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의 지역간 불균형 현상은 고교 학군제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학군이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과의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 차이는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이 몰려 사는 곳의 집값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상업용도 아닌 거주용 부동산을 인위적으로 좋은 곳과 나쁜 곳이 엇갈리게 하고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하는 제도는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과거 혁신도시 건설로 막대한 땅값 보상비가 풀리자 졸부들이 너도나도 소위 학군 좋은 곳으로 몰린 사실을 되돌아보자.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신분이 고착돼가는 것 같지만 과도기적 현상이지 봉건사회는 아니다. 주거지를 제한하는 공산독재 국가도 아니다. 그런데 집값이 싼 동네에 살기 때문에, 바로 길 건너에 있는 학교에 학생들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과연 사회정의를 말하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민행복 시대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부동산 가격을 고점으로 되돌리거나 끌어올리려 하기보다는 무리 없이 거래가 이뤄지도록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효율적 시장의 전제 조건은 투명성을 확보하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매수와 보유에 따른 기대 편익보다 거래와 보유에 따르는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청소년들에게 기회의 균등을 주는 동시에 부동산 시장의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학군제를 등거리로 대폭 완화하거나 나아가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비정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하게 되는 병폐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깨닫지 못하게 되는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특히 기득권층에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학군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하게 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한국인들은 한때 노후에 집 한 채 가지고 있으면 그런대로 성공한 인생처럼 여겼다. 이제는 다르다. 부동산 시장이 개인의 행복,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전의 발목을 잡는 질곡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다한 거래비용과 학군 문제는 부동산 거래를 얽매는 사슬이 되고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 부동산 부양 조치가 수시로 반복됐지만 잠시 꿈틀대는 시늉만 하다가 그친 건 시장의 생리를 외면한 탁상공론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대책은 시장심리만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되새겨 보면, 과거 부동산 시장 거품이 극성을 부리다가 정작 소강상태로 접어들려는 조짐이 있을 때 부동산 억제 대책을 남발해 거품이 급격하게 소멸되면서 시장이 공황상태로 빠졌다. 지금은 그 반대로 진정한 활성화 대책을 이리저리 미루다가 시장이 반전하려고 할 시점에 대책을 몰아세울까 걱정이 된다. 가뭄이 깊어가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려는데 가뭄대책을 세우고, 홍수가 져도 뒷짐만 쥐고 있다가 비가 그치려는데 홍수 대책을 세우면 어떻게 되겠는가?학군제, 등거리로 완화하거나 폐지해야바닥을 모르는 지금의 경기 침체 현상을 극복하려면 지속적 유동성 완화는 불가피한 일이다. 디플레이션의 반작용으로 유동성을 팽창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시장 심리가 개선될 경우, 화폐유통 속도가 빨라질 경우,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급팽창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시대나 자산 시장은 냉탕에서 온탕으로 아니면 그 반대로 급반전 해왔음을 주시해야 한다. 1970년대 말처럼, 작금의 상황은 부동산 실질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빈부격차는 더 심화돼 한국 경제의 병리현상은 더 깊어질 것이다.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경제 사회에는 공짜 점심이 없기에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제정책은 적기에 시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뒷북은 차라리 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반 본전이라도 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