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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돈이 될 차 고를 선구안 갖춰야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만 수천 가지 … 녹차·백차·황차·청차·홍차·흑차로 대별 

서영수

▎쓰촨성 몽정산에 펼쳐진 다원.
지난 연말 어느 보이차 특강에서 수강자 한 분이 “녹차나무와 홍차나무는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감나무와 밤나무처럼 차 나무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니고 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같은 차 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답해주었다. 덧붙이면 여러 종류의 차 나무 중에서 녹차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차 나무 품종과 홍차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차 나무의 기준은 당연히 따로 있다.


▎150년 넘은 고수차로 만든 보이차.
전 세계 차(茶)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수천 가지에 이른다. 국화차와 같은 대용차(代用茶)를 더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국인조차 평생 동안 마셔도 다 못 마셔본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중국차는 이름을 분류하는 방법도 많다. 차는 기본적으로 생산하는 지명과 채취 시기, 제조 방법 등에 따라 달리 부른다. 그 중 안휘 농업대학 차학과 천추안 교수가 차를 만드는 방법을 기준으로 확립한 ‘6대 차류(六大茶類)’가 널리 통용된다. 수많은 차를 6종류로 분류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도 있어 필자는 천교수의 ‘6대차류’를 기본 축으로 찻잎의 발효도에 따라 차를 분류하는 방법을 더해 중국차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우선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는 차를 비발효차 또는 불발효차라고 하는데, 녹차(綠茶)가 이에 속한다. 중국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의 70% 이상이 녹차를 즐겨 마신다.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10대 명차에 속하는 서호용정(西湖龍井)·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황산모봉(黃山毛峰)·몽산차(蒙山茶)와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유명해진 태평후괴가 대표적인 녹차다. 중국의 녹차는 종류와 수량에서 부동의 1위다.

비발효차의 대표 주자는 녹차


▎청차중 하나인 철관음.
푸젠성(福建省)에서 1796년부터 생산된 백차는 역사가 짧고 생산량도 적어 중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백차는 부드러운 싹과 어린잎만 채취해 만드는데, 전혀 열을 가하지 않고 위조(萎凋, 찻잎 시들기)하여 말리는 간단한 공정을 거친다. 시들기 과정에서 약 10% 정도의 약한 발효가 진행된다. 간단하기에 오히려 세심한 기술과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한다. 하얀 솜털이 가득한 백호은침(白毫銀針)과 1922년부터 출시한 백목단(白牧丹)이 유명하다. 백차는 찻잎에 열을 가하지 않아 천연의 맛이 살아있으며 더치커피처럼 찬물로 냉침을 해서 마셔도 좋다.

15~25%의 발효가 진행된 상태에서 완성시킨 차를 황차(黃茶)라 한다. 찻잎을 통풍이 되지 않게 쌓아두어 황변(黃變)을 일으키도록 띠우는 민황(悶黃) 과정이 중요하다. 황차는 쓰촨성 몽정산의 차 나무에서 황색 빛을 띠며 천연 발아한 몽정황아(蒙頂黃芽)가 원조다. 민황공법을 거친 대표적인 황차는 군산은침(君山銀針)과 곽산황아가 있다. 황차의 특징은 황탕황엽(黃湯黃葉)이다.

청차(靑茶)는 30~60% 정도의 발효가 된 반발효차로 흔히 오룡차(烏龍茶)로 부른다. 푸젠성 남쪽의 안계철관음(安溪鐵觀音)과 푸젠성의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무이암차(武夷岩茶)가 유명하다. 청차를 만드는 기술은 중국보다 대만이 월등하다. 대만 오룡차 중에 품질이 좋고 유명한 것은 문산포종(文山包種)과 하얀 솜털이 덮인 어린 싹과 찻잎으로 만든 백호오룡(白毫烏龍)이 있다. 백호오룡은 동방미인(東方美人)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이름은 팽풍차(膨風茶)다.

홍차(紅茶)는 완전 발효차로, 비발효차인 녹차와 대척점에 있다. 홍차는 찻잎 발효율 80%를 상회한다. 홍차의 특색인 홍엽홍탕(紅葉紅湯)은 살청(殺靑, 고온에서 덖어내기) 과정이 없는 독특한 저온발효공법에서 나온다. 비릿한 풀냄새를 없애고 홍차의 화려한 향을 만들기 위해 고온으로 신속히 건조시킨다. 정산소종(正山小種)과 기문홍차(祁門紅茶)가 중국 고유의 홍차를 대표한다. 50여년 전부터 윈난에서 만든 전홍과 2005년부터 출시된 금준미(金駿眉)가 근자에 인기가 있다.


▎윈난의 차마고도.
후발효를 전제로 만드는 흑차(黑茶)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주역으로 변방 민족들에게 팔았던 차라고 하여 변소차(邊銷茶)라고 한다. ‘6대차류’중 유일하게 만들어진 차가 판매한 후에도 세월과 함께 지속적인 발효와 숙성 과정을 통해 차의 맛이 진화하도록 제다(制茶)된다. 세월이 갈수록 맛이 좋아져 가격이 오른다는 보이차가 흑차에 속한다. 제다공법이 다른 흑차와 사뭇 다른 보이차가 ‘7대차류’로서 독립하려 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찻잎의 발효도와 일관된 제다공법에 따라 녹차·백차·황차·청차·홍차·흑차로 모든 차를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수많은 중국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진다. 차로 돈을 벌기 위해 차 전문가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차로 돈이 도는 길목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 차와 돈이 안 되는 차를 구별하는 선구안은 최소한 필요하다.

중국내 차 가격 아직도 들쭉날쭉

중국 대륙에 폭넓게 산개한 녹색자원, 차를 중국인만 즐기고 차산업을 중국인만 독차지하라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중국차를 수입 판매하는 것은 작은 이익은 가져올 수 있지만 소비 시장이 크지 않은 국내 차 시장을 고려하면 조그만 파이를 나누어 먹는 식탁에 군식구만 끼어드는 상황이다. 자체 생산품이 없는 중국차의 국내 유통은 가격 결정권도 없으며 중국차 생산자와 대형 판매자의 하수인 노릇에 불과하다.

돈이 되는 차 상식① : 중국에 단체 관광을 갈 경우 여행사 가이드가 인도하는 대형 차 가게에서 시음만 하고 가능한 차를 사지 말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여행사와 중국 현지 여행사는 물론이고 가이드의 몫까지 챙겨줘야 하는 것이 그런 상점의 생태환경이다. 가격이 부풀려지는 것은 당연하고, 마시기에 부적절한 차를 만날 가능성도 크다. 차로 돈을 벌기 전에 차에 헛돈을 안 쓰는 것이 우선 돈을 버는 것이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1296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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