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 개방 흐름이 표면화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는 관련법 제정을 필두로 친환경 농업 육성정책을 본격화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해당 농가 지원에 힘을 쏟았다. 정부의 주도와 농업인들의 참여로 미미했던 국내 친환경 농업은 단기간에 급성장했으며, 시장 규모도 커졌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경쟁국에 비해 규모에서 열세인데다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유기농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선진국에 재배 기술과 유통시스템 등에서 뒤처진다. 무엇보다 친환경 농가의 소득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재배에 나섰지만 제값을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농가가 적지 않다.그럼에도 친환경 농업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산업화 이후 생산량 증대에 매달리면서 사용이 급증한 농약과 화학비료 탓에 토양 오염은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됐다. 작물에 유익한 각종 미생물과 벌레가 사라지면서 농지의 지력이 떨어지고 주변 수질도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땅에서 길러낸 농산물을 언제까지 식탁에 올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날이 올지도 모른다.친환경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배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성을 적정하게 지속시키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 과학 영농이다.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농업 본연의 가치와 자정능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환경·생명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일부 오류로 친환경 농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조장돼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