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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펩시도 스타벅스도 차세대 무기는 ‘차’ 

스타벅스 로고에서 ‘커피’ 문구 빼 … 펩시는 하이엔드 차 시장 겨냥 

서영수

▎스타벅스가 인수한 티바나의 차와 펩시의 퓨어 리프 티(왼쪽).
9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세계 차(茶)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음료회사들의 전쟁이 뜨겁다. 스낵회사로서 세계 1위인 펩시는 코카콜라 앞에만 서면 늘 작아지던 만년 세계 2위의 청량음료 회사다. 탄산음료 시장에서 늘 수세에 몰리던 펩시의 홍보팀은 코카콜라의 하이엔드 차 음료를 향해 포문을 먼저 열었다. “펩시는 다른 회사처럼 가루를 휘젓는 방식을 배제하고 찻잎을 직접 우려서 만든다”며 코카콜라의 프리미엄 RTD(ready to drink, 개봉하여 바로 마시는 음료) 차인 골드 피크(Gold Peak)를 정조준했다. 차 음료 시장에서 5.5%에 불과한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을 7배나 앞질러 40%를 상회하는 펩시의 자신감이 차 음료전선에서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했다. 펩시는 자사 제품인 퓨어 리프 티(Pure Leaf Tea)가 갓 짜낸 생주스라면 코카콜라의 차 음료는 농축액을 희석시킨 주스로 폄하했지만 코카콜라는 반격에 나설 강력한 차 브랜드가 없었다.

골드 피크 선봉에 세운 코카콜라와 전면전


▎스타벅스 주주총회에 나온 오프라 윈프리(오른쪽).
10년 동안 15배 이상 몸집이 커진 RTD 차 시장에서 펩시는 고급화된 이미지와 전문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브랜드 립톤(Lipton)을 생산 판매하는 유니레버(Unilever)와 일찌감치 연합전선을 구축해왔다. 반면 골드 피크를 선봉으로 내세운 코카콜라는 2011년에 인수한 어니스트 티의 레몬음료 매출 신장에 고무되어 더 이상 찻잎으로 우려낸 정통 공법으로 제조된 차 음료를 생산하지 않았기에 펩시의 공세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난공불락인 코카콜라의 탄산음료와 맞 대결을 피하고 차 음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펩시의 최고사령탑, 인드라 누이(Indra K. Nooyi)의 전략이 주효했다. 차에 대한 펩시의 로망은 이머징마켓인 중국에서 2008년 코카콜라를 누르고 1위에 오른 중국의 량차(凉茶) 왕라오지(王老吉)를 인수대상으로 삼아 협상을 진행했지만 왕라오지의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인드라 누이는 2001년 CFO를 겸한 대표이사로 오르자마자 코카콜라를 꺾고 음료 업계에서 시가총액 1위로 등극한 승리에 대한 추억이 있다. 펩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룬 쾌거의 중심에 누이가 있었다. 2007년부터 CEO와 이사회회장으로 펩시를 진두지휘한 누이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2014년 환리스크라는 악재와 탄산음료 시장의 침체 속에 더욱 빛났다. 코카콜라의 매출은 2% 감소했지만 펩시는 4%나 증가했다. 펩시의 첫 여성 회장인 누이의 작년 연봉도 2013년에 비해 45%가 오른 1910만 달러였다. 2012년 3040만 달러를 받은 코카콜라 CEO 무타 켄트(Muhtar Kent)는 2014년에 2520만 달러를 받는 데 그쳤다.

64개국에 2만개가 넘는 매장을 갖춘 스타벅스는 2012년 차 판매 전문 회사인 티바나(Teavana)를 6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인수 소식이 발표된 2012년 11월 14일 오후 주식시장에서 티바나의 주식은 전날 보다 27% 폭등한 12.88달러로 마감했다. 스타벅스는 여기에 가산치를 더해 주당 15.50달러에 인수했다. 스타벅스가 했던 M&A 중 최대 규모였다. 이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30년 전에 스타벅스가 커피는 그냥 쓴맛이라는 편견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차 사업을 재창조할 적절한 시기에 티바나를 인수함으로써 차 시장을 변화시킬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티바나는 동양 차 문화에 심취했던 앤드루 맥과 부인 낸시가 일본 여행을 하며 착안해서 1997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작은 차 판매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대형 쇼핑몰에만 300여개가 입점해있었다. 스타벅스는 포장용으로만 차를 팔던 티바나의 기존 방식에서 차와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디저트 카페로 변신시킨 티바나 파인 티즈(Teavana Fine Teas)라는 차 전문 매장 1호점을 2013년 10월 24일 뉴욕 맨해튼의 강남,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열었다. 매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슐츠는 “티바나가 현재 운영 중인 300개 매장을 5년 이내 1000개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선언을 했다. 슐츠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2년 만인 2015년 8월 현재 북미 지역에서 티바나 매장은 1000개를 넘어섰다.

2011년부터 스타벅스 로고에서 ‘커피’란 글자를 퇴출시키고 차 음료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커피왕국 스타벅스. 커피를 팔지 않는 차 전문 매장을 연 것이 스타벅스가 커피를 포기라도 한 것처럼 오해를 낳게 됐다. 이에 대해 슐츠는 “스타벅스는 이전부터 차에 관심을 가지고 차 사업을 해왔으며 더 다양한 차 관련 제품을 선보이겠다”며 “커피와 함께 차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며 차를 소홀히 대한다면 향후 음료 사업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후 5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차를 매일 마시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스타벅스는 웰빙과 힐링이라는 트렌드 위에 차가 부각되기 훨씬 이전부터 차 사업을 해왔다. 1971년 시애틀에서 창업 당시의 이름도 ‘스타벅스 커피, 티 앤 스파이스(Starbucks Coffee, Tea and Spice)’였다.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하여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커피 전문점으로 재탄생시킨 슐츠는 1999년 차 전문 회사 ‘타조(TAZO)’를 810만 달러에 인수해 스타벅스 매장에서 계속 판매해왔다.

스타벅스 ‘오프라 차이’도 내놔

오프라 윈프리가 2014년 3월 19일 시애틀에서 열린 스타벅스 연례 주주총회에 나타났다. 오프라의 이름을 붙인 신제품 ‘오프라 차이(Oprah Chai)’의 출사표를 위한 깜짝쇼였다. 윈프리와 오프라 차이를 함께 마시며 새로운 협력관계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슐츠는 “윈프리와의 협력은 차 사업 성공을 위한 의미 있는 전진”이라며 “스타벅스의 시가총액 1000억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콜라와 커피로 세계를 재패한 글로벌 음료회사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차를 선정하고 다양한 차 브랜드를 개발하며 세계적인 음료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100여년 전 열강의 세력 각축장이었던 한반도에 차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한판승을 벌이려는 음료강국들의 ‘쩐(錢)의 전쟁’이 총성 없이 다가오고 있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1302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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