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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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최대고민 중 하나는 IT 솔루션이다. 회계부터 인력, 자원의 흐름까지 회사를 운영하려면 IT 기반의 사업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작은 기업일수록 비용이 문제다. 한 번 구축하려면 서버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최소 2억원 정도의 초기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만약 이런 솔루션을 가전제품처럼 빌려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구상이 현실이 됐다. 11월 24일 ㈜웅진이 공개한 ‘클라우드 원팩(One Pack)’이다.“원팩은 비용 부담 때문에 IT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클라우드형 통합 패키지입니다. 수억원에 달하는 초기 비용 없이 렌털 방식으로 저렴하게 IT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죠. 구입(구축) 비용이 없고,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 여러 면에서 정수기 렌털과 비슷합니다. 웅진이 가장 잘하는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죠.”이재진 ㈜웅진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이 원팩을 10년간 이용할 경우 IT 솔루션 투자 비용을 25~3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팩에는 SAP의 클라우드 기반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인 ‘B1’과 네이버 클라우드 그룹웨어 ‘웍스모바 일’, SAP 비즈니스 정보 분석 도구인 ‘루미라’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모두를 사용하는 데 드는 원팩 라이선스 비용은 하나당 월 38만원이다.“월 38만원이면 연간 약 500만원이고, 라이선스가 10개라도 5000만원 정도입니다. 시스템 구축 비용만 5억원 이상인데 저희 입장에서 렌털은 굉장한 도전인 거죠. 고객이 1~2년만 사용하다 중단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객 유지율을 높이는 게 중요할 텐데 결국 서비스의 질에 달린 거죠. 웅진은 원팩을 사용하는 기업에게 24시간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대기업과 공공기업 시스템통합(SI)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사실 ‘웅진’하면 정수기(코웨이)와 학습지(씽크빅)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여전히 웅진씽크빅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지만 코웨이는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후 떨어져 나갔다. ㈜웅진은 웅진그룹의 지주회사다. 2012년 최악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는 3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IT서비스가 있다. 지난해 웅진 IT 서비스본부 매출은 656억원 정도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웅진은 2003년부터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ERP 구축 경험을 쌓았고, 대외 사업 규모도 꾸준히 키워왔다. 이 기술력에 웅진 특유의 ‘찾아가는 서비스’ 정신을 입힌 게 바로 원팩인 셈이다. 이 대표는 내년 IT서비스 부문에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원팩 공개행사를 한 뒤 문의가 크게 늘었습니다. 아직은 구축 컨설팅이 주력이지만 갈수록 원팩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봅니다. 원팩 서비스를 통해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창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