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김 부장은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항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이다. 몇 개월 전부터 변을 볼 때마다 통증 없이 변에 피가 실처럼 묻어 나오기도 하고 변을 보고 난 후에 변기에 흥건히 선혈이 퍼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김 부장은 원래 고기와 술을 좋아하고 물을 잘 안 마시는 편이어서 변비가 심했다. 사무실에서는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운동은 잘 안 하는 편이다. 최근 체중 변화는 없고 대장 검사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치질은 얼기설기 뭉쳐 있는 치질 정맥 타래가 항문선의 위아래로 확장된 것을 말한다. 항문선을 기준으로 위쪽 치질정맥이 늘어난 경우를 속치질 또는 일반 용어로 암치질이라고 부른다. 속치질은 곧은 창자의 점막에 싸여 있고 염증이 잘 생기고 상처를 받기 쉬워 출혈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속치질이 생기는 부위는 자율신경 지배를 받기 때문에 대개 아프지는 않다. 출혈이 반복되다 보면 빈혈이 올 수도 있다. 항문선을 기준으로 아래쪽에 생긴 치질은 외치핵이라고 부르는데 항문 쿠션의 손상으로 혈관그물과 피부 점막 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고 마찰에 의해서 통증이 생기고 부어 오르게 된다. 빠져 나온 혈관과 점막 뭉치가 변을 보고 나서도 다시 복원되지 않으면 아주 심한 상태에 해당한다. 치질은 변비가 있다거나 임신, 노화 등으로 악화되고 변을 볼 때 오래 힘을 주는 경우 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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