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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시장의 웃돈 유혹] ‘돈 되는 곳’만 몰리는 양극화 극심 

밤샘 줄서기도 있지만 청약률 ‘0’도 ... 폭탄 돌리기 주의해야 

최현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6월 24일 특별 공급 청약 접수를 받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의 경쟁률은 10대 1이 넘었다. / 사진:중앙포토
# 6월 24일 특별 공급 청약 접수를 받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 전날 밤 이 아파트 견본주택 앞엔 수천명이 몰렸다. 특별 공급에 청약하기 위해 ‘밤샘 줄서기’를 하려는 예비 청약자들이다. 인터넷 청약을 할 수 있지만 특별 공급은 생애최초·신혼부부·다자녀 등 청약 자격이 까다로워 현장에서 자격 여부를 확인하고 청약하려는 것이다. 이 아파트 특별 공급 청약 경쟁률은 평균 18대 1이다. GS건설 박창현 분양소장은 “자격이 까다로운 특별 공급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은 것은 호황기에도 이례적인 일이라 분양 주체인 우리도 놀랐다”고 전했다.

메르스 확산 우려에도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청약 접수를 앞둔 아파트는 물론이고 하반기 분양 예정 단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상반기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1순위 평균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쏟아지고 아파트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은 영향이다.

'떳다방’까지 나타나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은 이미 금융 위기 전 수준의 열풍이 불고 있다. 6월 초 대우건설이 청약 접수를 받은 위례신도시 우남역 푸르지오는 평균 16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지방은 청약 광풍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이 4월 분양한 부산 광안 더샵은 평균 396대 1, 최고 114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도건설이 5월 청약 접수를 받은 동대구 반도유보라도 평균 273대 1, 최고 5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열풍의 밑바탕엔 전세난이 깔려 있다. 지난 4~5년간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오른데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전국 평균 70%를 넘어서면서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가 줄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 장만을 위한 금융 부담이 줄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판교로뎀공인 임좌배 사장은 “비싼 전셋집 대신 집을 사겠다는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며 “저금리 대출상품이 늘어나면서 자금력이 딸리는 젊은층이 새 아파트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기 수월해진 영향도 있다. 청약자격이 완화되면서 서울·수도권은 청약통장 가입 후 1년, 지방은 6개월이면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른바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수요가 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너도 나도 청약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일부 지역에만 나타난다. 지역별·상품별 온도 차가 커 어느 때보다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 요즘 분양시장은 유독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전국 217개 단지, 11만1878가구가 분양됐다. 이 중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난 단지는 95개 단지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에도 양극화 현상은 있었다. 당시는 ‘수도권 vs 지방’처럼 지역별로 분위기가 달랐다. 요즘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지방이라도 부산·대구는 평균 경쟁률 수백대 1인 단지가 나오지만 충청권은 청약률 ‘제로(0)’ 단지도 나온다. 같은 지역이라도 입지·브랜드 등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갈린다.

3월 청약 접수를 받은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 e편한세상 수지는 평균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했다. 반면 4월 분양된 용인시 역북동 용인역북 우미린 센트럴파크는 미달됐다. 같은 지역이라도 개별 입지에 대한 호응도가 다르다.

지방은 온도차가 더 크다. 부산·대구는 평균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속출하는 반면 전북·충남엔 냉기가 돈다. 충남종합건설이 5월 충남 태안군에 분양한 태안 렉시움은 80가구 모집에 순위내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북 군산 지곡동 현대엠코타운은 200가구 모집에 순위 내에서 한 명만 청약했다.

외환위기·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집값 폭락기를 겪은 수요자들이 이른바 ‘돈 될 상품’에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거나 입지 여건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선호도가 확 떨어진다. 서울 장지동 위례박사공인 김찬경 사장은 “이전에는 해당 지역에 한 단지가 잘되면 인근 단지도 경쟁률이 오르고 가격도 올랐는데 요즘은 그런 현상 없이 될 상품에만 몰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투자 수요가 가세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1순위 청약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웃돈을 노리고 인기 단지에 청약하는 투기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웃돈의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 서울·수도권에선 강남 재건축이나 위례·동탄 2신도시, 지방에서는 대구·부산 등지엔 웃돈 바람이 거세다. 6월 중순 계약이 진행된 위례신도시 우남역 푸르지오 84㎡형(이하 전용면적) 분양권엔 이미 평균 5000만~6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동대구 반도유보라 아파트도 84㎡형도 한달 새 로열층을 중심으로 웃돈이 7000만원 정도 형성됐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얻고 분양권을 팔려는 투기 수요가 새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폭탄 돌리기’ 피해를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일부 ‘떳다방’ 등이 가격을 올리며 서로 사고팔아 분양권을 비싸게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투기 수요가 이런 방법으로 비싼값에 분양권을 팔고 빠져나가면 가격이 확 떨어져서 피해를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박합수 팀장은 “폭탄 돌리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나중에 입주할 실입주자나 뒤늦게 분양권을 산 이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급이 몰린 지역은 수급 상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최근 2~3년간 분양이 많았던 지역은 올 하반기 이후 입주가 본격화한다. 청약 열기가 뜨거운 부산·대구는 올해 3만3000여 가구, 내년 5만3000여 가구가 집들이 한다. 전문가들은 “청약이 잘 된 지역은 대부분 그간 공급이 적어 새 아파트를 기다리는 수요가 많았던 지역인 만큼 분양예정물량과 입주 시기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매제한 기간도 염두에 둬야

전매제한 기간이 있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민간택지는 주택 크기에 상관없이 계약 후 6개월, 공공택지는 1년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보금자리지구처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포함됐다면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6년이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계약서를 공증하고 1년 뒤 전매제한이 풀릴 때 분양권 명의를 변경하는 식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이다. 적발되면 계약이 취소될 뿐 아니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과 최대 10년간 청약 제한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청약 가점이 낮아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을 자신이 없다면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을 노려볼 만하다. 중대형은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고 85㎡ 이하는 추첨제 60%, 가점제 40%를 적용한다. 신도시 같은 대규모 공공택지는 전체 물량의 30%을 해당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지역우선공급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1년 이상 거주했다면 당첨에 유리하다.

1292호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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