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민 & 시장과 ‘疏通’하라 

‘제로성장’ 시대, 위기 타개책은 무엇 … 40년 지기 친구가 만든 시장 불신의 벽 넘어서야
정·재계 전문가 28人의 고언
윤증현 경제팀에 바란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사실상 멈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2.2%보다 1.7%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이 암울한 구도 속에서 출범한 윤증현 경제팀은 과연 어디로 갈까?

바야흐로 ‘제로’ 성장의 시대다. 가뜩이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벼랑 끝 위기다. 한국경제의 수출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웃돈다. 반대로 내수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그렇다고 내수시장이 부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난해 1.5%였던 민간소비 성장률은 올해 0.8%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수출환경이 악화되면 한국경제는 그만큼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불황은 벌써부터 한국경제에 쇼크를 주고 있다.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64억1000만 달러)는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 이후 1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힘겹게 이어오던 연속 흑자행진에도 종지부가 찍혔다.

‘돈가뭄’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도기업 수는 무려 345개에 달한다. 하루 10개 이상의 기업이 쓰러졌다는 것인데, 이는 2005년 3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경제의 ‘허리’인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팍팍하다. 이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싸늘하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800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감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1월 BSI는 38.7로 나타났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실제로 느끼는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다. 문제는 BSI가 처음 작성된 2002년 이후 최저치라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 79.3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가계의 주름살도 더욱 깊다. 당장 가계부실 악화는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고용률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실업대란까지 예고된 상태다. 세계 불황의 파고가 한국경제의 문턱을 완전히 넘어선 지금, 서민경제는 그야말로 파탄 지경이다.

외환위기 시절처럼 ‘U자형 회복’ 기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W자 모양의 ‘더블딥’(침체 뒤 반짝 회복하다 다시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거센 풍랑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경제팀이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선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이고, 좌우 조타수는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세 사람 모두 옛 재무부 출신이고, 금융시장을 꿰뚫고 있는 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래서 족집게 식 정책 입안과 일사불란한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강만수 장관이 민간 출신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과 시시때때로 충돌하고, 현안에 대해 제각각 목소리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호평 일색인 것은 아니다. ‘특급 구원투수 3인방이 기대된다’는 시각 뒤편에 ‘사람 몇 명 바뀌었다고 경제가 살아날까’라는 불신도 깔려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윤증현 내정자의 40년 친구 강만수 경제팀이 만들어놓은 불신의 벽 때문이다.

강만수 경제팀은 숱한 실책으로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잃었다. MB정부의 정책기조 ‘747’에 집착하다 정작 글로벌 금융위기엔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일자리를 수없이 창출하겠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남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자의든 타의든 고환율 정책을 고집한 탓에 서민들은 물가폭등에 시달렸고, 성장일변도 정책도 유가급등 등 외적 변수에 부딪혀 알찬 열매를 맺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 각 경제부처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보니 시장엔 노이즈(소음)만 가득했고, 혼란은 가중됐다.

벼랑 끝 위기 한국경제, 돌파구 찾을까?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면 제 아무리 탁월한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불소통은 불신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가령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각종 반발에 부닥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어쩌면 이것이 여론의 약점이지만 신뢰를 잃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윤증현 경제팀은 벌써부터 집무 준비에 들어갔다.

부처별 업무보고는 물론 시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장기 불황의 길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증현 경제팀의 과제는 과연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학자, 전·현직 고위 관료, 시민단체 관계자, 정치학자 등 28명에게 윤증현 경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효율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추진 ▶재정지출 확대 통한 경기부양 ▶경상수지 흑자 시현 통해 외환시장의 안정 ▶외환보유액 효율적 관리체계 구축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 ▶ 일자리 창출, 실업대책 등 저소득층 배려 확대 ▶국민 및 시장의 신뢰회복을 7대 선결과제로 꼽았다.

이는 정·재계 전문가 28명이 제시한 한국경제 회생을 위한 ‘처방전’이기도 하다. 돌아온 따거(大兄) 윤증현 내정자와 새로운 좌우 조타수 진동수 위원장, 윤진식 수석. 2기 경제팀은 과연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의 ‘희망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973호 (2009.02.1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