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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인의 삶을 바꾼 히트상품 | 속편] 형 만한 아우도 많았다 

JTBC·tvN, 속편으로 영향력 강화 ... 검증된 전작 인기에 베팅 


▎12월 17일 스타워즈 속편 개봉에 맞춰 스타워즈 피규어를 전시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박수칠 때 떠나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흔히 통용되는 속설이다. 대히트를 기록한 첫 편의 뒤를 이어 속편이 나오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통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2015년만 놓고 보면 이런 표현이 통하지 않았던 한 해였다. 오히려 2015년은 ‘형보다 아우가 낫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영화와 드라마 할 것 없이 속편이 흥행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불황에 실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보단 인기를 얻은 전작을 적극 활용하자는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덕분에 문화예술 업계는 물론 의류·장난감 업계 등도 덩달아 신이 났다.

JTBC [히든 싱어4] 임재범 편 동시간대 시청률 1위

2015년 출발부터 방송계는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1월 3일 방송된 무한도전 411회가 무려 24.1%라는 놀라운 시청률(TNMS 기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된 내용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 1990년대에 대중에게 사랑을 받던 김건모, 이정현, 터보, SES 등의 가수들이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였다. 속편은 아니었지만, 길거리마다 온통 과거의 추억이 넘쳤다.

연초부터 조성된 이런 분위기를 타고 방송계에 속편이 속속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추억의 가수를 소환해 이들의 노래를 가장 유사하게 부르는 사람을 골라보자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히든 싱어4]가 대표적이다. [히든 싱어4]는 최고 인기가수였던 이승환, 신승훈을 비롯해, 이미 라이브로 들을 수 없게 된 고인 신해철, 김광석의 노래까지 내놔 화제를 모았다. [히든 싱어]는 태국, 베트남 등에서 인기를 끌었고, 미국에서도 판권이 팔렸다. 중국에서는 정식 방송 전부터 불법 해적판이 돌아다녔다.

케이블방송에서도 인기를 얻은 속편이 많다. 특히 CJ E&M은 올 한 해만 [슈퍼스타K] 시리즈, [꽃보다 할배]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등을 유행시키며 속편 열풍의 진앙지가 됐다. 특히 [슈퍼스타K] 시리즈는 지상파 방송이 유사 프로그램을 제작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삼시세끼] 시리즈의 속편 격인 [삼시세끼 어촌편]에 등장한 배우들의 인기도 대단했다. 이런 분위기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CJ E&M의 케이블방송 중 하나인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응답하라 1988]이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도 달라졌다. 종편이나 케이블채널이 예능이나 드라마 부문에서 트렌드를 선도하자 시청자들도 채널을 고정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11월 28일 방송된 [히든싱어] 임재범 편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 시청률 7.8%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포함 시청률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응답하라 1988] 역시 1~5회 평균 시청률은 11%, 최고 시청률은 12.6%로 지상파를 압도했다.

스크린에서도 속편의 열풍이 대단한 한 해였다. 과거에 비해 2015년은 특히 더 속편의 흥행 성공률이 높았다. 속편 영화는 리부트(reboot), 시퀄(sequel), 프리퀄(prequel), 스핀오프(spin off)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 중 특히 2015년에 유행한 속편은 시퀄 속편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속편’은 사실 시퀄 속편을 의미한다. 과거에 나왔던 영화의 스토리를 계속 이어가는 방식의 속편이 바로 시퀄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속편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과 올해 12월 17일 개봉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에피소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대표적이다. 물론 올해 시퀄 방식의 속편만 사랑을 받은 건 아니다. 등장인물과 영화의 골격은 그대로 두되, 상황을 새로 설정하는 방식의 속편인 리부트 방식의 속편으로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기존 영화에서 등장했던 조연이나 소재가 주인공이 되는 스핀오프 속편으로는[숀더십], [미니언즈] 등이 화제였다.

협업으로 제품 판매 늘고 주가 오르기도


스크린의 속편 열풍은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유니클로 등이 속편 열풍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유니클로는 기능성 이너웨어인 ‘히트텍’, 남성용·아동용 파카, 여성용 토트백 제품에 스타워즈 주요 캐릭터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협업 제품을 판매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캐주얼 브랜드 디자인 유나이티드(Design United) 역시 스타워즈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실제로 전 세계에 ‘렛잇고(Let It Go)’ 열풍을 일으켰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이 올해 속편 제작을 시작하자 겨울왕국 인형·장난감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업체 마텔 주가가 하루 만에 4.2% 급등했다.

주가가 하락세였던 해스브로도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주가가 반등했다. 해스브로는 2016년 중 겨울왕국 인형 판매 계약을 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대형 장난감 제조 업체다. 신 맥그완 니드햄컴퍼니 애널리스트는 “겨울왕국 속편 제작은 완구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며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에도 속편의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 대유행을 기록한 속편 열풍을 목격한 문화예술계에서 분위기를 이어 많은 속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스트 버스터즈]가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속편 제작에 들어갔으며,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아바타]를 비롯해 [캐리비안의 해적]이 2017년, [어벤저스]가 2018년을 목표로 각각 속편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한·중이 합작한 [엽기적인 그녀2]도 조만간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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