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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로봇 시장 어디까지 왔나 - ‘따뜻한 로봇’으로 한 걸음 더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미국은 서비스, 일본은 산업용 로봇 시장 양분 ... 대규모 투자 나선 구글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조업을 강조해왔다. 소득이 높고 안정성이 뛰어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월 25일 백악관에서 신기술 제조업을 상징하는 로봇 팔을 옆에 두고 제조업 혁신을 강조했다.



인공지능·로봇의 글로벌 전성기가 열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로봇공학 선진국들이 미래형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기업의 주력 생산품이 스마트폰이었다면 차세대 주력 제품은 로봇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하드웨어)에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이 있는 것처럼 로봇이란 하드웨어에도 소프트웨어인 인공지능(AI)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좀 더 가깝고 편리한 기계가 되기 위해 인간의 지능을 닮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로봇의 중심이 산업용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인공지능 로봇의 대중화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 공학계는 미래 산업으로 인공지능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발행하는 기술전문지 <스펙트럼>은 최근 ‘향후 50년: 미래를 만들 8대 기술의 명암’이라는 특집을 선보였다. 향후 인간의 삶에 구체적인 제품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을 고른 기사다. <스펙트럼>이 선정한 8대 기술은 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것들이다. 인간이 사이보그가 돼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다.

로봇을 화성에 보내 도로를 포장한다. 프로그램화된 물질로 책상이나 의자의 형태와 색상을 마음대로 바꾼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인간이 영화와 게임에 출연한다. 개인이 필요한 만큼 발전해 전기를 나눠 쓴다. 뇌파를 읽을 수 있는 장치를 심은 옷이 자신의 말을 외국어로 번역해 말해준다. 운전자 없어도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한다. 가사도우미 로봇이 실질적으로 가사 전반을 책임진다.

공상에 불과해 보이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50년 전인 1964년에도 <스펙트럼>(창간호)은 당시를 기준으로 향후 50년(2014년) 내에 구현될 허무맹랑(?)한 기술을 예상했다. 그 때 예상한 기술 중에 집적회로, 핵 발전, 우주선, 광전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스펙트럼>의 8대 기술은 대부분 인공지능과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미래 기술 개발의 중심이 될 거라는 전망에 대해 세계적으로도 별 이견이 없다.

‘산업용→서비스용’ 로봇 시장 무게중심 이동

실제 이런 예상이 가능할 만큼 해외 로봇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UC버클리의 연구자들은 ‘PR2’라는 로봇을 공개했다. 식기세척기 크기로 2개의 팔과 6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이다. 이 로봇은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작은 수건을 정확하고 반듯하게 접어놓는다.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구겨진 수건을 인식해 접힌 부분을 일일이 다시 펴서 각이 살게 접을 수 있다. 이외에도 음성을 알아듣고 간병할 수도 있다. 이미 여러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음료를 따라주고 청소하고 화초에 물을 주고, 애완견에게 정한 시간에 밥을 주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 한계는 있다. 여러 가사노동을 모두 해내지는 못한다. 일일이 지정한 특정한 임무를 완수하는 정도다. 그런 가사노동에 비해 로봇 가격은 너무 비싸다. 수건을 접을 줄밖에 모르는 PR2의 가격은 40만 달러다. 그럼에도 수건 한 장을 개는 데 드는 시간은 수 분이 걸린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해 학습 능력을 키우게 되면 PR2도 여러 가사노동을 알아서 척척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각종 로봇 부품이 대량 생산되고 인공지능 기술이 개선되면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로봇수요가 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저렴한 서비스 로봇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시골 아버님댁에 서비스 로봇 하나 놔 드려야 되겠어요’라는 광고가 나올 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어느 정도 도와주는 선에서 요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가사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이 10년 내 시판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바로 상품화가 가능할 정도까지 개발된 분야는 사이보그다. 인공 장기를 포함해 인간 신체를 로봇으로 대체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다. 로봇 업계에서는 그중에서도 인공관절 쪽이 유망하다고 본다. 최근 미국 MIT의 휴 헤르 교수는 등반사고로 잃어 버린 자신의 두 다리를 대신할 로봇 의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의족은 지금까지 나온 로봇과 달리 무릎 위의 움직임과 감각을 의족에 그대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사고 이전의 자연스러운 걸음걸이와 동작이 되살아나게 해준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로봇 기술의 현재 수준을 가장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대회가 있다.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다르파)이 주관하는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다. DRC는 재난구조 로봇에 우승 2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와 유사한 상황에서 로봇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채점한다. 시나리오 상의 임무는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일부 받으면서 사고가 난 원전 안으로 들어가 밸브를 잠그고 부품을 갈아 끼워야 한다. 채점 코스는 8가지다.

