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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분리 상장 압력에 고민 중 

히라이 카즈오 소니 사장 인터뷰 

美 헤지펀드 사업 개혁 요구 … 히라이 사장 “이사회에서 논의”



다니엘 로브 서드포인트 대표가 5월 14일 일본 소니 본사를 방문해 히라이카즈오(平井一夫·54) 사장을 만났다. 서드포인트는 130억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의 헤지펀드다. 서드포인트는 약 16억 달러를 소니에 투자해 소니 지분의 6.3%를 확보했다. 로드 대표는 히라이 사장과의 면담 후 ‘아베노믹스라는 새로운 기회에서 소니의 개혁을 위해 히라이 사장에게 요구하는 점’을 네 쪽 가량의 서한으로 작성해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공개했다.

주가 60% 더 오를 수 있다?

로브 대표가 제시한 소니 개혁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영화·음악을 담당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분리해 주식시장에 상장시킨다.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생산성이 경쟁사에 비해 낮기 때문에 주식 상장으로 경영진에게 동기를 부여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의 지분 15~20%는 매각한다. 서드포인트의 계산대로라면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이익은 50% 향상되고 주가는 지금보다 540엔 오른다.

전자제품 사업을 축소하는 게 두 번째 단계다. 서드 포인트는 소니의 전자제품 사업 카테고리가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컴퓨터나 DVD 레코더 등 규모가 작은 사업에서 철수하면 주가가 525엔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로브 대표는 히라이 사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두 단계를 완료하면 소니 주가는 60%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드포인트는 전형적인 ‘액티비스트(activist) 펀드’다. 고수익을 위해서라면 기업지배구조에도 적극 개입한다. 서드포인트는 지난해 미국 야후의 주주로서 최고경영자(CEO) 스캇 톰슨의 학력 위조 문제를 제기해 경영진 교체를 주도했다. 애플에 유보금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적극 요구해 실현한 것도 서드포인트다. 이런 전례를 비춰보면 소니 경영진을 겨냥한 서드포인트의 태도는 비교적 신사적이다. 줄곧 히라이 사장을 지지했다. 로브 대표의 서한에서도 히라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서드포인트가 소니의 경영진에게 친절한 이유는 주주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줄 정도로 소니의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현재 소니 주가는 상승세다. 특히 4월 말에 실적을 상향 조정한 뒤 급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설령 히라이 사장이 로브 대표의 개혁안을 거절한다 해도 서드포인트가 야후 때처럼 강경한 주주로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히라이 사장이 개혁안을 딱 잘라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서드포인트의 분석이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은 아니다. 히라이 사장은 ‘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상장할 수 없는지’ ‘왜 컴퓨터·DVD레코드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주주들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금 히라이 사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를 직접 만나 의중을 물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분리해 지분을 매각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경영자가 할 일은 잘 굴러가는 곳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곳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경영 방침 설명회에서도 언급했듯 엔터테인먼트와 금융은 상당히 안정돼있다. 소니 전체 이익에 기여하는 비중도 크다. 지금은 전자사업이 상당히 고전하는 상황이라 거기에 대부분을 시간을 쏟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와 금융을 포함한 세 사업 모두 소니 그룹의 핵심이다.”

금융사업은 도쿄 증시에 상장해 효과를 봤다.

“비즈니스 환경 나름이다. 필요한 자금 규모, 세금 제도와 규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금융도 예전에는 줄곧 지분 100% 보유를 고수했다. 소니모바일은 반대로 에릭슨이 가진 50%의 지분을 사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지분의 의미는 사업 분야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엔터테인먼트·금융·네트워크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해당 비즈니스가 어떤 주기를 타고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금융 사업의 지분 40%를 팔아 효과가 있었으니까 다른 사업도 똑같이 하면 된다’는 식으로 판단해선 곤란하다.”

서드포인트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우선 6월 20일 주주총회를 거쳐 들어온 3명의 신임 이사를 포함해 모두에게 소니그룹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논의 과정에서 모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확실히 예습하도록 전달했다. 어중간하게 논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제대로 의논하고 싶다.”

외부 재정 고문에게도 분석을 의뢰했는데.

“당연한 수순이다. 사내에서만 판단하면 객관성이 떨어진다. 외부 고문을 영입해 여러 각도에서 볼 것이다.”

외부 고문이라도 경영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지 않겠는가?

“애초에 결론이 있고 그것을 보강하기 위한 고문을 고용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번 의뢰는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타당한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사장인 동시에 이사회 멤버다. 내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꺼내면 시장에서는 도대체 어느 쪽 입장에서 발언하는 것인지 헷갈릴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최대한 노출하지 않을 생각이다.”

보통의 경영자라면 상장을 반대하지 않을까?

“대체 어떤 게 보통의 경영자인가? 공명정대하게 논의하자는 기본 방침만 지킬 뿐이다.”

고전하는 전자사업에 대해 묻겠다. 올해 TV판매 목표를 지난해 1350만대에서 1600만대로 높여 잡았다. 판매 대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바꾼 건가?

“지난해에는 가격·재고 등 내부 조정 측면에서 영업했다. 더 이상 시장점유율에 목매느라 적자를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가격 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 그래서 다시 방향을 바꾸려는 것이다. 하지만 수치에 지나치게 연연하면 그것에 억지로라도 맞추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신경 쓸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비디오 카메라 시장이 위축됐다.

“로엔드(low-end, 저가형·보급형) 시장은 확실히 가라앉았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인구가 ‘엑스페리아(소니의 스마트폰)’ 구매로 이어진다면 그룹의 이익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출시한 엑스페리아A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다. 동시에 이미지 센서 기술력을 살려 보안용 기기 분야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스포츠나 의료에도 소니의 영상·촬영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자사업 부문 구조조정이 70~80% 진행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인가?

“지난해 결정한 구조조정 방안에는 1년 반 걸리는 사안이 있고 2년 걸리는 것도 있다. 그 때 결정하고 아직 완료되지 않은 구조조정안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500억 엔의 구조조정 비용을 책정해놨다. ‘이제 더 이상 구조조정은 없죠?’라고 단정적으로 묻기도 하는데,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항상 개혁을 염두에 두지 않는게 되레 이상하지 않은가? 지난해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가 당장 또 있지는 않겠지만 구조조정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1196호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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