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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 업계 - 난 갑이니까 싸게 팔게~ 

 

중소업계, ‘대형이통사 불공정 행위’ 신고 … KT·LGU+는 ‘이중 가격 영업’ 부인



‘OOO 고객님, △△신용카드 X월 XX일 OOOO원 결제됐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이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뜬다. 신용카드·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물론 웬만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이 고객 관리·홍보 차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직접 하지는 않는다. 대개 아웃소싱을 한다.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기업을 대신해 다수의 고객에게 대량으로 문자 메지시를 전송하는 업체를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Biz-SMS) 제공사업자’라고 한다. 이 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소·벤처가 개척해 시장을 넓혀 왔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000억원쯤 된다.


요즘 이 시장을 놓고 말이 많다. 7월 말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업체 모임인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이하 기업메시징협회)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탄원서를 냈다. 협회는 탄원서에서 ‘KT와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쟁으로 업계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벤처회사인 홍익테크는 LG유플러스, SBM시스템은 KT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8월 14일에는 기업 메시징협회가 ‘불공정 행위를 막아달라’며 KT와 LU유플러스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협회 소속 15개 중소·벤처업체들은 이통사의 망을 빌려 사업을 한다. 을이다. 을이 갑에 공개적으로 저항할 땐 사업 접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예봉이 정권 초기보다 무뎌진 요즘 같은 때엔 더욱 그렇다. 협회 관계자는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다 죽을 판이었다”며 “쫓기던 쥐가 막다른 골목에서 고양이를 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퇴출당한 중소·벤처가 한 둘이 아니다”며 “이통사의 횡포를 더는 묵인할 수 없어 협회를 발족하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업계 시장점유율 80% → 17% 급락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는 1997년 PCS사업자가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도입한 후, 이듬해 한 벤처기업이 처음 개발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2005년 1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당시 중소·벤처의 시장점유율은 약 80%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17%로 쪼그라들었다.

2006년 KT·LG데이콤 등 유선통신사업자가 뛰어들고, 2009년 초 KT가 KTF와, 2010년 초 LG데이콤이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과 합병하면서 시장은 대기업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LG유플러스가 35%, KT 24%, SK텔링크·삼성SDS 등 기타 대기업이 24%다. 협회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의 불공정 행위로 중소업체들이 입은 누적 손실은 약 1조5000억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라는 것일까. 협회가 문제 삼는 건 KT·LG유플러스의 ‘이중 가격 영업’이다. 협회는 “KT·LG유플러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부가통신사업자에겐 약관상 고가의 원가를 책정하고, 내부 사업부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원가를 적용해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합병 전 KT와 LG데이콤, 그리고 중소업체들은 모두 이통 3사에 SMS 건당 평균 11원(원가)을 내고 기업 고객에는 12원에 영업을 했다. 하지만 합병 후 상황이 달라졌다. 합병 후, 직접 영업을 하게 된 KT와 LG유플러스는 중소업체에는 한 건당 평균 9.19원의 원가를 제시했다. 업체들은 마진을 남기려면 기업 고객에 건당 10.19원 정도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KT·LG유플러스는 기업 고객을 상대로 평균 8~9원에 영업을 했다.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는 이용 건수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다. 가령 3000만 건을 초과하면 10원에서 9원으로 원가가 낮아진다. 하지만 이통사는 수량과 무관하게 항상 최저 가격으로 영업을 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가격이 싼 KT·LG유플러스로 몰렸고 사업을 포기하는 중소업체가 속출했다. 협회 측은 “KT와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도 나지 않는 부가통신서비스를 단순히 매출 숫자를 높이기 위해 하면서 중소업체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 관련 최저가보다 낮게 시장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것은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서비스 때문이지 가격 후려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윤 없이 매출만 늘리는 사업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 경쟁 상 영업 비밀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KT 임원은 “LG유플러스가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이고 염가 영업을 한 것은 LG유플러스지 KT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KT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데, 중소업체를 죽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LG유플러스는 e메일로 보낸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KT “이중 저가 영업한 적 없다”

탄원·민원·신고서를 받은 미래부·방통위·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8월 초에 KT와 LG유플러스에 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신고 내용에 대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관련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 시장에서 KT·LG유플러스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했는가,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하는가다. 관련 부처의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기업메시징협회 주장이 맞다면 KT·LG유플러스가 불공정 거래를 한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법률을 검토한 한 대형 로펌(법무법인) 변호사는 “KT·LG유플러스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고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로펌 측은 이 시장을 ‘이통사들이 독점력을 이용해 중소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 사업자들을 경쟁에서 배제시킬 가능성이 존재하는 시장 구조’라고 해석했다. 법률 검토 보고서 요지는 이렇다.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것 아니냐’ 논란

‘이동통신사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KT와 LG유플러스는 중소기업인 기업용 메시지 사업자보다 싸게 SMS를 제공했다. 차별적 가격 설정 행위에 해당한다. 이윤 압착에 의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도 해당된다. 이윤 압착이란 상위 시장에서 독점력을 보유한 사업자가 하위 시장까지 통합해 다른 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는 경우, 하위 시장 경쟁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상위 상품을 공급해 하위 시장의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통사는 자신이 직접 고객에게 공급하는 가격을 중소업체와 차별을 둠으로써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 사업자들이 해당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의 이윤 압착 행위로 중소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파산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통사가 중소업체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이용자 후생 측면에서 대형 이통사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중소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소수의 대기업이 해당 시장을 독과점화해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이용자 후생이 감소하는 결과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고객들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메시징협회 관계자는 “불공정 경쟁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말까지 모든 부가통신 중소기업이 폐업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통사들이 기업용 메시지 부가통신사업에서 당장 전면적인 철수가 곤란하다면 단계적으로 철수하되, 차별적인 가격 설정에 따른 불공정 행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양사는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부가통신 중소기업을 통해 SMS 매출이 발생하므로 매출 감소는 없거나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간통신·부가통신 사업자 기간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회선 설비를 설치하고 이를 이용해 전화역무 등 기간 통신 역무를 제공한다. 이동전화·국내외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사업을 하려면 방통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전기통신회선설비를 빌려 기간통신 역무 외에 사업을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1202호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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