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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발표를 했지만…
현대·기아차만 정규직 채용 규모 적시하지만 대기업의 채용 계획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청년 고용 대책’이라고 발표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대부분 채용보다 교육·지원 프로그램에 가깝다. 고용을 늘린다면서 직접 고용은 피해가겠다는 속셈이다.삼성은 3만명 고용 규모 중 1만명만 직접 고용으로 한정했다. 나머지 인원은 협력사 채용 연계형 직무교육(고용디딤돌)이나 전자판매영업·금융상품영업 인턴, 취업 교육 등으로 돌렸다. SK는 여러 가지 계획을 발표했지만 청년을 직접 고용하는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인턴사원 등을 언급하지 않고 정규직 채용 규모를 적시한 곳은 현대·기아차그룹 뿐이다. 삼성 등 다른 재벌 그룹은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 규모를 구분하지 않았다. 인턴사원 등 비정규직 일자리 숫자를 채용 인원에 섞어 규모를 부풀린 것이다. 고용을 위해 그룹에서 부담하겠다는 내용도 한 달 150만원짜리 인턴사원 임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만큼을 지원하겠다거나 얼마만큼을 뽑겠다는 내용을 모두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대책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2013년 전세계적으로 5만416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중 국내 고용은 5096명 느는데 그쳤다. 전체 고용의 90%가 해외에서 창출된 것이다. 대기업 채용이 늘어도 한국 청년들의 고용이 늘지 않은 이유다.LG는 직간접적으로 1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13만명 신규 고용을 만들어내려면 한 명당 5000만원만 든다고 가정해도 연 6조5000억원이 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롯데는 ‘인턴사원을 포함해 2만4000명의 정규직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인턴사원이 정규직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롯데그룹이 현재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약 9만5000명인데, 25%나 신규고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 시장 포화를 우려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롯데그룹이 국내 고용을 25% 이상 늘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기업들은 채용 재원을 직접 출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여론을 의식해 고용 규모를 내놓긴 했지만 그 재원을 사내유보금을 통한 투자라고 명시하진 않았다. 대부분 임금피크제로 고용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차 역시 임금피크제에 따른 재원을 중심으로 고용을 늘린다는 셈법을 내놨다. 채용은 늘리되 그룹 전체의 임금을 근로자들끼리 서로 나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