①로봇이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목표건물 앞에 도착해서 스스로 하차한 뒤 ②100m 거리의 경사·둔덕·자갈밭을 통과한다. ③건물 앞에 있는 십여 개 장애물을 치운 뒤 ④밀어서 여는 문, 당겨서 여는 문, 당겨서 열리지만 저절로 닫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⑤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⑥드릴이나 전기톱을 구해서 콘크리트벽을 뚫고 들어가 ⑦물이 새는 냉각수 파이프를 찾아 끌어내어 ⑧밸브를 잠근 뒤 원전을 탈출해야 한다.

가장 발달한 재난구조 로봇도 ‘속 터지는’ 수준

대회에는 한국·미국·일본 팀이 참가했다. 지난해 말 열린 1차 결선대회에서 일본의 샤프트팀의 로봇 ‘에스원’은 8개 중 6개 종목에서 만점을 받아 27점(만점 3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0점을 받은 미국 플로리다인간기계연구소(IHMC)팀의 ‘애틀러스’다.

이들 재난구조 로봇은 현존하는 로봇 기술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물론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질 만큼 느리긴하다. 1위를 한 에스원도 계단 5개를 오르는데 10분이 넘게 걸렸고 장애물 하나를 걷어내는데도 수십 분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인간이 갈 수 없는 파괴된 원전에 침투해 밸브를 잠글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로봇기업들은 특화된 부분에서 뛰어난 연구실적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보행 부분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 국방부 연구개발 예산을 받아 치타(와일드캣)나 당나귀(빅독)처럼 빠르고 유연한 4족 보행 로봇을 만들었다. 사람과 거의 유사해 보이는 2족 보행 로봇(팻맨)도 개발했다. 멀리서 보면 사람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본래 연구개발 목적은 실전에 배치 가능한 군사용 로봇이다. 미국 정부는 인간 군인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군인을 확보하기 위해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미군 무인화 전략의 일환으로 세계 미군 전략지에 로봇을 실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은 험준한 산악지형이나 구불구불한 산길, 장애물이 많은 지대를 산짐승처럼 넘나들 수 있다. 머리 쪽에 달린 카메라로 지형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은 각종 장애나 위험요소를 스스로 판단해 회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 밀려나더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보폭을 재조정하고 산길을 걸으면 길과 가장자리를 구분해 길을 찾아간다. 리더를 정해주면 이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등 마치 잘 훈련 받은 가축처럼 보인다. 특수한 상황과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로봇은 이미 상당 수준으로 개발을 마쳤다. 거미나 뱀, 모기 등의 모습을 모방한 특수 로봇이나 상황에 맞게 스스로 몸을 변화시키는 변신로봇 등은 이미 재난현장과 전장의 수색작전에 실제 쓰이고 있다.

로봇은 상당한 규모의 차세대 산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럼에도 개발에 참여하는 국가는 별로 없다. 미국·일본의 2강 구도에 한국이 1약으로 참여하고 있다. 1960년대 산업용 로봇 개발 초창기 옛 소련과 유럽 등 기술 선진국은 로봇 개발을 꺼렸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일자리가 줄면 수요도 줄어 국가 경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에서였다. 또 당시엔 반도체·컴퓨터 등 관련 기술 개발이 더뎌 원하는 수준의 로봇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설령 만들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 차라리 훨씬 저렴한 인간 노동력을 쓰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었다.




