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환경 부문 금상을 받은 무월마을 주민들. /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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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 지금처럼 그냥 하루하루 지내면 그만이지’ ‘모여서 뭔가 한다는데 나한테 무슨 득이 있을까 싶어’ ‘촌에서만 산 사람이 뭘 알겠어’ ‘정부가 알아서 해 주겠지’…. 현재 대한민국 농촌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말들이다. 농촌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도 꽤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다. 그 사이 농촌 사람들에겐 가장 무서운 무력감이 자리를 잡았다.그래서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2010년 이후 해마다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농촌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 다양한 활동 중 하나가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다. 각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자신의 마을을 살기 좋은 공간으로 꾸미도록 유도한 것. ‘주민이 행복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목표로 지난해에 이어 2회째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2017개 마을(2014년에는 1891개)이 콘테스트에 참가했고, 시와 도 예선을 거쳐 최종 27개 마을이 행복마을 콘테스트 본선에 진출했다. 경관·환경, 문화·복지, 소득·체험(이상 마을 분야), 마을 만들기, 마을 가꾸기(이상 시·군 분야) 등 총 5개 부문에서 각 금·은·동상 마을을 선정했다. 금상을 차지한 3개 마을과 2개 시군에는 정부포상과 시상금 3000만원이 지급됐다. 나머지 27개 마을과 시군 전체에도 각 300만~2000만원의 시상금을 차등 지급했다.
상금보다 소중한 새로운 활력상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콘테스트를 통해 무기력했던 농촌 마을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콘테스트에 참가한 전북 진안군 원연장마을 신애숙 이장은 “이 행사의 특별한 의미는 마을 주민들과 무언가를 함께하면서 얻는 보람 그 자체에 있다”며 “주변 마을에서도 우리 마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늘고, 이러한 관심과 변화가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연장마을은 이번 콘테스트의 경관·환경 분야에서 동상을 차지했다. 마을 내에 꽃잔듸동산을 조성하고 이를 마을의 브랜드로 만들어 활용했다. 관련한 축제도 개최해 행복한 마을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이 마을은 2014년 1회 대회에도 참가했는데, 당시엔 경관·환경 분야에 입선을 했다. 1년간 마을이 가진 콘텐트를 더욱 발전시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대회가 2회째를 맞은 만큼 지난해보다 더욱 흥미로운 사례가 많이 등장했다. 강원도 화천의 오지마을 신대리 토고미마을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은 농산물 수입 개방과 쌀값 하락으로 위기에 처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마을 주민이 많았다. 하지만 마을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소득을 만들었다. 친환경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에 ‘토고미’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붙였다. 이 작물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도농 교류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당나귀 체험과 토고미 쿠키제조 체험장을 조성해 부가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 연매출 4억3000만원을 올릴 수 있었다. 토고미 마을은 이번 콘테스트의 소득·체험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다.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의 알프스마을을 소득·체험 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농사에 다소 불리한 자연환경을 역발상을 통해 극복한 점이 눈에 띄었다. 마을 주민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4계절 축제를 만든 것. 뷰티 축제(봄), 세계조롱박축제(여름), 칠갑산 콩 축제(가을), 얼음 축제(겨울) 등 1년 내내 다양한 축제가 진행된다. 마을의 모든 주민이 축제의 운영진으로 참가하도록 해 마을 구성원간의 결속력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거뒀다. 연간 20억원에 달하는 수익도 생겼다.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행복마을 콘테스트는 새마을 운동의 주체였던 농촌 중·노년층의 열정과 경험을 되살리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콘테스트는 앞으로도 해마다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했다.-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박스기사]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전국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 것”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가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진전된 성과는?“콘테스트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마을과 다른 마을의 위상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우수한 점을 공유함과 동시에 ‘우리도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다. 또 콘테스트를 통해 각 마을이 가진 콘텐트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홍보가 마을의 소득증대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마을의 사람들을 만났다. ‘콘테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이 즐겁게 협력하고 어우러지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행복마을 콘테스트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지.“이번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마을 중에서는 귀농·귀촌인의 역할이 컸던 사례가 꽤 있다. 이런 활동을 보면서 귀농인과 원주민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원주민들은 귀농·귀촌인을 받아들여 함께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다. 또 귀농과 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역동적이고 밝은 마을을 보면서 농촌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기를 희망한다.”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지.“올해까지는 농촌의 마을주민 위주로 참여해 성과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부터는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만들고 싶다. 또 정부와 농촌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행사로 만들 것이다. 농촌에서 자신들의 정확한 상황과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에 요구를 하고, 정부가 지원을 할 때도 마을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