의 직무역량에 따른 교육과정과 자격증 트랙, 창업 트랙 등 전공 연계 트랙을 신설하고 계열 간 연계할 수 있는 융복합 트랙을 구축해 나가겠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위한 구상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학과별 현장미러형 실험실습기자재 확충과 같은 교육환경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플립러닝실’의 경우 매년 구축해 현재 11개 실을 운영하고 있다. 플립러닝은 ‘거꾸로 학습법’으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먼저 수업내용을 학습한 뒤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이 토론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방식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서 과제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수업방식으로 주목받는다. 또 학생이 행복하고 편하게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국제협력원 1층에 스터디 공간과 콘텐트제작실, 디지털미디어존 등 학생복합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학생 체력증진 및 다양한 문화생활을 위한 다목적 실내체육관도 갖추고 있다.”

올해 초 기준 전국 대부분 시·군의 청년 인구가 줄어든 반면, 거창군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2개 대학이 거창군에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앞서 말한 대로 거창대-거창군은 지역소멸 및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인재 양성, 취·창업 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거창군은 대학 환경개선 지원사업으로 생활관 신축, 간호학과 간호동 증축, 다목적체육관 신축 등 다양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공동 현안문제 해결 및 지원을 위해 다양한 협의체 구성과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 대학이 거창군과 더불어 지속 발전하는 지역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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