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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유가 떨어져도 유류세 철벽에… 

 


‘유가가 하락할 땐 (기름을) 배로 이송해 오고, 유가가 오를 땐 (기름이) 제트기를 타고 오나?’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주유소 기름값 하락세가 이에 못 미치자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8월 21일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46.23달러를 기록하며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초 리터(ℓ)당 1400원대였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1500원대로 5월 첫째주(1516.28원) 대비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시중 기름값 인하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정부는 이 문제를 정유사에게 떠넘겼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기름값이 묘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알뜰주유소를 도입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올 초 정유사 관계자를 불러 모아 유가가 하락하는 만큼 제품 가격도 내리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처 방식으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 알뜰주유소는 여전히 국내 정유사가 과점 공급하기 때문에 허점이 있다. 실제로 알뜰주유소 기름값은 기존 주유소와 가격 차가 크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유사의 팔을 비틀면 나중에 가격이 더 오르는 ‘풍선효과’만 유발할 뿐이다.

이보다는 유류세 개편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휘발유가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60%에 가깝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환율과 수요·공급을 고려한 세금 비중을 늘리고, 기름과 무관한 세금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유류세를 부과한다면 소비자 불만이 한풀 꺾일 수 있다.

물론 안정적 세수가 필요한 정부 입장에 유류세 개편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세금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세금 부과 방안을 고민하자는 말이다. 비난의 화살을 정유사로 돌리거나 정유사와 정부가 경쟁하려는 정책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지 않은가. 8월 21일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주최한 ‘위기의 석유산업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게 바로 유류세 관련 정책이라는 사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301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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