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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상상력이 좌우할 드론의 미래 

활용 분야 무궁무진 … 부정적 측면까지 비즈니스로 개발해야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ted.com
88올림픽 무렵까지만 해도 서울 하늘에는 제비가 넘쳤다. 미학적으로 봤을 때 제비는 참새나 까치 따위와는 급이 달랐다. 군살 하나 없이 윤기 흐르는 자태는 기본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골목 사이를 미끄러지며 날아가는 모습에는 아찔한 청량감까지 느껴졌다 (오죽하면 ‘물찬 제비’라 했겠나). 제비가 떠나고 없는 그 텅 빈 공간을 이제 새로운 것이 채우고 있다. 바로 드론(Drone, 무인기)이다.

지금까지의 취미용, 혹은 촬영용 드론이 조종하는 사람의 시야와 손끝에 의지했다면 펜실베니아대 비제이 쿠마(Vijay Kumar) 교수가 개발한 드론은 차원이 다르다. 일종의 자동 비행 로봇이다. 게다가 편대를 갖춰 떼로 날아 다닐 수도 있다. 이렇게 똑똑해진 드론은 인간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인간의 상상력이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드론 활용한 스마트 농업혁명

쿠마 교수의 드론은 지금 시판되는 상업용 드론과는 달리 GPS를 탑재하지 않는다. 대신 자체 센서와 카메라, 레이저 스캐너로 주변 사물의 특징을 감지하고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삼각측량법을 이용해 결정한다. 그러고 나서 이 특징을 조합해 고화질 지도(5cm 해상도)를 만드는데, 이 지도는 드론이 장애물을 피해 충돌없이 날아다닐 수 있게 해 준다. 건물 밖에 있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드론을 보내 건물 안 상황을 파악하고 드론에게 원하는 작업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드론 기술을 활용해서 쿠마 교수가 일차적으로 실용화를 준비 중인 것은 정밀농법(Precision Farming)이다. 지금까지는 농작물을 일일이 개별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똑하고 부지런한 드론만 있으면 못할 것도 없다. 마치 인간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맞춤형 의료처럼 농작물도 맞춤형으로 개별 케어가 가능해 진다. 스마트 농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쿠마 교수가 추진하는 정밀농법의 출발은 과수원에 드론 편대를 비행시켜 모든 작물의 상태가 표시된 정밀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 드론에는 일반 컬러 카메라 외에 적외선 카메라와 온도감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드론 편대가 나무 사이를 비행하면서 과수원의 모든 나무가 3차원으로 재구성된다. 이런 정보를 갖추고 있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모든 나무에 달린 열매의 개수를 세서 과수원의 수확량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이다. 덕분에 생산 과정의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모든 나무의 잎사귀 양과 분포를 측정해서 얼마나 광합성이 이루어지는지를 재는 것이다. 특히 드론이 측정한 시각 정보와 적외선 정보를 결합하면 NDVI(식생지수)와 같이 나무의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계산해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지상에서는 잘 관찰되지 않는 병충해를 공중에서 사전 감지하는 것이다. 특히 유실수에 치명적인 황백화(chlorosis, 엽록소가 격감하면서 잎이 황백색으로 변하는 현상) 초기 증상을 탐지해 낼 수 있다. 또한 각 나무의 상태에 따라 물·비료·농약을 개별 처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엄두도 못 냈을 이런 일이 드론 덕분에 해결된다. 전체 농업 시스템이 효율화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그 넓은 밭에 일괄적으로 물주고, 비료주고, 농약 안 줘도 되니까 말이다. 쿠마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최소 10% 정도 수확량을 향상시키고, 농업용수를 25%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비행 성능과 체공 시간을 좌우할 무게일 텐데 이 부분도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쿠마 교수가 만든 드론의 무게는 최소 25g 밖에 안되고, 전력도 6와트만 소모한다. 속도는 초당 6m(시속 20km)에 이른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관성이 낮아져 충돌에도 안전하다. 쿠마 교수가 TED 강연에서 시연한 드론의 움직임은 매우 역동적이며 특히 비정형화된 환경에서도 방향 선회가 놀랍도록 자연스럽다. 작은 드론끼리 서로를 감지하고 의사소통하면서 자유자재로 원형·직사각형·타원형 편대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드론의 어원은 ‘벌이 윙윙거린다’는 뜻의 영어 단어에서 나왔다. 초창기인 지금으로서는 뭔가 좀 허술해 보이고 믿음이 안 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기술이 점점 더 안정화되고 새로운 응용 분야가 속속 개발된다면 인간의 미래 삶의 풍속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다(100여 년 전 마차를 타던 시대에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려 보라). 이미 아마존이나 DHL이 추진하고 있는 택배는 기본이고, 농업(농약 살포, 작물 파종, 질병 방제), 방송(뉴스 중계, 엔터테인먼트, 항공촬영), 안전관리(산림보호, 해양 감시, 재해 예방) 등의 분야에 드론이 등장하고 있다. 드론에 로봇 팔을 달아 극한 조건에서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일을 시킬 수도 있다.

광선으로 드론 파괴하는 기술 개발


▎자신이 개발한 드론을 시연해 보고 있는 비제이 쿠마 교수.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상상력이다. 기존에 했던 일을 더 빨리, 더 편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는 제한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을 찾아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느냐의 여부에 드론의 미래가 달렸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의 최대 관심사도 드론이었다. 미국·이스라엘·중국 등 전 세계 업체가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드론을 선보였다. 한국이 뒤쳐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지만 그나마 아직은 태동기라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세계 취미용 드론 시장을 평정한 중국의 DJI도 설립된 지 불과 10년 밖에 안 됐다). 우리도 출연연, 대학, 벤처, 대기업 등에 퍼져있는 관련 기술을 잘 결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강남 갔던 제비를 대신 해 드론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이자 활력소로 훨훨 날아줄 날이 기다려 진다.

혹자는 각종 안전사고, 사생활 침해, 테러 악용 등을 이유로 드론의 미래를 어둡게 보기도 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건 순진하거나 어리석거나 둘 중 하나다. 시장이 있고 돈이 보이면 기술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오히려 폐해를 최소화하고 혜택을 극대화하는 쪽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드론이 열어갈 ‘밝은 시장’과 드론이 초래할 ‘어두운 시장’ 모두 우리에게는 기회다. 서둘러야 한다. 이미 발 빠른 업체들은 ‘어두운 시장’도 준비 중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광선으로 드론을 망가뜨리는 기술이 개발됐고, 일본에서는 그물을 장착한 드론으로 불법 드론을 잡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국도 드론의 무선 신호를 추적해서 강제로 착륙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네덜란드가 압권이다. 흰머리독수리를 조련해서 불법 드론을 낚아채게 하는 방법을 훈련 중이란다(네덜란드가 이토록 독창적인 나라인 줄은 미처 몰랐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1323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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