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소비자를 두려워하라 

 

김경원 대성합동지주 사장

폴크스바겐은 1937년에 출범했다. 1933년 히틀러는 보통 사람들도 경제적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자동차를 원했다. ‘두 명의 성인과 세 어린아이를 태우고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성능도 요구했다. 이를 만족시킨 것은 당시 자동차 설계자로 명성을 날리던 페르디난드 포르셰였다. 그러나 그가 디자인한 딱정벌레 형태의 자동차는 당시 민간 업체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생산할 수 없어 이를 생산할 국영 업체로 폴크스바겐을 만든 것이다. ‘보통 사람들(Volks)의 자동차(Wagen)’라는 회사 이름에서 탄생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전투용 차량을 만드는 등 나치의 침략전쟁에도 동원되었으나 종전 후에도 살아남았다. 더 나아가 우수한 자동차를 개발, 판매해오면서 M&A를 통한 확장도 병행해 도요타와 세계 1위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다. 폴크스바겐 이외에 이 회사가 M&A 등으로 확보한 브랜드는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12개나 된다. 이 중 폴크스바겐 이외에 이 자동차그룹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중요한 브랜드는 아마 아우디일 것이다.

아우디는 아우구스트 호르흐(August Horch)라는 엔지니어가 20세기 초 설립한 회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회사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나 몇년 후 이 회사를 매각했다. 그는 곧바로 새 회사를 설립하고 다시 자신의 이름을 회사이름으로 쓰고 싶어 했으나 자신이 매각한 회사에서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걸어와 단념했다. 대신 자기 이름의 뜻, 즉 ‘듣다(horch는 영어로 hear)’의 라틴어 단어인 ‘아우디(audi)’를 회사이름으로 차용했다. 이후 이 회사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66년 폴크스바겐에 인수되었다.

이 자동차 그룹의 주요 브랜드에 ‘보통사람’이라는 뜻과 ‘듣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의 소리를 잘 듣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상징적으로 엿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이 자동차그룹은 이에 걸맞지 않게 큰 스캔들에 휘말렸고 최고경영자가 사임했다. 미국의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엔진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그룹은 이미지 손상은 물론 엄청난 금전적 손실에도 직면했다.

예전에도 미국의 빅3를 비롯해 도요타 등 세계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급발진, 연료탱크 폭발, 차량의 전복 성향 등 안전 문제는 물론 다른 여러 스캔들에 휘말려왔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통 법원의 배상 판결이나 판결 전 화해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금전적 배상’으로 ‘민사’적인 사태가 수습됐다. 시장점유율이나 주가도 얼마 안 가 회복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양상이 많이 다르게 전개되는 것 같다. 최고경영진이 처벌이 될 가능성이 큰 건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분노와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고 조직적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최고경영진이 오래 전부터 소프트웨어 조작을 묵인했거나 지시했다면 이렇게 ‘무서워진 보통 사람’ 즉 소비자들의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이 회사 주요 브랜드 이름의 함의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 기업의 경영진은 이제 소비자를 경청하는 차원을 넘어 두려워해야 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 김경원 대성합동지주 사장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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