“인간 일자리 뺏는다” 소련·유럽 개발 꺼려

그러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자·전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로봇 제작에 한 발 앞서 갔다. 컴퓨터 기술 발전을 이끌면서 전자와 기계를 결합한 메카트로닉스에 전력 투구했다. 로봇이라는 개념은 1921년 유럽인 체코슬로바키아의 카렐 차펙이 고안했다. 하지만 미국은 메카트로닉스를 통해 실질적인 로봇 종주국으로 떠올랐고 현재까지 미래 로봇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일본 역시 로봇 강국이다. 일본인 특유의 종교적인 배경이 로봇에 관심을 두게 만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물에 생명이나 의미를 부여하거나 모든 사물에 신이 깃든다고 믿는 생각 등이 그것이다. 태엽 등으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전통 목각 인형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일본인이 로봇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도 로봇강국으로 이끈 한 배경이다. 현재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은 일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어 제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일본은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산업용 로봇 세계 시장 규모는 84억9700만 달러다. 이 중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50.2%다. 같은 기간 로봇 관련 전자부품장치까지 포함한 시장 규모는 133억6900만 달러,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57.3%까지 올라간다. 산업용 로봇 생산 시점부터 일본은 세계 최고 로봇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수출액은 지난 5년 간 약 80% 이상 증가했다. 일본의 주요 시장인 중국은 2011년 이후 연 평균 41%씩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로봇 시장의 7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10년 간 32배나 성장했다. 중국은 인건비 상승을 염두에 두고 향후에도 로봇 수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2010년 4월 일본 경제산업성 등이 공표한 ‘로봇산업의 장래시장 예측’을 보면 일본이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로봇 시장 규모는 약 8600억엔이며 향후 2035년까지 9조708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개발에서 세계 수위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로봇을 개발한다’는 말은 뭔가 형태가 있는 인형을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의미로 쓴다. 현재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등장한 인공지능의 논리수준은 13세 아이 정도다.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는 1990년대 말부터 논리보다 감성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MIT 신시아 브리질 박사는 키스밋(Kismet)이라는 표정 로봇을 만들었다. 인간과 교류할 수 있는 로봇으로 보고 듣는 것으로 상대방을 인식한다. 표정과 목소리, 움직임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통합신경시스템(SNS)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회적 지능을 디자인한 것이다. 키스밋은 극도로 화난 기분, 그냥 마땅찮음, 역겨움, 흥분, 두려움, 행복함, 슬픔, 놀람, 피곤함 등을 표정으로 드러낸다. 키스밋은 같은 실험실 후속작 ‘레오나르도’로 발전했다. 영화 <크렘린>에 나오는 털복숭이 인형처럼 생긴 외형으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이해한다. 이에 따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이를 학습하기까지 한다. 인공지능 로봇 학계에서는 레오나르도에 대해 ‘감정 표현을 하는 로봇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부른다.

이미 인공지능 연구에서 논리에 대한 연구는 사양길이다. 이미 컴퓨터의 논리 능력이 사람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고, 논리보다 교감 능력이 중요한 서비스 로봇으로 연구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차가운 지능에서 따뜻한 지능으로’ 연구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실제 미국은 로봇 시장 중에서도 서비스 로봇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미국 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북미 내 로봇 판매액은 16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물량으로 보면 2만5557대다. 이 중 수출을 제외한 북미 내수는 14억8000만 달러, 2만2598대다. 이 가운데 다수는 산업용이 아닌 서비스용이다.

인공지능의 논리수준은 13세 아이와 맞먹어

과거 미국도 일본처럼 대부분 산업용에 주력했다. 자국의 자동차·화학·전기전자 등 제조업 분야 경쟁력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가정용·의료용·국방·농업용 서비스 로봇 시장의 비중이 산업용을 추월했다. 2011년 기준 전체 로봇 시장 중 58%를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은 산업용에 비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이 더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산업용 로봇의 강자 일본에서 소프트뱅크가 서비스 로봇 ‘페퍼’ 상용화를 선언한 배경에도 서비스 로봇의 높은 시장확대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일본과 미국 간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로봇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6월 ‘첨단제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면서 그 일환으로 ‘로봇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로봇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 로봇산업 분야에서의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4개 연방 정부기관(과학재단, 국립보건원, 항공우주국, 농무부)이 차세대 로봇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연구·개발 예산은 7000만 달러 규모다. 민간기업도 로봇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8개 로봇회사를 인수했다. DRC 1위인 일본 샤프트를 비롯해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사들였다. 10년 뒤 로봇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구글이 기존 소프트 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할 플랫폼으로 로봇을 선택한 것이다.

1243호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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