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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인의 삶을 바꾼 히트상품 | 카카오택시] 택시업 지형 흔든 ‘모바일 공룡’ 

전국 택시의 64% 가입 ... 수수료 부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택시는 늘 불만의 대상이다. 늦은 밤 택시를 잡으려면 차도까지 나가 무작정 손을 흔들어야 한다. 간신히 택시를 세워 빠끔히 열린 창문에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일쑤다. 전화로 택시를 부를 수는 있지만 업체마다 배차의 차이가 많다. 어떤 택시기사가 어디서부터 언제쯤 와줄지도 알 수 없다. 힘든 건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어떤 승객을 태울지 알 수 없어 소모적인 배회를 해야만 한다. 어쩌다 태운 승객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갈 때는 말도 못하고 속앓이 하는 일이 잦다. 콜 등록을 하면 수수료를 내야 해 부담이다. 취객을 태우면 “OO동 가주세요”라는 말만 던지고 잠이 든 채 깨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승객·기사 호응 업고 택시앱 전성시대


이런 택시 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진원지는 카카오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택시’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이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승객은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때 구구절절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택시기사가 이미 목적지를 알고 콜을 받았으니 ‘가네, 안 가네’ 하던 실랑이도 사라졌다. 택시 잡는 절차도 간단하다. 카카오택시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언제 올지 모를 택시를 길가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전화 콜택시 시절처럼 허탕 칠 일이 적고 수수료도 없어 기사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3월 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콜택시 중심의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을 단숨에 점령해가고 있다. 카카오 택시의 12월 1일 기준 누적 호출 건수는 4600만건이다. 출시 4개월 만에 1000만건, 6개월 만에 2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루 호출 건수도 60만건으로 늘었다. 규모는 이미 전화 콜택시 시장을 넘어섰다. 현재 전화로 부르는 콜택시는 약 6만3000대다. 이에 비해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는 18만명으로, 전체의 64%에 달한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주변에 있는 택시 10대 중 6대 이상이 사용자의 호출을 확인한다는 얘기다.

카카오택시의 성공 기반은 카카오가 보유한 모바일 플랫폼의 지배력과 막대한 회원수다. 여기에 각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불편을 최소화한 서비스가 승객과 기사 양쪽으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기사를 간편하게 연결해 주고 카카오톡을 통한 안심메시지,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목적지 안내 등 촘촘한 서비스 설계가 카카오택시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 받는다. 또 기사와 승객에게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 정책도 카카오택시가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은 택시앱 전성시대를 열었다. 최근엔 T맵택시·티머니택시·이지택시·리모택시에 각 지역마다 별도의 앱을 만드는 등 경쟁적으로 택시앱이 등장하는 모습이다. 빠른 속도로 카카오택시를 추격하는 T맵택시는 기존 콜택시 업체들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앱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택시기사들도 기존의 방식으로 T맵택시와 업무 연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통신사들 역시 자사 서비스 이용자 대상 특별 프로모션을 벌이거나 택시앱을 선 탑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금요일 밤처럼 택시를 잡기 힘든 시간에는 택시앱 역시 연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사들이 장거리 고객을 잡기위해 가까운 거리에서 요청이 오면 응답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아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갑자기 수수료 정책을 쓰기에는 택시기사나 승객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5월 택시기사들에게 임의로 콜비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카카오택시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다. 전국에는 모두 585개의 택시 콜센터가 있다. 택시 기사들은 콜 업체에 매달 통신비 5500원을 내고, 콜 한 건 당 35~50% 정도를 수수료로 낸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이용료와 수수료가 없다. 기사와 승객에게는 유리하지만 콜 업체 입장에서는 밥그릇을 뺏기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카카오택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소 콜택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수십억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의 콜택시 사업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정배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13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3단계에 걸쳐 전국 택시 통합콜센터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예산 80억원 중 현재 60억원이 집행됐다. 하지만 ‘전국 택시콜 서비스 1333’과 관련 앱 이용자 수는 13개월 간 31만건에 그친 상황이다. 카카오택시의 하루 이용 건에도 못 미친다.

프리미엄 버전 ‘카카오택시블랙’ 출시

카카오는 최근 대안으로 카카오택시의 프리미엄 버전인 ‘카카오택시블랙’을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외제 차량과 특별 교육을 받은 전문 운전사를 앞세운 고급 리무진 서비스다. 요금 미터기나 결제기기, 차량 외부 택시 표시 설비 없이 호출과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결제는 카카오 페이로만 가능하다. 기본료는 약 8000원. 요금은 일반 택시의 2.5배, 모범 택시 요금의 1.5배 수준이다. 운전기사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 월급제를 도입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택시블랙이 모범택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용 출퇴근 서비스 외에 비즈니스 의전, 호텔과 공항의 픽업 서비스, 노인과 환자 등 교통 약자의 택시 이용, 학원과 어린이집 픽업 서비스, 각종 이벤트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로 논란을 피하고 수익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고급 택시 관련 개정안이 모든 지자체에 적용되는 내년부터 운행 지역, 차종, 대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함승민 기자 ham.seugnmin@joins.com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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