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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여 ‘안녕~’ 명동길 吉家 새 도전 

“싱가포르 퍼시픽스타, 아바타몰 신개념 쇼핑몰로 리모델링 … H&M 등 유명 브랜드 유치해 승부수”
‘명동의 흉가’ 이번엔 성공할까? 

장사가 잘되려면 목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목이 좋아도 유독 사람이 들지 않는 곳이 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건너편, 아바타몰이 있던 자리다. 이곳은 잇단 실패로 ‘명동의 흉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 이 자리에 외국인 투자자가 도전했다. 7월 개점 예정인 ‘눈스퀘어(Noon Square)’가 그 주인공이다.

리모델링으로 새로 태어날 명동 입구의 눈스퀘어(옛 아바타몰).

명동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브랜드 홍보효과도 겨냥한 대형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속속 들어섰다. 또 엔고 현상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붐비고 있다. 옛 명동국립극장이 3년간의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명동예술극장으로 재개장하면서 명동은 문화공간으로서의 명성도 되찾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상권의 영화(榮華)를 되찾은 명동은 불황도 비켜갔다. 이는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 추이에서 드러난다. 상가뉴스레이다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명동 2번가 상가는 면적 50~99㎡의 임대료가 2007년 4500만~1억원에서 현재 5500만~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명동 1번가와 3번가 상가는 보증금과 임대료 모두 2007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목 좋다고 다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몰이 있던 자리는 을지로입구 지하철역과 가깝고 중앙로 입구인데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 아바타몰 전에 이 자리에서 장사했던 코스모스백화점은 도산하고 문을 닫았다.

그 뒤 이 건물은 대보증금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그 탓에 명동의 흉가라고 불렸다. 이를 2001년 프라임개발이 법원 경매로 인수한 후 3개 층을 증축해 8층 규모의 아바타몰로 새롭게 단장했다. 아바타몰은 개장 초기 인기를 끄는 듯했지만 잠시뿐이었다.

프라임그룹은 결국 2007년에 아바타몰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했다. 명동 사람들은 이를 두고 ‘목은 좋은데 물이 고이지 못한다’고 표현했다. ‘명동은 걸어 다니면서 쇼핑하는 상권이기 때문에 위로 몇 개 층을 올린 쇼핑몰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연 많은 이 상가를 2007년에 퍼시픽스타자산운용이 매입했다.

퍼시픽스타는 아바타몰을 전면 리모델링해 메가 쇼핑몰 ‘눈스퀘어’를 만들고 있다. 매입가와 리모델링에 투입한 돈은 약 2000억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퍼시픽스타는 약 25억 달러의 부동산펀드를 운용하며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부동산에 투자한다. 국내 기업이 잇따라 고배를 마신 곳에서 외국인이 성공할 수 있을까.

퍼시픽스타자산운용의 데스몬드 찬 수석부사장은 “하루 유동인구가 50만 명인 명동에 끌렸다”며 “그중에서도 눈스퀘어 입지는 최고”라고 자신했다. 찬 수석부사장은 “명동이 싱가포르 오차드로드, 홍콩 침사추이 같은 해외 대표상권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눈스퀘어 자리를 포함해 한국에선 쇼핑몰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지적하자 그는 “한국의 쇼핑몰은 1층을 빼면 2, 3, 4층으로 갈수록 죽는다”며 “이는 분양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스템은 소비자가 원하는 매장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게 쪼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개장할 때 반짝했다가 금세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분양은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위치가 아무리 좋아도 성공하기는 힘들어요.”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퍼시픽스타의 임대 전략에 대해 “테마상가나 복합쇼핑몰을 소규모로 나눠 분양하는 건 경기가 좋을 때나 통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금 같은 불황기엔 아무리 명동이라도 점포를 대규모로 임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이때 트렌드와 경기 변화에 따라 어떤 업종의 어떤 브랜드를 입점시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입니다.”

찬 수석부사장은 또 퍼시픽스타가 쇼핑몰을 리모델링해 가치를 높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개발회사 SKD&D의 안재현 사장은 “퍼시픽스타는 싱가포르 오차드로드에 대형 쇼핑몰 2곳을 리모델링했는데, 매장 구성과 쇼핑객의 동선 설계를 잘해 임대료가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분양시스템은 1층 빼고 다 죽여


퍼시픽스타 측은 “1층에 100명이 들어왔다면 4, 5층에도 100명이 갈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이 내세우는 전략은 모든 업체를 과학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동인구를 분석해 이들이 선호하는 매장을 입점시키겠다는 것이다. 퍼시픽스타는 명동 유동인구의 85%가 10~30대 여성이며 이들은 명동에서 한 번에 평균 3만5000원을 쓴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분석에 따라 퍼시픽스타는 눈스퀘어에 루이뷔통이나 프라다처럼 명품이 아닌 H&M이나 자라, 망고 같은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가 들어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퍼시픽스타가 가장 공들인 브랜드가 수많은 국내 유명 유통업체가 여러 차례 입점시키고 싶다고 했지만 유치하지 못한 패션브랜드 H&M이다. “H&M은 눈스퀘어가 가진 쇼핑몰로서의 강력한 위상, 그리고 눈스퀘어만의 매력적인 건축 디자인에 끌렸다.”

레이톤 헌지커 새빌스코리아 소매 서비스 담당 상무의 말이다. 새빌스코리아는 부동산컨설팅 회사로 눈스퀘어 매장 임대를 대행하며 H&M을 끌어들였다. H&M은 눈스퀘어에 900평가량을 임차했다.

찬 수석부사장은 “백화점에서는 도저히 줄 수 없는 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또 그냥 분양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임대를 하고 업체가 자신들의 점포에서 가장 그 브랜드다워지는 일을 도와주고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백화점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퍼시픽스타 측은 ‘1층 상권’인 명동에서 쇼핑객을 2층 이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동선 설계로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매장 배치. 한 브랜드를 한 층에 배치하는 대신 여러 층에 걸쳐 입점시켰다. 특히 집객력이 가장 큰 것으로 꼽히는 H&M을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배치했다. 자라와 망고엔 1층과 2층 매장을 나눠 임대해줬다. 퍼시픽스타는 “이들 대형 브랜드가 고객을 쇼핑몰에 붙들어두는 닻 역할을 하면서 고객을 3, 4층까지 올려 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1층이 아닌 고층에 스타벅스가 입점하고 어그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입점을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다른 장치는 건물 외벽에 설치한 상향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는 쇼핑몰에 생동감을 주는 동시에 관심을 위로 유도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퍼시픽스타가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쇼핑몰도 외벽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가동한다.

눈스퀘어 공식 개장일은 8월 21일. 그 이전에 7월 16일 자라 등이 부분적으로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안재현 사장은 “눈스퀘어는 H&M 같은 확실한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한 새로운 차원의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그 자리의 징크스를 깰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명동의 개천’에서 이번에는 용이 나올까.

988호 (20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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