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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봇 관련주는 지금 - 기대감 먹고 사는 ‘테마주’에 머물러 

로봇 기업 대부분 지난해 흑자전환 실패 … 실적 나아져야 인식도 개선 

서명수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정부가 13대 미래 성장동력 중 9대 전략산업의 하나로 지능형 로봇을 선정해 발표한 다음날인 6월 18일, 유진로봇 등 로봇 관련 주식은 초장부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상승폭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 로봇산업 육성이란 재료는 하루 천하로 끝나는 모습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로봇 관련 주식은 대표적인 ‘테마주’다. 테마주는 실적에 상관없이 기대감으로 먹고 산다. 기대를 부풀리는 불쏘시개는 정부 정책 등 재료다. 하지만 그 재료라는 것의 약발이 떨어지면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한다. 또 아무리 거창한 재료라도 자주 반복되는 것이라면 신선미가 떨어져 일회성으로 그치게 마련이다.

로봇 관련 주가 그렇다. 그동안 크고 작은 로봇 육성책이 여러 차례 발표됐으나 관련 주식들의 주가 흐름은 신통치 못했다. 주가 그래프를 보면 간간이 작은 봉우리를 만들지만 전체적으론 우하향 곡선이다. 정부 등에서 열심히 밀어주려고 해도 뛰는 선수들의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다양한 육성책에도 주가 힘 못 받아

눈을 국외로 돌려보면 로봇산업은 하루가 멀다 않고 신기술을 쏟아내는 가운데 시장도 쑥쑥 자라나고 있다. 2012년 기준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총 133억2000만 달러(13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앞으로 10여년 후인 2025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80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이 주목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2020년까지 시장 규모가 연 평균 15%씩 성장하며 12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금은 산업용 로봇이 주축이지만 의료·소방·감시·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수익성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로봇산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로봇회사만 8개를 인수한 구글은 사물 인식, 전신 제어, 손, 발 등 세부 로봇기술에서 한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MS)도 자사 게임기 ‘X-Box’의 ‘키넥트’ 센서를 로봇에 접목시키는 등 로봇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 4월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과학미래관을 찾았다. 일본이 개발 중인 재난 도우미 로봇을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로봇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내 서비스 로봇산업도 2012년 3314억원의 생산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7.7% 성장했다. 그러나 그나마 청소로봇과 교육용 로봇에 편향돼 있는 실정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약 1900억원)은 삼성과 LG가 주도하고 있고, 교육용 로봇(약 587억원)은 KT·SKT 등 통신사가 주축을 이룬다. 규모나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가 미래의 먹거리로 떠오른 로봇산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 나선 건 그래서다.

2009년 당시 MB정부가 제30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지능형 로봇분야에 2013년까지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산업육성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MB정권 말기였던 2012년 10월에는 지식경제부가 2020년까지 로봇산업육성에 3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로봇사업 핵심기술을 선점해 서비스 산업으로 연결, 신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박근혜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산업통상 자원부는 지난해 ‘로봇산업이 창조경제를 구현할 적임자’라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로봇산업에 대한 정책지원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도 로봇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기지개를 폈다. 최근에는 정부가 2020년까지 세계 3위의 지능형 서브스 로봇 강국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적자폭 줄지만 이익 내기엔 역부족

시장의 관심은 이들 정책적 뒷받침에 영향을 받아 올해 로봇 관련주들의 실적 개선이 과연 이뤄질 것이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난해 적자폭이 감소하는 등 업황 회복 조짐이 보이긴 하나 업계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서비스로봇 전문기업 유진로봇은 지난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적자 전환한 2012년(매출 239억원, 영업적자 28억원)에 비해 매출은 증가하고 적자폭을 줄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석이 많다.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약간 개선되긴 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및 마케팅·영업 비용이 증가하면서 턴어라운드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유럽 수출 증대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의 로봇청소기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해외 업체들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동부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동부로봇도 피인수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동부로봇은 다사로봇이 2010년 11월 동부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일본 로봇전문업체 아이테크를 인수, 통합해 탄생한 회사다. 제조용(직각좌표·수평다관절로봇) 및 서비스용(휴머노이드·애완로봇) 로봇을 생산하며 종합로봇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업체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24억원을 기록, 2012년(311억원)에 비해 36.4% 증가하고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43억원에서 33억원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주가는 동부로봇 출범 당시 8000원대까지 올랐으나 현재 3000원대를 오락가락 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곳은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가 유일하다.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로봇을 비롯,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품제조용 로봇 등을 공급하는 로보스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772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12년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과 환율 급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매출 716억원과 영업적자 27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점점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어 2011년(매출 968억원과 영업이익 58억원) 수준의 실적 회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 간 성장이 정체되면서 로봇업계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올 한 해가 재도약이나 퇴보냐의 갈림길이 될 전망으로 정부에서도 로봇산업 육성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로봇주들은 길게 보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며 “산업이 발달하더라도 망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로봇 산업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미래형 업종이긴 하지만 원천기술 등 기초 실력이 부족한 만큼 정책이나 재료를 통한 기대감만으로 주가부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테마주의 탈을 벗고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크레이티브 코리아’의 한 축을 이루는 신성장 엔진으로 시장의 관심을 얻을 것이다.

1243호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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